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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없는 이 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바다이야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22 00:00

지난해 대한민국을 후끈 달궜던 그 바다…… 또 그 이야기? 지난 5월 20일 소리 소문 없이 슬며시 밴쿠버에 등장한 ‘바다이야기’. 이 집을 추천한 독자는 은정이 엄마, 윤주 엄마라고 밝힌 주부들. 어지간한 맛에는 눈도 깜빡 하지 않을 20년 차 ‘가정요리사’들이 황태국, 황태찜이 ‘Good~’이라며 추켜세우는 집.

기가 막혀……
바다이야기(구 수랏간, 구 담원). 밴쿠버 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소설가 이호철씨의 문학강연 장소로 교민단신에 올라온 한식당 ‘바다이야기’의 위치 안내글이다. 보통 개업한 식당 이름 앞에 직전 사용하던 이름이 붙는 건, 위치를 찾는 손님들에게 ‘위치 힌트’를 주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직전, 그 이전 이름까지 붙이는 건 참 별스럽다. 게다가 횟집도 아니면서 횟집 이름이랑 헷갈리게 붙인 이름하며, 하필 그 시끄럽던 ‘바다이야기’를 한식당 이름으로 붙인 주인의 배짱이 도대체 뭘까.

밑반찬이 메인 메뉴를 말해 준다
킹스웨이를 따라 서쪽 방향으로 가면 로얄옥 직전 대로변에 바다이야기가 보인다. 황태국에 황태찜이 ‘예술’이라는 사모님(?)들의 추천을 믿고 갔다가 ‘바다이야기’를 발견한 순간 기가 막혀……
간판도 없다. 그 자리에 ‘바다이야기 ‘현수막 하나 덜렁 걸어놓고, 한국에서 직송, 입하한 생선임을 엄청 강조한 문구들만 입구 문을 채우고 있다. 마치 푸대접 받은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속이 꼬인다. 손님 맞을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집을 ‘맛있다’고 꼬드겨 추천한 이들에게 막 화가 났다.
“저…… 식당 해보신 경험은 있으세요?”
“아~~ 뇨! 첨입니다.”
간판도 없이 문을 열었으니 그 맛이야 보나마나 오죽하랴. 분명 추천한 ‘사모님’들과 낙찰계 멤버가 아닐까 싶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는 밀쳐두고 전화기부터 꺼내 들었다.
“아니! 어쩌자고 간판도 없는 이런 집을 추천해 주구 말야 …… 말야…… …”
10초 만에 쏟아낸 문장이 100개쯤? 그 사이 벌써 냅킨 위에 수저가 놓이고 따끈한 보리차가 김을 솔솔 피워내는 게 보였다. 허! 식당도 처음 하는 사람 집에 종업원 동작 한번 빠르다. 밑반찬을 가지고 온 직원이 조심스럽게 앞에 놓고 있다. 입으로는 전화 너머 추천인에게 쏘아대면서도, 눈길은 좌우 밑반찬을 좌악 ~ 훑어 내렸다. 그리고 급히, 급히 전화를 껐다. 사전 약속 없이 무작정 들이 닥친 곳에서 평소 내 놓는 밑반찬이라는데 예사롭지가 않다. 

◇ 소금 간 해서 곰삭은 가자미와 조밥을 절인 무에 섞어 무친 가자미 식혜. 어떤 메뉴를 시켜도 밑반찬으로 딸려 나온다.

가자미 식혜, 미치게 해……
빨판의 동글동글한 모양이 벌써 원래 오징어 다리의 싱싱함이 느껴지는 오징어에 소금 절인 무를 넣어 빨갛게 무쳐 낸 오징어 무침, 얇고 납작하게 경상도식으로 붙여 낸 부추전, 쭉쭉 찢어 데쳐 무친 느타리버섯 무침…… 밑반찬으로 나온 여섯 가지가 몽땅 때깔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자미 식혜’였다. 곰삭은 가자미에 조밥이 송알 송알 터져있는 가자미 식혜는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까탈스럽고, 만드는 방법도 어렵기로 소문난 반찬. 맛을 내기란 더욱 어려운 것이라 고수들도 녹록하지 않은 이걸 밑반찬으로 내 놓는 집이라면 다른 맛을 볼 필요가 있을까 싶다.
맛? 음…… SBS 인기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부모의 어마어마한 유산, 자식, 아내까지 몽땅 팽개치고 김희애에게 달려온 남자가 하던 말‘미치게 해!’. 정말 가자미 식혜 맛이 사람 미치게 한다. 이렇게 서브 메뉴가 사람 미치게 할 땐, 차라리 돈 받고 팔았음 싶다. 밑반찬인 상황에서 ‘돈 드릴 테니 더 주세요’하면, 눈치보며 공짜로 달라는 것보다 더 속보인다.
“차라리 사 먹고 마이소! 복잡합니다.”
눈치 보다가 만드는 법을 물었더니 경상도 대구가 고향이라는 주인 아줌마,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재료 사는 것도 비싸지만 고생하지 말고 사 먹고 말란다.
“반드시 손바닥만한 한국산 참가자미로 담궈야 합니더. 소금에 절여서 조밥 넣고 엿기름 하고 혼합해서 1주일 동안 잘 삭힌 다음, 절인 무를 물기 꼭 짠 후에 무쳐내는 건데 원래 강원도 함경도 음식입니더!”

