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자존심 가득한 짜장면! 웃기는 짬뽕이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25 00:00

북경반점

어린 시절 1년 내내 만화만 보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만화책이 되었든 동화책이 되었든 방학 내내 책 속에 흠뻑 빠져, 일기도 빼먹고 만화방에서 죽치고 앉아 있다가 개학 하루 전 한 달치 일기를 벼락치기로 쓸 때도 있었다. 왜 꼭 일기는 날씨를 그리게 만들었을까 선생님을 원망하며 가짜 비, 구름, 해님을 만들어 넣던 일기 속에는, 수 백권의 만화 속 주인공들이 뒤엉켜 새로운 스토리로 둔갑해 일기로 등장했다. 어른이 되면 1년 내내 만화만 보면서 살고 싶었던 반짝 반짝한 상상 속에는 언제나 자장면이 차지하고 있었다. 북경반점엘 가면, 어른이 되면 만화를 보면서 100그릇을 사먹고 싶었던 그 고소하고 탑탑한 자장면이 있다.

무소 같은 힘을 가졌던 어린 시절 그 자장면

◇ 손님들에게 무엇이든 서비스를 해주고 싶어도 오히려 ‘오해’하는 고객이 있어 요즘은 직접 서비스는 잠시 쉬는 중이라는 주인 ‘크리스 김’씨.

참 맛있었다. 자장면 한 그릇의 힘은 대단했다. “주사 한대만 맞으면 자장면 사준다”는 엄마의 말에 주사도 맞았고, 100점 맞은 시험지를 펄럭이며 단숨에 집으로 달려가 숨을 헐떡이기도 했다. 주기도문 십계명을 달달 외웠고, 언니보다 먼저 구구단도 외웠다. 자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였다.
어른이 되어도 비교할 음식이 없는 줄 알았던 그 요리가 차츰 달라졌다. 입맛도 변했고 자장면도 변했다. 화려한 요리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자장면은 직장인들의 그저 그런 ‘한끼’가 되어버렸고, 온전히 옛 춘장 맛을 내는 곳도 사라져갔다.
그래도 아주 가끔 동심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어린 시절 그 맛에 가느다랗게 맞닿는 자장면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바로 ‘북경반점’의 자장면을 맛보는 순간이다.
다운타운 랍슨과 덴만거리가 만나는 4거리에서 ‘써브 웨이’쪽을 바라보면 ‘북경반점’ 큰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창가에는 ‘앗싸! 자장면’ 큰 한글 포스터도 선명하게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방장이 밀가루 반죽을 허공에서 내려 치는 소리가 ‘탁탁’ 들릴 것만 같은 주방 곁으로 길게 늘어선 식당 안 여기저기서 ‘쪽쪽’소리가 난다. 손님들이 쫄깃한 ‘면 빨’ 맛있게 먹는 소리다. 

◇ 여린 배춧잎에 새우와 해물이 듬뿍 들어간 삼선짬뽕, 생수에 갖은 야채로 국물을 낸 짬뽕국물이 깔끔하고 깊은 맛이다. 튀김옷이 파삭 소리가 나는 고소한 깐풍기와 탕수육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스 속에 포도알과 파인애플이 들어있다.

