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쉿!! 소문 날라. 맛있는 소문은 발 없이 천리를 간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6-11 00:00

함지박

쉿! 맛있는 소문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중국집이 복닥거리면 주인이야 ‘대박’이겠지만 손님들에겐 ‘꽝’이다. 한국에서는 안방에서 전화 한 통이면 번개같이 달려 오는 배달 자장면도 있는데, 긴 줄을 서는 불편함에 겨우 한 그릇 받아들면 ‘불었거나 덜 익었거나 짜거나 싱겁거나’할 확률이 높아질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한국마켓처럼 맛뵈기 자장면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맛없을 때 ‘망쳐버린 내 한 끼 돌려도~~~’어디 하소연할 구석도 없고 …..경험상 정말 맛있는 집을 찾았을 땐 ‘애첩’같은 친구와 가족들만 쏙쏙 뽑아서 살금 살금 다녀야 오래 오래 편안하게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함지박’ 주인 화날라. Sorry! 휘리릭~

◆ 중국집서 특별히 맛있는 게 왜 없남유?
한달 전 문을 연 노스밴쿠버 중국집 ‘함지박’.  이 집 주인이 재밌다.
“이 집에서 특별히 맛있는 메뉴가 뭐예요?” 
“중국집서 특별한 게 뭐 있남유. 다 같은 메뉴쥬. 자장면이야 만드는 사람마다 맛이 다르고 먹는 사람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니, 내 방식대로 정성껏 만들어 내놓으면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거 말고 달리 할말이 뭐 있남유……”
웃겨! 진부한 멜로를 화려한 눈요기로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처럼, 호들갑스럽게 자기 손맛을 자랑하려 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래야 하는 거 아냐?
“우리 집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정성을 다 하고 있습니다” 라든가, “정통 중국요리만 30년쯤 하신 분께 배웠다”든가, 아니 경력증명서 첨부해서 말하는 사람 없으니 한 20년 더 보태서 50년이라 해도 모를텐데. 볶은 자장같이 텁텁해 보이는 주인 박원배씨는 밀가루 묻은 손을 앞치마에 툭툭 털면서 ‘뭐 있남유’ 한마디만 던지고는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다. 주문을 재촉하며 주방 앞에 드리워진 휘장을 연신 열어 젖히는 아르바이트생 어깨너머로 주방안을 살폈더니, 튀기고 지지고 쏟고 담느라 정신 없는 손길이 옆 지기가 보쌈을 당해도 모를 판이다.

◇ 지난 5월 문을 연 함지박 전경과 주인 박원배씨. 밴쿠버 중국집주방에서만 5년을 일하며 음식맛에 자신있을 때를 기다려 개업을 했다.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

◆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깔끔하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도록 점심 식사 손님들은 줄어들 기미가 없고, 어쩔 수 없이 주방안으로 쳐 들어갔다. 위생검열 나온 공무원처럼 바닥, 행주, 그릇…. 1초에 주방안을 시선으로 휩쓸었다. 양파 껍질에 번들번들한 기름기로 바닥이 미끈 댈 것이라는 뻔한 상상을 홀랑 뒤집고, 당장 쓰고 있는 집기들이 제자리에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있는 주방안은 바닥도 기름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뭔 말을 할 시간을 줘야죠. 그냥  ‘뭐 있남유’ 한마디만 쓸거예요.”
“그러세유.”
그리고 또 그만이다. ‘함지박’을 다녀 온 혹자는 자장면이 맛있다 하고, 누구는 탕수육이 맛있다 하고, 또 누구는 군만두, 그리고 누군가는 ‘맛이 없다’고도 하더라고 했더니, 천차만별 갈라지는 후평조차 손님들의 ‘애정’이라며 ‘고마워유’한다. 

