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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마다 인정이 콸콸~넘치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18 00:00

김천(金泉)식당

아버지의 고향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따온 이름

써리 ‘소문난 집’삼겹살 부페 식당 바로 옆에 나란히 문을 연 ‘김천(金泉)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분홍색 꼬리표를 매단 개업축하 화분이 여기저기서 ‘어서 오시라’고 야단이다. 
서울에서 경부선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타고 달리면 김천 역전에 있을 것만 같은 소박한 이름 ‘김천식당’. 주인 김영남씨의 아버지 고향인 경상북도 김천시의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김영남씨는 중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을 온 교포 2세. 중국에서 꽤 엘리트에 속했지만 역시 아이들 공부를 위해 밴쿠버로 이민을 온 지 4년째다. 식당 문을 열기 전 이곳 식당에서 2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주방에서 한국요리를 배웠고, 얼마 전에는 한국까지 직접 가서 또 ‘총 복습’을 겸한 원래 우리 음식의 맛을 모두 시식하고 돌아왔다. 맛에 어지간히 자신감이 붙어 지난 달 이곳에 문을 열고, 맛에 대한 부족한 정보는 푸짐하고 신선함으로 채운다는 생각으로 부부가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낸다.

주인 만큼 소박한 음식 맛

손님이 오면 아직 ‘어서 오세요’ 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아 주방으로 숨기 바쁜 주인의 수줍어 하는 모습이 재미있는 집이다. 그리고 음식 접시를 보면 ‘쿡’ 웃음이 나온다. 예쁘게 멋을 부리고 어쩌고 그런 것은 없다. 일단 무엇이든 듬뿍 넣고 푸짐하게 내 놓고 보자는 심사였던 듯 접시든 냄비든 크고 넘친다.
식사류, 탕류, 요리류, 중식으로 나뉜 메뉴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시키는 메뉴를 골라달라고 했더니, 해물 순두부, 짬뽕, 양념 닭날개, 감자탕을 권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이곳 저곳 사진을 찍는 척, 주방 안을 슬쩍 훔쳐보았다. 식당에서 청결한 상태를 보면 주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법. 일식 집을 개조한 내부는 바닥까지 하얀 타일에 밝은 컬러가 밖에서 ‘김천식당’이라는 이름만으로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이틀에 한번 꼴로 부부가 30평 바닥전부를 비누 솔질을 해가며 닦아댄단다.

◇ 일식집을 개조해 바닥까지 하얀 타일로 깔끔하고 밝은 김천식당의 내부 전경. 시킨 음식은 접시마다 그릇마다 인심이 철철 넘친다. 큼직한 뼈가 푸짐한 감자탕과 북어해장국, 양념닭날개구이는 김천식당에서 자랑스럽게 내 놓는 메뉴. 해물순두부는 홍합부터 굴까지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넣어 끓여낸 것이 깊고 시원하다. 손님이 오면 주방으로 도망가는 주인부부의 순박한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면 정겨움마저 느껴진다.

‘작은 것 시키라’고 손님을 설득하는 이유

“감자탕 큰 것 하나, 황태 해장국에 비빔밥 하나를 주세요.”
“저 ….손님! 감자탕 중간짜리 하고 비빔밥 하나면 네 분이 드실 수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작은 것 시키려는 손님에게 주인이 큰 것 시켜야 네 사람이 먹을 수 있다고 설득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그 반대의 이유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큰 것을 시키면 네 사람이 다 먹기에 너무 양이 많다며 작은 것으로 시키라는 주인의 권유에 손님들의 표정이 “참 이상한 주인도 다 보았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감자탕부터 가스레인지에 올려 보글보글 끓이면서 먹게 되어 있었다. 작은 것을 시킨 감자탕에 큼직한 뼈가 일곱개나 들어있다. 여기에 큰 감자를 딱 두번 잘라서 포근하게 익힌 감자와 시래기가 국물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며 맛있는 향내를 김으로 마구 뿜어댔다. 어떻게 위로 수북하게 올라온 뼈에 국물을 좀 끼얹고 싶어 공간을 찾아도 틈이 없다. 이게 작은 감자탕이라는데 기가 탁 막힌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힐끔힐끔 이쪽 감자탕을 보더니 그제서야 주인의 말귀를 알아들은 모양. 수군대는 폼이 ‘다 못 먹으면 포장해 가자’ 아마 이렇게 말 했을 듯.
혹시 양만 많은 게 아닐까 해서 뼈 두 어개를 건져 다른 그릇에 옮겨 놓고나니, 그제서야 국물을 퍼 올릴 국자가 드나들 공간이 생겼다. 주인의 그 넉넉하고 순박한 이미지에 음식 맛이 딱 궁합이 맞아떨어진다. 젓가락을 살짝 댔더니 뼈 속에서 고소하고 하얀 골이 쏙 쏙 빠져나와 애써 두 손으로 들고 뜯지 않아도 좋고 먹기에 그만이다.  돼지 냄새 하나 없이 담백한 국물, 한 수저 후루룩 들이켰더니 들깨도 아닌 것이 생강도 아닌, 그렇다고 오향도 아닌 향이 느껴질 듯 말 듯 사라진다. 몇 번을 입안에서 음미해도 금세 사라지니 알아 낼 재간이 없다. 

김천식당 추천 메뉴 ‘해물순두부찌개’

밴쿠버에서나 한국에서나 가장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이 순두부 찌개. 사실 이 순두부가 ‘김천식당’의 백미, 정말 진국이다. 순두부가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이면서 팬들의 숫자만큼 귀한 음식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데는, 아마도 콩 비린내만 나지 않으면 순두부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맛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대중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때문이 아닐까.   
But~
이 집 해물순두부처럼 맛있는 순두부찌개가 외국에서 또 있을까 싶다. 그 맛이란 게 수더분하면서 구수한 것이 잡 맛이 없다. 감자탕도 좋고 양념 닭날개도 맛있다. 그러나 김천식당에서는 꼭 해물순두부를 시켜먹고 부족할 때 양념닭날개를 추가하라고 권한다. 싱싱하지 않으면 절대 이런 국물 맛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음식에서 절대절명의 원칙을 그대로 확인 할 수 있다.
순박하고 수더분한 부부는 음식보다 더 맛깔스럽게 만드는 법을 포장해서 설명할 한국말 재주도 없고 그런 상술도 없어, 찾아 간 사람이 혼자 숟가락으로 뒤집고 젓가락으로 끄집어내며 직접 알아 낼 수밖에 없었다.
해물순두부 속에는 홍합, 새우, 굴, 조갯살에 쭈꾸미까지 꼬랑지가 보인다. 여기에 칠리를 갈아 만든 소스를 넣어 만든 고추기름으로 매콤하면서 해물맛이 깊이를 더 해준 맛. 이 맛이야말로 ‘저항할 수 없는 맛의 조화’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 그러니 이 맛에 반한 손님이 개업 한달째 이 집에 한 둘이 아니라는 이야기.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되어 무척 영광입니다.” 젓가락 종이포장지에 사인이라도 남겨두고 싶다.

*영업시간   11:00 am ~ 10:00 pm (일요일은 오후 1시부터, 연중무휴)
*주소   13478 104 Ave., Surry
*전화   (604) 951-9918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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