손으로 만든 ‘수타면’으로 만든 북경 자장면 맛!
이 집 자장면은 감자, 양파 당근 넣고 완두콩 몇 알 띄워 ‘옛날’ 맛이라 우기는 자장면들과 거리가 있다. ‘케로나 오일’로 고소하게 볶은 갈색 자장소스 위에 양파, 감자, 양배추 위에 톰방 하게 썬 고기가 유연하게 떠 있다. 젓가락을 면 속으로 고정시켜 자리를 잡은 다음 쓱쓱 비빈다. 고소하고 향긋한 추억의 자장 향기가 코를 살살 간지럽히며 사람을 유혹하는 북경반점 자장면은, 성질 급한 사람은 조심할 것. 일단 비비던 젓가락을 들어 품위고 뭐고 생각 할 틈도 없이 ‘쪽’ 소리 나게 빨아먹게 한다던가, 한 젓가락 돌돌 말아 먼저 허겁지겁 입안으로 가져가게 만든다. 하지만 자장면은 소스와 면을 하나되게 골고루 비비며 그 향기로 후각부터 자극해 입안에 적당히 침이 고여 들게 하는, 자장면 제 맛 느낄 수 있도록 입 속을 준비시키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맛있게 먹는 비결이다.
초콜릿색 소스가 감싼 면이 옅은 갈색으로 어울리면 먹을 준비 끝. 우아하게 젓가락으로 면을 살짝 감아 올려 오물 오물 먹는 것? 오 NO! 친구랑 서로 먹으려고 눈 부라리며 먹던 그날 처럼 최대한 많이 들어 올려 입안이 미어터지게 ‘우물 우물’ 먹어야 제 맛. 그래야 추억의 자장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북경반점 자장면은 기계로 무감각하게 저어대며 만든 탄성과는 식감이 다르다. 젓가락 사이를 이탈한 면발이 ‘탱탱’ 소리가 날 지경에 소스는 부드럽게 입안으로 퍼진다. 약간의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고는 춘장을 부드럽고 맛깔스럽게 만들기 어렵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 그러나 양파와 양배추, 대파를 듬뿍 넣고 볶아 만든 야채로 우려낸 단 맛이 일품이다. 단맛 뒤에는 얄미울 정도로 입안에 착 달라붙는 깊고 고소한 맛이 혀를 감싸고 돈다. 조미료 맛으로 입안을 어지럽히는 장난 따위는 안친다. 여기에 손으로 쳐서 만든 면을 삶아 차가운 물을 틀어놓고 손으로 비벼가면서 잘 씻어낸 면발은, ‘탱탱’소리가 날 지경이다. 한국 자장면의 자존심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음식은 입맛에 안 맞아……” 라고 하는 사람.  북경반점 자장면을 꼭 드셔보시길.  
‘웃기는 짬뽕이야’
“음 음…. 자장면 정말 술술 잘 넘어간다. 굿!!’
시종일관 자장면 맛있다고 했더니 기다리다 지친 짬뽕이 ‘그래! 너 잘났다’ 벌떡 일어나며 매운 핏대를 세운다. 화끈하고 시원하다. 어라! 여린 배춧잎에 죽순, 큼직한 새우와 쭈꾸미까지 꼬릿발을 내밀고 시위를 한다. “그래 그래 너도 진하고 구수하다.”
주인 크리스 김씨는 뼛국물이니 뭐니 하는 육수를 거부하고, 생수에 양파, 대파 등을 볶아 우려낸 야채로 단맛을 낸다. 그래서인지 ‘깨끗한 맛’이다. 면발 위로 그득한 야채와 해물을 보면 짬뽕이 무슨 요리인 줄 아나 ‘웃기는 짬뽕’이다. 

◇ 노래방을 갖춘 룸을 6개나 갖춘 넓은 실내는 천정이 높아 시원하고 모던한 분위기. 오향장육과 해파리냉채, 새우냉채가 나오는 ‘3가지 냉채’는 여름철 메뉴로 좋다.

‘파삭’ 소리가 나는 깐풍기와 탕수육
사진 촬영용인가? 깔끔한 데커레이션에 앙증맞은 크기의 깐풍기와 탕수육. 이 집은 양에 치중해 수북이 음식을 담지 않는다. 보는 맛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세대 취향을 맞췄다. 꼭 중국음식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한식당을 가면 가끔씩은 감점요인이 되기도 하는 음식의 평가기준의 하나가 바로 그 양과 종류. 아무리 다다익선이라고 해도 백과사전 같은 메뉴가 있는 식당은 왠지 음식마다의 고유한 맛은 없을 것만 같은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도 북경반점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북경반점은, 파스타가 아니어서 실망스럽게 젓가락 놀리는 아이에게 한 입만 먹이면, 훗날 엄마 아빠와 똑 같은 ‘추억’이 될만한 그런 맛이 있다.

