Login

봄빛은 강을 따라 눈부신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8 00:00

淸明佳節登北葛山迎春
청명의 좋은 날, Mt. Burke 봄맞이 산행

策杖欲尋北葛山 지팡이를 채찍삼아 버커산을 찾아드니
草木嫩葉綻爭新 어린 잎새 초목들은 앞다투어 피어나네
春光連江白日輝 봄빛은 강을 따라 태양은 눈부신데
參天密林谷自陰 하늘 찌른 밀림이라 골짜기는 어둡구나
淸幽洞壑人踪滅 그윽할사 맑은 골은 사람 자취 하나 없고
九折羊腸萬樹穿 구절양장 외길 하나 나무사일 뚫고 가네
菲水春風拂袂時 프레이저 강봄바람 옷소매를 건드릴 때
姸花已報山中春 예쁜 꽃은 이미 피어 산속 봄을 알려주네

丁亥陽四月五日淸明之際與二人登北葛山有懷梅軒偶吟
정해년 4월5일 청명날 두 사람과 함께 Burke Mt.에 오르면서 소회가 있어 매헌은 읊다.

circa 1975 Toronto
세월이 유수같고 시위를 떠난 화살보다 빠르다는 말은 아무래도 젊은이들보다 중장년 이후의 연령층들이 첨예하게 공감하는 표현일 터이다. 10대 사춘기 청소년들은 하루빨리 길고 지루한 피교육 신분을 벗어나 자유의지로 살 수 있는 성인사회로 진입하고 싶어 세월이 음악으로 친다면 안단테(Andante) 속도로 느껴질 것이요, 20-30대 청년기는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긴 하지만 조속히 돈도 벌고 사회적 신분이 상승하기를 원하는 터라 그들의 세월템포는 모데라토(Moderato)라 할만할 것이다. 40대 중반을 지나 중년에 이르는 나이가 이르면 비로소 지나온 인생길을 뒤돌아 보고 또 그다지 멀지 않은 종점을 향해 시간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의식이 지배할 수밖에 없으니 1년이라는 세월의 체감속도가 알레그로(Allegro) 템포로 당연히 느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60대 중반 이후는 하시라도 죽을 준비를 해야 하고 죽을 날을 마음 편히 기다리는 달관된 삶을 살아야 하니 느린 듯 빠른 아다지오(Adagio) 박자로 사는 것일 터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제 중년이 끝나 노년으로 들어가야 하는 필자로서는 지나온 이민 생활 32년의 빛 바랜 흑백사진 같은 추억 중 가장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해가 아무래도 이 땅에 첫발을 디딘 해인 1975년의 기억이다.

박정희가 툭하면 '긴급조치'를 전가의 보도처럼 빼어 들던 유신독재 칼날의 서슬이 시퍼러워 숨도 크게 못 쉬던 그 해,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색이 완연하여 코가 눌린 보리쌀처럼 납작해 있었던 75년도 8월, 만 26세가 채 안된 나는 김포공항에서 노스웨스트 항공의 사다리 트랩을 올라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경 하네다 공항에 내려 고층빌딩같이 거대한 캐나다 CP항공사의 보잉 747에 몸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 이민을 간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코끝이 찡해왔다. 무려 10시간의 비행 끝에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니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듯한 금발의 할머니들이 어깨에 "웰컴 투 캐나다"라는 리본을 두르고 우리를 맞아 주었고 간단한 이민 수속 후 핑크색 영주권에 도장을 눌러 받은 후 다시 국내선을 갈아타고 4시간의 비행 끝에 토론토에 도착하니 밤 10시를 넘고 있었다. 파김치가 되어 어슴푸레 감겨오는 눈에 비치는 공항 구내 가판대의 '토론토 스타'지 1면 머리기사엔 박정희가 장발족을 단속하기 위해 강제로 머리를 깎는다는 부제가 붙은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어 쓴 웃음이 나왔다.

