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마술 꽃축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30 00:00

 

 

 

김석봉 / 시인

긴 밤의 호흡을 고르는 숲으로 건너는 다리
봄은 고요의 장막을 타고 신선한 새벽 안개 넘어 갈대 숲 길을 연다
알 수 없는 긴장의 어둠이 걸음을 따라 서서히 물러서고
안식의 강을 넘어 성큼 들어선 숲
그렇게 많은 설레임이 주변을 맴돌고
정장을 차린 꽃 나무 가지들이
바쁜 손길을 멈추고 가지런히 늘어 선다
수백 수천의 마술사가 한 관객을 맞아 기립 박수를 보낸다.
잘오셨어요
우리의 마술 잔치에 오셔서 감사해요

자 처음 순서는 하얀 초롱꽃
작은 가지를 높이 들자
파란 잎이 네 조각?
갓 구운 과자 같이 밀려나온다
줄줄이 이어서
수줍은 초롱꽃 열 송이 방긋 웃으며 손잡고 나온다

다음은 빨간 눈망울꽃
눈망울 반쯤 열고
하늘을 향해 뻗은 잔가지 사이로
열다섯 봉오리
고운 고개를 내민다.

그 다음 노란 난초
긴 녹색 치마 저고리 차려 입은
수척한 처녀가
환한 금빛을 뿜는 큰 봉오리 세 개를 두 손에 펼쳐 보인다

그 옆에 연분홍 패랭이, 햇병아리 개나리, 보라빛 부채꽃,
예쁜 가시쟁이 엉겅퀴, 허리굽은 할미꽃, 진홍빛 진달래,
또 그 옆에, 또 그 옆에,

새벽 안개를 열고
어둠의 장막이 물러가는 숲속길 따라
길가 냇물을 타고 한 생명의 사로잡힌 감동이 흐른다
그 많은 마술사의 박수를 받으며
그 깊은 사랑 속에서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