◇ 탕! 얼큰한 국물을 원한다면 한국에서 갓 공수해 온 우럭 매운탕이 아무래도 좋겠다. 황태국, 황태찜을 제하고도 밑반찬만으로도 밥 두그릇은 비워낼 맛이 있다. 대구에서 ‘무서운’ 가정선생님이었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순수 손맛으로 만들고 있지만 손님이 많아지면 30년 주방장 경력의 한식 전문 주방장을 한국서 스카웃 해 올 계획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 더 좋은데...

황태국. 오래 묵은 조선간장으로 끓여 낸 국물 맛
메인 메뉴가 나와도 보는 둥 마는 둥 ‘가자미 식혜’로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서야 눈에 들어 온 황태국. 간택되길 기다리다 지친 황태들이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다. 수저로 무 건더기와 황태를 살짝 눌러서 국물 한 수저를 떠서 후루룩 들이켰다. 해묵은 조선간장 맛이 나기도 하고 한겨울 대관령 덕장 곁을 지나면 코끝을 ‘훅’파고 들던 황태 냄새 같기도 한 꼬릿한 묵은 맛이 난다. 조미료 일체 넣지 않고 진짜 대한민국 강원도 대관령 덕장에서 말린 황태에 무 썰어 넣어 푹 끓여 낸 황태국이다. 예전 아버지가 과음한 다음날, 눈 덮인 장독대 커다란 항아리 속에 감춰 둔 황태를 토닥토닥 두드려, 무쇠 솥에 참기름 넣고 조선간장 넣어 달달 볶아 구수하게 끓여 낸 그 맛이다. 계란 풀어 소금으로 맛을 낸 얄팍한 황태 해장국 아류들과 비교를 거부한다. 주인이 나서서 굳이 ‘대관령 황태만 쓴다’는 설명이 필요 없다. 맛을 보면 혀끝이 먼저 알 테니까. 또 뒷맛의 여운이 내 혀 느낌을 뒷받침 해주니까.  
주인 손상열씨는 한국산 수산물을 밴쿠버로 수입 판매하고 있는 수산업체 대표. 해서 굳이 원가에 목숨 걸지 않고 모든 요리를 ‘한국산’생선으로 만든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바다이야기’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 맛’고집하며 두둑한 배짱 부릴 만 하다. 덕분에 어부지리로 우리는 또 대관령 덕장 황태국을 밴쿠버 킹스웨이에 앉아서 맛볼 수 있으니 웬 복이랴. 이 집에서는 철판에 지글지글 소리 내며 나오는 황태찜, 이면수, 우럭 매운탕…… 생선이란 생선은 몽땅 직수입한 ‘한국산’이다. 좋은 재료로 최대한 우리 맛을 재현해 내는 것이 바다이야기의 ‘목표’. 식사 후에는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한국산 생선을 구입해 올 수도 있다.
아! 추천한 ‘사모님’들께 전합니다. “이런 집, 추천해 줘서 감사합니다.”

추신: 혹여 손님이 많다고 ‘가자미 식혜’를 빼거나, 황태국 비슷한 황태국을 내놓지 않으신다는 약속, 그리고 매일 준비되는 밑반찬 10가지를 교대로 내 놓게 되는 경우 혹시 ‘가자미식혜’, 겉절이 김치가 빠지면 꼭 말을 해달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부탁이다.

*영업시간  
    11:00 am ~ 11:00 pm (연중무휴)
*주소   6408 Kingsway, Burnaby
*전화   778-883-5717 / 604-432-9342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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