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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감자탕 맛은 "다 잊어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4-13 00:00

탕! 탕! 국! 국! 전문점 구월산(九月山)

감자탕, 설렁탕, 순대국, 선지해장국이 맛있는 한식당 ‘구월산’을 추천한 독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오르는 산행인. 겨울철 비를 흠뻑 맞으며 산행을 끝낸 다음 이곳을 찾아와 얼큰하고 구수한 감자탕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다는 추천인. 미식가라고 자부하는 ‘어른’께 무례함을 무릅쓰고 “신세대들은 별 2개정도의 그저 그런 맛”이라는 평을 말했더니 “밴쿠버에서 이 정도면 감사할 맛”이라며 “그동안 감자탕 맛은 다 잊어라”는 것. 무촌(無寸)인 손님이 손님을 이렇게 설득하려 드는 그 맛의 진실.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샌디에고의 소문난 양념 갈비집 주인의 대변신
“맛있는 감자탕을 만들려면 돼지 등뼈를 7센티 크기로 잘라서, 냄새 없이 잘 우려내야 합니다. 더 작아도 커도 뼈 사이사이 살에 배어드는 양념의 양이 짜거나 싱거워서 살 맛이 달라지죠. 또 감자도 우리나라 강원도 감자처럼 단맛이 나면서 포근한 걸로 잘 골라야 국물이 개운하구요. 여기에 우거지와 깻잎, 통 들깨를 넣어 구수함을 더해야 하고, 뼈 사리의 양이 넉넉한 것도 감자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맛의 비결이지요. 감자탕 참 까다롭지요?”
미국 샌디에고에서 유명한 ‘부초 숯불갈비’를 10년 동안 운영하던 김혜영씨가 처음 고깃집을 하려고 찾다가 우연히 이 집을 인수하게 된 배경은 ‘쉬울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양념갈비라면 “눈 감고도 맛있게 재울 자신이 있다”는 김씨가 감자탕 집을 선뜻 인수하게 된 건, 감자탕을 좀 만만하게 봤다는 이야기.
“양념갈비는 온갖 과일과 야채를 갈아서 소스로 만들어 재운다음, 숙성시키는 온도와 시간, 불의 온도까지 맛을 좌우하죠. 정신이 없었어요.”
‘호랑이 피하면 여우 만난다’고 10년간 운영하던 미국에서의 고깃집을 접고, 좀 편한 메뉴라는 생각에 밴쿠버에서는 망설임 없이 선택한 감자탕이 오히려 더 까다롭더라는 김씨. 원래 첫 국물 한 수저에 ‘맛이 있다, 없다’로 결정되는 ‘탕’류의 맛내기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 미국 샌디에고에서 갈비집으로 유명한 부초를 운영하던 김혜영씨는 ‘탕’ ‘국’의 맛있는 국물 맛 내기가 갈비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일식 주방장인 동생 부부가 도와주고 있지만 구수한 감자탕이나 뽀얀 설렁탕, 선지해장국, 순대국은 어떤 일이 있어도 김씨가 일일이 기름을 걷어가며 끓여 직접 만든다. 어쩌다 마음이 가라앉는 날 찾아가 뽀얀 설렁탕 국물에 잘 익은 큼직한 깍두기 넣어 한 그릇 훌훌 먹고나면 우울함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린다.

