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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허니! 양념치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3 00:00

“행복해 지고 싶은 아가씨! 이 남자를 ‘찜’하라!” / 최진호씨(뉴웨스트민스터 거주)

◇ 최진호씨가 직접 만든 달콤한 허니 치킨에 통옥수수를 껍질째 구워 야채 샐러드와 곁들인 식탁이 훌륭하다.

식물 킬러들이 있다. 남의 집에서 싱싱하게 잘 자라던 나무 얻어와서 정성껏 물준 것이 그만 뿌리 썩어 죽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엔 하루 이틀 걸러서 준다는 것이 또 말려서 죽이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길가 쓰레기통 옆에 누군가 버린 나무에 한 가닥 뿌리만 달려 있어도 집안으로 끌고 와 물만 주면 싱싱하게 가지 뻗어 잘 살리는 손길도 있다.

식물, 동물들과 친한 사람은 천성이 곱고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 중론. 최진호씨의 사무실 겸 아파트를 방문했던 날, 햇빛 따스하게 내려쬐는 창가에 놓인 박스 속에서 주인의 사랑과 자양분을 먹고 싱싱한 줄기를 뻗치며 자란 고추모종 세 그루와 깻잎을 보면서 눈치를 챘다.

“이 남자! 꽤 꼼꼼하고 건강한 사고의 남자구나.”

총각 혼자 사는 집에 ‘홀아비 냄새’  풍기지 않고 사는 것만도 대견(?)스러운데, 좁은 아파트 베란다에 야채 가꿀 생각이며, 세끼 해먹으며 사는 남자 흔치 않은 일. 여자도 세끼 준비가 만만치 않다.

남자 혼자 사는 집안에서 주방의 비중이 꽤 크고, 조리 도구들이 제법 구색 갖춰져 있어 빵 조각에 ‘날 것’ 먹고 사는 건 아닌 듯 해서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었다.

“싱글들은 뭘 해 먹고 살아요?” 
“이것 저것 다~ 하죠.”

다? 뭐요? 어떤 거요? 창업 취재 갔다가 요리 이야기로 30분을 소비했지만, 복잡하지 않고 총각스러운 간단 레서피가 있다는 말에 쾌재를 부르며 아예 날짜 잡아서 수첩에 동그라미 쳐두자고 옆구리를 찔렀다. 한 요리 한다는 여자들, 주변에서 추천해도 막상 전화 걸면 솜씨 운운하며 꼬리 내리는 것에 비해 단칼에 ‘오케이’ 날려주는 깔끔한 매너의 싱글. 멋지다.

위니펙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부터 자취생활 10년 동안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시작했다는 요리 솜씨가, 이제 한 여자 데려다 먹여 살리고도 남을 수준이다.

“닭을 사면, 동맥이 지나가는 부위를 칼로 잘라 주어야 핏기가 쪽 빠져 요리하면 색깔이 깔끔해요.”

칼을 들고 익숙하게 닭다리 어느 부위를 쓱 베면서 한다는 소리가, 점점…… 총각한테 무리다 싶어 차마 주문하지도 못했던 샐러드와 통 옥수수까지 준비해 둔 요리 센스. 샐러드 소스로 사용하는 와인식초의 용도 설명까지 곁들여 요리 좀 한다는 여자 기를 ‘팍팍’ 죽이며 커트기 속도로 마늘을 다진다. 

“먼저 기름을 빼고 초벌구이를 해야 기름기를 빼고 수분만 남길 수 있어요. 그 다음 양념을 묻혀야 고기 속까지 쏙쏙 배어들어 맛있어요.”

총각이라고 한 수 가르쳐 줄까 했더니 숫제 고개 끄덕이며 거꾸로 들어 줘야 할 형편이다. 요리 끝나고 잘 익은 닭다리 세 개를 고르더니 예쁜 접시에 담아 랩으로 씌워 건네준다. 집에서 기다릴 남편 가져다 주라는 그의 표정이, 앞치마 입혀 돌려 세우면 딱 내 친구 같은 편안함이 있다.  

‘좋은 레서피는 요리에 자신 없는 초보 요리사들도 쉽게 따라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단정짓는 그는 복잡한 재료에 복잡한 조리법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레서피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그 속을 알려면 술을 마셔봐야 하고, 더 친해지려면 함께 밥을 먹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싱글 모임 취재하던 날 처음 만나 술 마시는 그를 지켜봤고, 창업 취재하며 경제력과 속내를 탈탈 털어냈고, 세 번째 만나 그 집 주방 살림까지 뒤집어 보았으니 알 만큼 알았다고 해도 좋겠다. 만약 현재 가진 재산이 많은 남자보다 미래에 대한 꿈이 큰 남자가 많은 재산도 가질 수 있다. 이 말에 동의하는 화려한 처녀 싱글들은 서두르시길.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허니 허니! 양념치킨'

재료
닭다리, 날개, 꿀, 마늘, 토마토케첩, 간장, 껍질째 통 옥수수 2자루
◇ 샐러드 소스: 발사믹 식초(BALSAMIC VINEGAR OF MODENA), 후춧가루, 소금 약간, 올리브오일

이렇게 만드세요

① 닭다리와 날개를 깨끗이 씻어 레몬을 띄워 30분 가량 담궈 둔다.
② 오븐 온도를 400도에 예열해 두고, 물기를 제거한 닭고기를 구이 팬 위에 올려 놓는다.
③ 팬을 오븐에 넣고, 이때 옥수수를 껍질째 두 자루 양쪽으로 넣어둔다.
④ 오븐에서 약 40분 후 노릇해 지면 뒤집어 한번 더 오븐에 넣어 20분 가량 구워준다.
⑤ 꿀, 토마토 케첩, 마늘, 간장을 1:1:1/2 비율로 양념치킨 소스를 만든다.
⑥ 5의 소스를 치킨에 고루 뿌려준다.
⑦ 30분 후 양념에 치킨을 한번 굴려 2차로 20분 더 구워내면 완성.

<샐러드소스>
발사믹 식초, 후춧가루, 올리브 오일을 잘 섞어 소금으로 간을 맞춰 야채 위에 뿌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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