당시는 캐나다 총리 트뤼도라는 걸출한 인물이 이민문호를 과감하게 활짝 개방한 직후라 토론토엔 약 3000명 남짓한 한인들이 살고 있었다. 대개는 독일로 나갔던 광부나 간호원 출신들이었고 이들이 가족연고자를 초청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나는 김포출신 이민 제 1진에 속했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캐나다 달러가 미국 달러를 능가하는 막강한 구매력을 과시할 때라 휘발유는 1갤런에 71센트 정도밖에 안되어 5달러면 충분히 풀 탱크를 넣을 수 있었다. 갈비는 파운드에 19센트, 오렌지도 파운드에 35센트 정도 남짓했던 것으로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당시 한국에서는 여간 해서는 구경하기 힘든 별미 중의 별미였기 때문일 터이다. 큰 누님댁에 머물고 있던 나는 주말마다 공원에서 숯불을 피어놓고 갈비를 배가 터져라 얻어 먹을 수 있었고, 눈만 뜨면 그렇게 먹고 싶었던 오랜지를 한 광주리 까먹을 수 있었으니 캐나다가 지상낙원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맨주먹 무일푼 팬티 바람으로 이 땅에 떨어진 우리들이 이러한 황홀감에서 깨어나 현실을 실감하는 데는 한두 달도 걸리지 않았다. 당시 최저임금이 시간당 2달러 정도였으니 모두다 공돌이 공순이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다 정부가 운영하는 영어학교에 출석하면 한 달에 100달러 남짓 주는 생활보조비를 탈 수 있는 방편을 이용했다. 밤이면 두 다리에 깡통을 동여매고 골프장을 기며 동이 틀 때까지 지렁이를 잡아야 아파트 세내고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낮에 국비장학금(?)을 타먹기 위해 출석하는 영어학교 수업시간은 비몽사몽간이었으니 공부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이민 오기 전에도 영어를 완벽하게 습득했던 나는 신혼 초 아내의 영어 숙제를 도맡아 놓고 해주었던 기억이 있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당시의 이민 1세대는 서로가 똑같은 처지에서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끈끈한 정이 있었다. 이사를 간다고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제 일처럼 나서는 상부 상조정신에, 생일이나 아이들 돌잔치가 돌아오면 모조리 초대하여 먹는 한우리 정신이 투철했던 것이다. 과연 30년이 지난 지금의 이민 온 사람들도 이러한 상부상조 정신이나 이웃사촌 정신이 건재한지는 의문이다. 명심보감에도 이런 말이 있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면 음탕한 욕심이 생겨나지만 춥고 배고프면 서로 사랑하는 도의심이 생겨난다(飽煖思淫慾 飢寒發道心).”