◆ 직접 밀가루 반죽하고 뽑아낸 쫄깃한 자장면
‘함지박’은 남한산성이 있는 노스밴쿠버의 론스데일 선상에 있다. 식탁 7개 밖에 없는 조그만 집에는 주인이 주방을 지키고 있어, 맛에 대한 염려는 ‘뚝’그쳐도 좋다. 왜냐하면 ‘있는 돈, 없는 돈’ 탈탈 털어 배수의 진을 치고 문을 연 주인이니 ‘맛’에 허술 하면 그것이 곧 무엇을 의미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테니까. 손님인 우리는 그저 주인의 노고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맛을 낸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어주면 그만. 그것은 또 주인인 그를 매우 격려하는 셈도 된다. 
주인 박원배씨는 기계면이 아니라 직접 밀가루 반죽하고 뽑아내는 일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울 참으로 밴쿠버 중국음식점 주방을 두루 섭렵했다. 아마 이래서 개업 한 달도 안된 이 집 자장면이 맛있다는 소리가 손님들 입을 통해 솔솔 새어나오는 것일 게다. 맛은 손님이 먼저 아는 법이니까.
중국집에서 자장면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집을 찾을 땐 자장면이 먹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클 것. 한국에서처럼 안방에서 전화 한 통이면 불러다 먹을 수 있는 자장면 집은 아니더라도 차로 조금만 나서면 이렇게 맛있는 자장면 집이 절로 생겨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 맛있는 자장면은 기본. 난자완스와 고추잡채, 노릇한 군만두도 튀김 기술이 예술이라 맛있는 추천 메뉴 트리오! 일단 맛을 보시라. 그리고 맛 없으면 종이에 ‘이재연 기자’쓴 다음 박박 찢어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시길.

◆ 왕 추천 !! 육·해·공 종합메뉴 난자완스”
 겉에서 보기엔 예쁜 테라스를 양쪽에 앙증맞게 달고 있는 가게는 테이블 7개가 전부인 ‘함지박’의 추천메뉴는 단연 난자완스. 새우 살과 갈은 고기를 조물조물 주물러 얇고 납작하게 만들어 튀겨내는 이 난자완스는 의외로 만들기가 꽤 까다롭기로 소문난 메뉴다. 조금만 두꺼워도 속이 익질 않고 조금만 더 익히면 겉은 타고 속에서는 돼지냄새가 난다. 해서 겉을 ‘거칠거칠’하게 해서 타지 않으면서 속은 잘 익게 만드는 것이 이 난자완스 요리 튀김기술이다. 아, 소스와 재료도 야채와 해물이 푸짐해서 좋다. 동글동글하게 들어 있어 씹으면 아삭아삭 날 것 소리를 내는 것은 ‘물밤’. 여기에 큼직한 새우와 연근, 여린 배춧잎, 죽순…. ‘육해공’ 재료 모두 들어가는 것이 이 요리. 손님을 모시고 갔을 때도 자장면에 난자완스 하나 시켜 나눠먹으면 얼굴에 ‘함지박’만한 웃음꽃이 필 것. 

◆ 두 번째 추천메뉴 고추잡채, 탕수육”
중국집에서 자장면 짬뽕 다음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일상적인 메뉴는 ‘탕수육’. 소스 속에 흠뻑 빠진 튀김을 하나 건져 씹었을 때 튀김 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냄새 없이 쫄깃하게 씹혀야 제맛이다. 평범한 메뉴에 속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고추잡채는 먹어보지 않아도 주재료인 피망의 색깔로 맛을 가늠할 수 있다. 푹 익혀도 물큰거리고 설 익혔을 땐 빛깔 고운 이면에 물기가 나와 단맛을 죽인다. 여기에 기름기까지 섞이면 속이 느글거리기도 한다. 적절히 잘 익은 야채에 푸짐하게 나온 고추잡채는 평범한 맛에 속하지만 중국집에서 가장 만만하게 먹기에 좋다.

*영업시간  
    11:30 am ~ 10:00 pm (연중무휴)
*주소   1205 Lonsdale Ave.
               North Vancouver
*전화   (604) 929-1231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