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희씨의 요리솜씨는 이미 주변에 소문이 나있음은 두말이 필요 없다. 즐겁게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먹으면 세상에서 맛없는 요리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
“내가 레서피 주인공은 구해놨으니까 와서 밥이나 먹고 가요.”
몇 주전, “꽃게 해장국 레서피를 알려주겠노라” 철떡 같은 약속을 했던 B씨. 약속시간 달랑30분 남겨놓고 ‘밥이나’ 먹고 가란다.
꺅! 레서피는 어쩌라구… 드디어 ‘나만의 레서피’ 사상 첫 ‘펑크’가 날 형편에 처했다.
“걱정 말아요. 폴란드 요리에 한식 양식 손만 움직였다 하면 맛깔스런 음식들이 뚝딱 나오는 ‘끝내주는’ 솜씨의 사람들을 구해 놨으니까…”
최신기능의 인간 전자레인지쯤 된다고 추천한 두 사람가운데 한 사람이 임희씨. 얼떨결에, 갑자기 추천을 받고 전화를 받은 그녀. “무얼 만들까…” 잠시 고민하더니, 음식은 ‘다 거기서 거기’라면서 차라리 추억이 담긴 옛날 옥수수 빵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만의 레서피’는 본인이 잘 만드는 메뉴를 골라 자기방식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만의 방법’을 찾아 내는 것.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땡큐!’다.
“나는 요리할 때 그릇 많이 늘어놓고 만들면 정신이 없어요. 간편하고 쉽게 만들어서 즐겁게 먹으면 세상에서 맛없는 요리가 어디 있겠어!”
맛있는 요리란 ‘무얼 먹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 절대론. 그렇다. 그게 정성이라는 것이고, 또 먹는 사람과 요리하는 사람이 교감을 나누는 것일 게다. 어떤 사람의 취향을 알고 싶을 때, 그가 살고 있는 집을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임희씨의 취향은 짐작컨대 심플 아니면 깔끔이다.
거실 한 켠을 개조해 직접 꾸민 작은 실내 정원에서 졸졸 흐르는 정겨운 물소리와 맑은 햇살이 비스듬히 거실에 걸린 그림들을 비추는 한낮에도 햇빛을 타고 흐르는 먼지 한 점 눈에 뜨이지 않고 맑다. ‘아이가 다 커서 그렇다’고 하지만 어느 한 곳 흐트러짐 없는 집안은 그렇다 치고, 꽤 넓은 정원에는 잡풀 한 포기 없다. 일주일에 몇 차례 봉사를 다니고, 또 몇 차례는 교회에서 보낸다고 들었는데, 거실 자투리 공간 하나에도 그 공간만의 조도에 딱 맞는 장식물을 놓아 넓은 집안이 심심한 구석이 없다. 햇빛 잘 드는 거실 창가에는 주인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건강한 ‘란’화분들이 초 여름 시원한 창가풍경을 그리고 있다. 센스 만점 주부들이 각자의 개성을 한껏 살려 꾸며둔 집안을 구경하는 재미, 요리처럼 맛있다.
실내 정원이 아니라도, 벽에 걸린 그녀 남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도 이 집에선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도 소품처럼 예쁘게 어울린다. 그녀의 ‘막내 딸’이라는 요크셔테리아. 귀여운 것이 손님접대는 어째 좀 까칠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앙칼스럽게 짖어대는 통에 그녀(?)비위를 맞추느라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간 콘솔 아래 하얀 운동화 한 켤레가 얌전히 놓여있다.
“아~ 신발… 그거 어머니 날 우리 아들이 선물한 거에요.”
어머니들은 누구나 ‘아들’에 약한 법, 새 운동화가 아니라 ‘아들이 선물했다’는 말 끝에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데, 아르바이트 끝나고 들어 온 대학생 아들은 한 술 더 뜬다.
“우리 엄마 요리는 다 맛있다고 해요. 그건 엄마가 정말 사랑을 넣어 만들거던요.”
이민 온 지 13년이면 유치원시절 한국을 떠났을 텐데, 정확한 우리 말로 엄마 자랑을 하는 아들. 이쯤 되면 살가운 딸 부럽지 않다.
쿠킹 포인트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두 번 세 번 확인 하는 그녀. 설렁설렁 빵을 만드는 느낌은 워낙 노련함 때문에 오는 느낌일 뿐, 손끝이 섬세하고 치밀하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예전에 우리 슈퍼마켓도 없고, 인터넷도 발달되지 않았을 때부터 레서피로 만들었지. 요리란 게 처음에는 따라 해보는 단계였다가 다음엔 레서피를 이해하면서 만들고, 그 다음에서야 내 입맛에 맞도록 재료를 넣기도 빼기도 하면서 제대로 된 맛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생기는 거지.”
화장대 위에 놓인 화장품의 가짓수보다 열 배쯤 많은 냉장고 안의 소스와 식재료, 치장할 액세서리 살 때 수 십 번 망설이면서도 갖고 싶은 조리기구를 보면 욕심을 내는 주부. ‘요리 잘 하는 주부= 살림 잘 하는 주부’라는 등식에 어김없이 적용되는 그녀. ‘척 보면 압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 옥수수빵 : 옥수수 가루 2C, 밀가루2C, 설탕3/4C, 식용유 1/2C, 캔 옥수수 1캔, 우유380ml, 베이킹 파우더1.5ts
◇ 블루베리 케잌 : 밀가루1.5C, 식용유1/4C, 달걀1, 베이킹 파우더2ts, 설탕1/2C, 우유1/2C, 블루베리 (토핑재료 밀가루1/3C, 흑설탕1/2C, 계피1/2ts, 버터1/4C, 호두 으깬 것1/4컵)
■ 조리 포인트
◇ 옥수수빵 : 반죽은 약간 질다는 느낌으로 만들어야 빵이 부드럽고 부스러지지 않는다.
◇ 블루베리 케잌 : 밀가루를 치대면 밀가루의 점도가 높아져서 빵이 질겨진다. 블루베리의 양이 많으면 빵이 질어지고, 없으면 블루베리 케잌 맛이 나지 않는다.
■ Cooking Tip
◇ 옥수수빵 : 반죽은 액체는 액체끼리(우유, 식용유, 옥수수캔), 파우더는 파우더끼리 섞어준다. 물기 있는 재료를 마른 재료에 붓는다.
◇ 블루베리 케잌 : 예열을 5분 이상 할 경우 빵의 색이 예쁘지 않다.
■ 만드는 법
[옥수수 빵]
① 마른재료(콘밀, 밀가루, 설탕)만 섞어 놓는다.
② 콘, 우유, 식용유 등 젖은 재료만 핸드믹서로 혼합한다.
③ 젖은 재료를 마른 재료에 붓고 반죽한다.
④ 빵 틀에 붓고 표면을 고르게 만져 놓는다.
⑤ 5분 동안 예열 후 350도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블루베리 케잌]
① 마른 밀가루를 빵틀에 바른다.
② 밀가루, 설탕을 섞는다.
③ 우유, 식용유, 계란을 섞는다.
④ 2와 3의 재료를 살살 섞어준다.
⑤ 틀에 반죽을 깔고 위에 블루베리를 살살 얹어준다.
⑥ 브라운 슈가에 버터를 넣어 보송보송한 정도의 농도로 섞은 다음, 계피 버터 호두를 혼합, 반죽 위에 고르게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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