아무리 적은 인원이라도 그룹 산행은 바로 동고 동락하는 도의심의 실습현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적어도 산행을 통해 이러한 상부 상조 정신을 재현하는 살아있는 삶의 마당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BC주, 서부 태평양 지역 선도해야”
BC주정부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2007 퍼시픽 노스웨스트 경제지역 회담에 참석하는 고든 캠벨 BC주수상은 “퍼시픽 노스웨스트 경제지역은 기후변화, 통상협력,...
일부 공무원은 20일부터 ‘사실상 파업’
밴쿠버 시청과 노스 밴쿠버 시청이 23일부터 전면파업에...
6개 지역별 공원 위치·지도 등 담아 관광정보센터·주립공원에서 무료 배부
캐나다 공원의 날(7월 21일)을 맞아 BC 주정부가 BC주 공원의 지도 및 캠프 시설 등의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사진>를 새로 발행했다. 베리 페너 환경부 장관은 “이번에 발간된 공원 안내책자는 BC주 각 지역별로 구분된 공원 지도를 간편히 휴대할 수 있도록...
고장난 페리 수리 마치고 투입
지난 주 13일 기어박스 고장으로 운항이 중단됐던 ‘퀸 오브 오크베이’호가 호슈베이-나나이모 노선에 복귀했다. BC페리에 따르면 그동안 호슈베이-나나이모 노선에는 호슈베이-랭데일을 운행하고 있는 ‘퀸 오브 에스퀴말트’호가 투입되며 빈자리를 채워왔다....
‘보란 드시’ 카페
거짓말쟁이들이야! 밴쿠버는 뭐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다구?  지난 주 37도 폭염은 웬일이야? 10년 만에 처음 찾아 온 이상기후라고도 말 하지 마. 못 믿겠어. 근데……그렇게 숨막히는 더위가 괴롭히는 여름철에 생각나는 거 없어? 그래 그거! 팥빙수!!!...
윌리엄 & 캐시 부부의 '이탈리아 스타게티'
다운타운 잉글리쉬베이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아파트. 아내의....
낚싯대 끝에서... 2007.07.19 (목)
낚싯대 끝에서 희망을 찾다
이 세상의 모든 취미 활동 중 좀 별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낚시가 으뜸이다.
여름특집-젊음의 도전! 유럽 배낭여행 초보자를 위한 다국적 단체 배낭여행 인기
태양과 젊음의 계절이다.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아쉬운 여름 방학이 다 가버리기 전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유럽 배낭여행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 즐길 수 있어 여름철 호텔 요금 상대적으로 저렴
석양지는 키칠라노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잉글리시 베이에서 태닝을 즐길 꿈에 부푼 방학, 그러나 조금 더 특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 준비로 바쁜 위슬러는 비단 겨울에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다. 카약,...
21세기 장난감 시장의 온라인 혁명
90년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다마고치’의 인기가 사그라들 무렵 인터넷이 세계의 정보 시장을 점령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시대에 맞춘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이 소개됐는데 이 가운데 북미주 어린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바로...
밴쿠버시, 커머셜 드라이브-UBC 연결 검토 버나비 시장 “에버그린 라인 건설이 우선”
트랜스링크가 18일 회의 의제로 공개한 올해와 내년도 사업 계획에 에버그린 라인 건설이 누락되어 있어 버나비-코퀴틀람-포트무디를 경전철로 연결하는 이 사업이 또 다시 연기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밴쿠버 시청은 밀레니엄 라인을 밴쿠버 커뮤니티...
17일 코퀴틀람서 운전자 1명 숨져
광역밴쿠버 곳곳에서 차량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운전자의 주의가 촉구되고 있다. 17일 코퀴틀람 로히드 하이웨이에서는 낮 12시경 차량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 1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또다른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피해자 신원에 대해서는 유가족에게...
경찰 전국 수배령
코퀴틀람 관할 연방경찰(RCMP)은 1996년 가족 폭행 경력이 있는 정신병 환자가 리버뷰 인근 수용시설에서 18일 오후 6시 이후 종적을 감춰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고 19일 발표했다. 경찰이 찾고 있는 사람은 테리 하이버트(40세)씨로 키 180cm, 몸무게 121kg 가량인...
연방정부 600만달러 예산 지원
BC주 내륙 중부에 위치한 캠룹스 공항에 연방정부가 600만달러를 투자한다. 캐리 룬 연방 천연자원부 장관은 18일 캠룹스 공항 확장사업을 발표했다. 룬 장관은 “BC주내 제 2의 대규모 스키 리조트로 부상하고 있는 썬픽스 리조트(Sun Peaks Resort)와 지역 관광산업...
BCCPAC·교육부, 공교육 발전 위해 봉사할 학부모 모집
BC학부모자문위원회연맹(이하 BCCPAC)과 BC주 교육부가 주관하는 공교육 시스템에 학부모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이를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학부모 리더십 세미나 시리즈(Support Parent Leadership Seminar Series)’에 참여할 한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2006년 센서스 BC-광역밴쿠버 하이라이트
밴쿠버·버나비·웨스트밴은 65세 이상 비율 높고포트무디·메이플리지·써리은 15세 미만 비율 높아 광역 밴쿠버 서부 지역의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는 반면 어린이 인구 비율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06년 센서스...
BC주의 7월 제철 과일
BC주에서 나는 6월 제철 과일들은 이제 7월 과일들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BC 과수원협회에 따르면 6월 제철 과일은 체리, 딸기, 라스베리다. 딸기는 올해 6월 중순에 일찍 동이 났고 체리는 7월초로 수확 시즌이 끝났다. 7월 중순부터 BC주 최대의 과일 산지인...
그레이터밴쿠버 동물원 (GVZ)
연일 이상기후로 푹푹 찌는 요즘,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게 ‘피서’라는 어른들과 집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멀리 가지 않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을 고르라면 단연 동물원. 1번 고속도로를 타고 64번 출구로 나가면, 3분 거리에 UBC 미생물학과...
밸류빌리지 (Value Village)
‘밸류빌리지(Value Village)’는 의류, 가정용품, 가구, 스포츠용품, 서적 등 2만 여종의 중고제품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중고품 백화점으로 미국, 캐나다에 125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중고품 매장답지 않게 크고 깨끗한 분위기도 강점이다. 진열 하고...
Derby Reach Park
연어 낚시의 시작, 바 피싱(Bar Fishing)부터 시작해 보자. 7월 말부터 시작하는 연어시즌은 10월까지 계속되는데 강마다 회귀 시즌이 조금씩 다르므로 경험있는 선배 꾼들의 의견과
 1441  1442  1443  1444  1445  1446  1447  1448  144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