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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인디아 사고의 교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5-08 00:00

에어 인디아 항공기 폭파사건이 발생한지 거의 22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온 증언은 충격이다. 내용의 핵심은 캐나다 정보기관이 사전에 미리 알고 비극을 막을 수 있었지만 부주의로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사실은 제임스 바틀만 온타리오 부총독의 법정 증언에서 밝혀졌다. 그는 당시 캐나다 중앙정보부의 대외정보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구체적인 정보를 연방경찰(RCMP) 담당자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특히, 제임스 바틀만은 에어 인디아 항공기가 1985년 6월 22일~23일 사이에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전자감청 보고서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경찰 책임자와 상의했으나 면전에서 무시당했다고 회고했다.

법적으로는 증언을 뒷받침할 만한 목격자가 없는 상태지만 바틀만은 당시의 상황을 확실히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은 경찰내부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바틀만의 증언 내용은 캐나다 정부의 1급 비밀 보안 상태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항공기 폭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다는 정보기관의 기존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희생자 유가족 입장에서는 당연한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경찰담당자는 왜 즉각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일까? 바틀만은 왜 업무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상부로의 보고를 요청하지 않은 것일까?

바틀만의 증언 내용은 내부고발 차원을 넘어 국가 전체로 볼 때도 망신거리다. 캐나다 정보기관이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신랄한 증언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돈 맥린 전(前) 밴쿠버 경찰은 1985년 6월 12일 한 제보자로부터 2주안에 큰 폭탄 사고가 터질 것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는 첩보를 받았다. 그는 인도 총영사관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즉시 연방경찰과 캐나다 중앙정보부에 이 사실을 보고 했다.

또 다른 증언도 있다. 사고가 나기 8개월 전부터 폭탄을 설치하려는 음모가 있었으며 폭탄을 설치하면 20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의가 있었다는 첩보도 신고됐다. 그러나 밴쿠버 경찰의 이 같은 정보를 접수한 캐나다 중앙정보부가 행동에 옮겼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1985년 6월 3일 에어 인디아 항공이 연방경찰에 보낸 문서다. 이 전문에는 정보기관의 내사결과 시크교 극단주의자들이 비행기 내부나 수화물에 시한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파괴행위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는 이런 증거들은 정보기관의 기본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방경찰과 중앙정보부는 경고 표시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수년간 진행되어 온 사건조사도 결국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1985년 6월 23일, 에어 인디아의 보잉 747 182편은 몬트리올을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가던 중 아일랜드 상공에서 폭발했다. 307명의 승객과 22명의 승무원이 목숨을 잃은 캐나다 최악의 사고다.

글로브 앤 메일 사설 ‘Air-India warnings Canada didn’t heed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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