*영업시간  
    11:00 am ~ 11:00 pm (연중무휴)
*주소   1638 Robson St.
*전화   (604) 689-3898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함지박
쉿! 맛있는 소문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중국집이 복닥거리면 주인이야 ‘대박’이겠지만 손님들에겐 ‘꽝’이다. 한국에서는 안방에서 전화 한 통이면 번개같이 달려 오는 배달 자장면도 있는데, 긴 줄을 서는 불편함에 겨우 한 그릇 받아들면 ‘불었거나...
돈! 돈! 돈 되는 알뜰 생활 정보 위탁판매점이 몰려 있는 포트코퀴틀람 Elgin 거리
“내 옷, 꿈을 접으면 돈이 보인다.” 옷장을 뒤지면 “언젠가 살 빼면 입어야지”, “아이 낳고 입어야지” …. 등등 온갖 이유로 몇 년 째 걸려있는 옷이 어느 집에나 꼭 있다. 그런 희망을 버리자. 순간, 돈이 보인다. 코퀴틀람 센터에서 포트코퀴틀람 방향으로...
산재보험 2007.06.11 (월)
Workers’Compensation
사업자들이 때로는 몰라서, 가입시기를 놓쳐서, 또는 번거로워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베트남 증시의 단기 반등 이유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모집된 베트남 주식시장을 투자대상으로 모집된 해외 투자펀드의 모집규모가 대략 30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20억달러가 아직 투자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 프루덴샬, 도이치, 쟈캬, 블랙번...
웨스트 밴쿠버 앰블사이드 파크
작년 밴피싱 ‘망치’회원이 앰블사이드 파크에서 걸어낸 개상어. 지난 2일 일을 마치고 오후 8시경 필자의 부식창고(?)와도 같은 앰블사이드 파크9Ambleside Park)로 직행했다. 매년 이맘때면 나오기 시작하는 개상어(돔발상어; Dogfish)와 가자미를 노리기...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바이오 연료와 같은 대체에너지 사용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바이오 연료 사용은 곡물가격을 급등시키고 식량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정부는 자동차의 탄소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전화통역서비스 ‘NEWS NET’대표 최진호 씨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을 의뢰할 경우, 현장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일의 ‘시작’으로 본다면
오션스 13
‘오션스’ 시리스의 마지막 편이 될 ‘오션스 13’(Ocean’s 13)이 이번 주말 개봉했다. 이번에도 역시 전편 그대로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오션스 13’은 멤버 중 한 명에게 사기를 쳐 파산으로 몰아넣은 카지노 대부에게 복수하는 오션 일당의...
이성옥씨(포트 무디)의 자장면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의 종류만큼....
웨스트 밴쿠버 앰블사이드 파크
작년 밴피싱 ‘망치’회원이 앰블사이드 파크에서 걸어낸 개상어. 지난 2일 일을 마치고 오후 8시경 필자의 부식창고(?)와도 같은 앰블사이드 파크9Ambleside Park)로 직행했다. 매년 이맘때면 나오기 시작하는 개상어(돔발상어; Dogfish)와 가자미를...
웨스트 밴쿠버 앰블사이드 파크
작년 밴피싱 ‘망치’회원이 앰블사이드 파크에서 걸어낸 개상어. 지난 2일 일을 마치고 오후 8시경 필자의 부식창고(?)와도 같은 앰블사이드 파크9Ambleside Park)로 직행했다. 매년 이맘때면 나오기 시작하는 개상어(돔발상어; Dogfish)와 가자미를...
밴쿠버 아트 갤러리, 클리브랜드 미술관 특별전
근·현대 서양미술사 100년간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밴쿠버에 온다. 밴쿠버 아트 갤러리(Vancouver Art Gallery)는 미국 5대 미술관중 하나인 클리브랜드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하는 ‘모네에서 달리까지(Monet to Dali)’ 특별전시회를 연다. 이번...
아보츠포드‘맥도날드 파크(McDonald Park)’
호숫가에서 바라본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곳은...
남을 속이는 영재 2007.06.07 (목)
얼마 전 미국의 한 명문고등학교에서 한국계 학생들이 학교 컴퓨터를 해킹해 성적을 위조하려다 적발이 돼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일이 있었다. 이 학생들은 A인 성적을 A+로 바꾸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미국 듀크(Duke) 대학에서 한국계 학생들이...
캐나다 대학교육 트렌드 지난 6년간 대학재학생 19만명 늘어나 앞으로 대졸자 이상 일자리 점점 증가
캐나다 대학협회 보고서의 대학 재학생 예상치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캐나다 대학의 재학생은 지금보다 최소 9%에서 최대 1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켜야 할 선 지키고 음주운전 절대 하지 말아야
고교시절을 마감하며 친구들과 밤새 즐기는 프롬 파티. 12학년 학생들은 이 날을 위해 많은 시간을 계획하고 기대하며 보낸다. 프롬 파티가 있는 날 만큼은 할리우드 스타처럼 화려하게 보내기 위해 특별한 밤을 준비하는 것이다. 프롬 파티 준비에 들어가는 것은...
버나비 ‘와인, 푸드 & 뮤직 페스티벌’
이번 와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와인들. 지난 주 2일 저녁 메트로타운 쇼핑센터에서는 8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6회 ‘와인, 푸드 & 뮤직 페스티벌(Burnaby Wine, Food & Music Festival)’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은 여러 종류의 밴쿠버산...
모진 비바람 광풍이 유난하게 잦았던 지난 겨울, 그렇게 많이 내린 비가 산정상엔 모두 적설로
밴쿠버 한인테니스회, 서울 테니스협회 초청
밴쿠버 한인테니스회(회장 신현섭)가 오는 10일 한국의 전직 테니스 선수들을 초청해 친선 테니스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친선경기는 서울과 밴쿠버 테니스 동호인 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마련된 행사로, 밴쿠버 한인테니스회 회원과 서울 테니스회 회원 50여명이...
도로, 가옥침수 이재민 1000여명 발생
BC 북부지역의 주요 하천이 범람하면서 도로 곳곳이 물에...
 1451  1452  1453  1454  1455  1456  1457  1458  1459  1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