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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4-19 00:00

‘코리안 나이츠’ 기획 연출한 12학년 프로듀서 박경준군

“어른들 도움 없이 자신의 힘과 친구들 도움만으로 행사 열어”

대학입학을 앞둔 요즘, 2년 동안이나 짝사랑하던 여자친구와 드디어 데이트를 시작해 핑크빛 무드에 휩싸인 그에게 ‘첫사랑은 헤어지는 법’이라는 짓궂은 농담을 하자 “군대를 가지 않으니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응수. 전공이 전혀 다른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우리의 문화공연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코리안 나이트’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과 더불어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는 한인단체와 전문가들이 주관하는 ‘코리안 나이트’ 행사가 있다. 한국의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는 것에 많은 목적을 두고 있는 이 행사는, 대개 그 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교민들과 기성세대들이 중심이 되어 열리는 ‘한인 행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밴쿠버 코리안 나이트’는 밴쿠버 교민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청소년 그들만의 축제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2006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들과 유학생들에게 고국의 춤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 자리를 잡아가는 행사. 기성세대와 관에서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기에 그 의미가 크다. 따라서 사전에 철저히 짜여진 대본에 의존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끼와 열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애드립’이 강한 축제.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축제였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1부, 2부 락 밴드, 팝핑 댄스, 브레이크 댄스, 가야금 연주, 솔로, 합창 등 3시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계속됐으며 전문 공연그룹이 기획한 문화공연 그 이상이었다. 뜨거운 박수로 호응하며 출연자, 관중, 진행자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그 동안 우리 문화공연에 목마른 밴쿠버 청소년들의 갈증이 폭발한 것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출연자들의 노력의 결실, 그리고 연출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평범한 고등학생,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기획력”

지난해 이어 ‘2007 코리안 나이츠’를 기획 연출한 박경준군(버나비 사우스 12학년). 무대 뒤에서 그를 만난 느낌은 ‘당찬 신세대’였다.

‘10달러를 주고 티켓을 구입해 준 친구들에게 프로페셔널처럼 잘 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장르로 함께 즐기는 것으로 보상을 해주고, 저도 관객의 한 사람이 되어 준비했습니다. 출연자들과 객석이 함께 호흡하면서 시간이 30분이나 더 길어졌습니다.”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코리안 나이트’ 기획과 총 감독을 맡아 출연자 섭외부터 1인 다역을 해낸 박군은, 지난 2월 공연장에서 만났을 때보다 한결 앳된 얼굴에 이마에는 발긋발긋한 여드름까지 솟아 있다. 무대 뒤에서 출연자들과 조명, 음향을 체크하며 총 지휘를 하던 어른스러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학 입학을 앞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제가 아는 사람이 많았던 것은 아니고, 제 친구들이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주위에서 선후배들이 도와주었고 출연자들도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재팬 나이츠’와  ‘인디 나이츠’를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춤도 더 잘 추고, 노래도 더 잘하는데 왜 ‘코리안 나이츠’가 없을까”를 생각하며 ‘코리안 나이트’를 꿈꿨다는 박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학교 행사에 스탭으로 참여, 기획과 연출 과정을 통해 2년간 경험을 쌓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다음, 150석 규모의 학교내 강당을 빌려 지난 해 ‘코리안 나이트’ 첫 공연의 시험무대를 가졌다.
이 공연에서 우리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자신감을 얻었고, 박군이 재학 중인 학교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학교 밖 공연을 감행했다.

“친구들과 온라인 메신저로 티켓 판매”

“아버지를 비롯해 어른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어요. 협찬이나 언론사에 단신으로라도 광고를 부탁하지 않았던 것도, 우리들이 중심이 되는 공연은 저희 세대가 많이 참여해서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티켓을 구입하면서부터 우리 힘으로 한다는 것의 의의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과 후배들 모두 힘을 합쳐서 출연자 섭외부터 티켓 판매도 온라인 메신저와 이 메일, 쪽지를 통해서만 판매했죠.”

박군의 아버지는 밴쿠버문화예술인협회 초대회장을 지낸 박대운씨. 이 행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 했지만, 거부한 것은 오히려 아들 쪽이었다. 메신저를 통한 티켓 판매방식을 선택한 것처럼 어른들의 도움 자체를 거부했다. 

서울 김포공항 근처에서 살던 박군은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왔다. ‘튀는 아이’들에게서 당연히 엿보이는 영특함이 가득한 그는 의외로 ‘공부는 못하던 아이’였다고.

“처음 이민 와서 영어도 전혀 못하고 성격도 A형의 소심형에, 한국에서도 키가 커서 공부보다 소위 ‘한 가락지’하는 학교 짱에 가까웠어요.”

예나 지금이나 혼자 조용히 컴퓨터로 문서를 만드는 등 ‘혼자 노는 일’에 더 익숙한 그를 지금처럼 활동적이며 공부 잘 하는 학생이 되게 한 건, ‘칭찬’의 힘이었다. ‘랭귀지’ 과목을 담당하고 있던 말레이시아계 교사는 학생의 서툰 영어 한마디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격려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게 된 박군은, 현재 UBC와 SFU 두 학교에서 장학금 수혜자가 될 예정이다. 현재 재학중인 학교의 추천을 받아서다. 그러나 부모님은 한국에서나 캐나다에 온 이후에도 ‘공부하라’는 말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항상 제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장차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경험을 쌓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공부를 못할 때도 음식점에서 서빙이나 갈비집 아르바이트를 해도 ‘공부해라’고 간섭하지 않으셨죠.”

‘나쁜 짓 빼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는 것이 그의 부모님의 자녀교육 방법. 대신 ‘약사가 되면 장래에 유망한 직업일 것 같다’는 정도의 조언을 해주었고, 스스로의 적성에도 맞아 진로는 그쪽으로 정했다. 

꼭 무대가 아니어도 학생 모두 참여가능 한 놀이마당 구상

혹, 버나비 유도대회에서 우승한 후 조선일보에 보도된 박군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교민들도 있을 듯 하다. 올해 열 일곱, 한국나이로 열 아홉 살이 된 그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엔 어린 고등학생일 뿐이지만, 무슨 일을 하든 항상 노력하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서 자기 발전으로 연결시키려는 모습이 어른스럽기만 하다.

“먼 미래는 생각해서 허둥대기보다, 지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는 게 전부일거 같아요.” 

약사가 되는 목표 외 그의 또 하나의 꿈은 꼭 무대가 아니더라도 한국 학생들이 모두 함께 뭉쳐 ‘한바탕’ 놀이 같은 공연을 펼쳐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혹시 5년 전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매사에 자신 없고 힘든 친구들에게 ‘아,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잘 할 수 있구나’ 희망이 되고 싶다고.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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