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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아이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26 00:00

찬혁(17·가명·남)이는 초등학교 때는 평범 이하의 평가를 보이는 아이였다. 집에서는 부모들도 왜 이렇게 성적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할 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찬혁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성적이 점점 올라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찬혁이와 같은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머리가 늦게 트이는 아이’라고 할까. 이러한 아이들은 보통 영재아들이 어릴 적부터 보여주는 특징과 다른 패턴을 보여주어 영재교육학에서도 ‘늦게 피는 아이(Late Bloomer)’라고 해서 연구 대상이 된다. 어렸을 적에는 평범 이하의 모습을 보이다가 10대 중반 이후에 갑자기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네 살이 되도록 말도 못하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머리회전이 늦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아서 1학년 때 담임 선생은 ‘어떤 지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기록부에 적었다고 한다. 또 계속 학교에 다니면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을 만큼 아인슈타인은 학교생활에 있어서 저능아였다. 이렇게 아인슈타인은 저능아 취급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 다섯 살 때까지 유클리드, 뉴튼, 그리고 데카르트를 혼자 공부했다.  나중에 그는 ‘어린 시절 강한 지식욕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음에는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 차 있었지만 그의 열정을 인정하고 배우기를 도와주는 학교는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늦게 피는 아이들은 대부분 여학생보다는 남학생들로 알려져 있으며, 언어습득에 있어서 특히 말하며 표현하는 능력이 어릴 적 부족한데 특징이 있다. 어릴 적에는 평범하게 보이다가 이렇게 뒤늦게 성취도가 높아지는 이유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뇌 구조상 복잡한 것을 먼저 파악하고 오히려 단순한 내용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 학습장애, 10대 이후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한 강한 동기부여, 학교의 교육방법과 아이가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이 매우 다른 경우 등등이다.

이렇게 늦게 피는 영재들을 고려할 때 초등학교 때 누구는 영재이고 누구는 영재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흔히 영재라면 세 살 때 알파벳과 한글은 다 떼고 다섯 살 때 천자문을 떼고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릴 적 단편적인 지식수준만을 가지고 이 아이가 영재다 아니다 라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생김새와 이름이 다르듯이 아이마다 개별적으로 발달 상황이 다르고 필요로 하는 교육이 다르다. 내 아이를 TV에서 보는 영재와 같이 만들겠다고 억지로 어려운 수학 사고문제를 갖다 풀게 하고 영어를 외우게 하고 하다가 일찍 피고 일찍 져버리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아이의 발달상황을 엄마가 조작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발달과 필요에 엄마의 교육이 맞추어져야 한다. 우리 아이를 살펴보고 아이 현재 모습에 비추어 지금 아이가 원하는 교육은 무엇인지 아이가 배워야 할게 무엇인지 아이에게 맞추어져야 한다.

말도 못하는 네 살배기가 천자문을 줄줄 외는 네 살배기를 제치고 아인슈타인처럼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에게 필요한 교육이 다르고, 모짜르트에게 필요한 교육이 다른 것이다. 아인슈타인에게 모짜르트의 교육을 시킨다면 아인슈타인의 재능과 잠재력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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