탕! 탕! 국! 이만한 맛, 그저 고맙지 뭐.
일요일 오후 4시의 식당은 대체로 한가한 시간. 음식 맛에 일가견이 있는 주인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눌 겸 해서 느즈막한 시간에 찾아갔다. 주인 김혜영씨는 미국에서 이미 ‘대박’을 터뜨린 식당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지만, 결코 스스로가 만든 음식에 대한 지나친 자만심으로 손님의 불편함과 부족함을 미처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내공이 두둑해 보였다. 그렇다고 지나친 겸손으로 포장한 영악한 사람은 더욱 아닌 것이, 이 집 단골 손님들이 ‘손님이면서 손님을 설득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 듯.   
하지만 주인의 인간성과 인격이 아무리 훌륭하다 손 쳐도, 식당 주인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또 하나의 인격(人格). 노스 밴쿠버 일식당 주방장도 휴일이면 찾아와 한 그릇 먹고 간다는 감자탕을 시켰다. 큼직한 냄비에 대파와 향긋한 미나리, 감자가 불룩하게 올려진 속으로 돼지 등뼈가 숨은 감자탕은, 진한 국물들 사이로 통 들깨가 동동 떠다니는 것 말고는 국물 위에 뜨는 기름기가 없는 게 신기하다.
“등뼈는 맛있게 잘 익은 된장을 넣고 삶아서 한번 버리고, 다시 끓이면서 계속 기름기를 걷어냅니다. 그런 다음 갈비를 재우던 방법으로 만든 양념을 숙성시켜서 부드러운 맛을 가미하죠.”
감자탕은 특별한 비결이라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는 김씨는 “음식의 가장 맛있는 양념은 정성이며 각 재료의 궁합을 맞추고, 저마다의 정직한 맛을 어우러지게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구월산 감자탕은 국물이 칼칼하면서 어른들이 좋아할 ‘한국적인 맛’을 간직하고 있다. 지나치게 다듬어지고 가미되어 세련된 맛을 뽐내지 않으면서 구수하고 진중함을 담고 있다. 

소문의 진위!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설렁탕!
구월산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또 하나의 메뉴는 설렁탕과 선지 해장국.
“나두요~~~”
맛을 보지 않고는 한 마디도 언급할 수 없는 병적인 결벽증에 설렁탕과 선지 해장국을 주문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설렁탕은 워낙 고소한 맛이라 항간에 ‘우유를 넣는다’는 소문의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이유였다. 맛을 확인하는데 ‘맛을 보는 방법’ 외 더 이상 확실한 게 있을까. 서울 모모 할매 설렁탕 집이라는 구체적인 상호를 들먹이며, 그 집이 고소하라고 우유를 섞는다는데…… 말을 빙빙 돌렸다.
“나도 들었어요.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소 뼈가 싼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설렁탕은 좋은 뼈 사서 양지를 넣어 오래 오래 끓이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에 뭘 왜 첨가해요. 한국은 뼈 값이 비싸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겠지요.”
10시간 동안 푹 끓여서 만들었다는 설렁탕은 누가 먹어봐도 사골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꼭 눈으로 보고 싶은 충동이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설렁탕 끓이는 솥이 어디 있어요?”
주방 안쪽에서 퇴근할 때를 제외하고 항상 켜져 있다는 사골 솥에 뽀얀 설렁탕 국물이 부글 부글 끓고 있는 게 보인다. 괜한 소문이 들릴 때 마다 주인의 속도 저렇게 ‘부글 부글’ 끓었을 듯.

사골 국물로 끓인 선지해장국과 순대국! 
6시가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한 떼의 대학생들과 일요 축구를 끝낸 ‘버나비 동네 축구’팀, 주말외식을 나온 가족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손님이라도 나서서 당장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안될 지경으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입구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더욱이 내리는 비 때문에 가게 안으로 들어와 서 있는 손님들을 세워둔 채 먹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서둘러 먹는 것도 보였다.
주인은 ‘오늘 특별히 바쁘다’고 했지만, 손님들이 약속하고 이날 들이닥친 것은 아닐 터, 내친 김에 주방 안으로 들어가 밥을 담는 일을 거들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덕분에 주방 안을 ‘합법적’으로 샅샅이 훔쳐볼 수 있었다.
뚝배기에 사골 국물을 넣고, 삶은 시래기와 콩나물, 선지 덩이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 낸 선지해장국은 이 집에서 감자탕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메뉴. 순대국은 따로 내 놓는 순대를 양념장을 넣어 먼저 내장을 건져 먹은 다음 순대는 살짝 살짝 담궈 빨리 껴내 먹지 않으면 풀어져 버리는 것이 단점이지만 냄새 없이 깔끔한 맛이 또 별미다. 
구월산에서도 결론은 ‘감자탕’, ‘설렁탕’, ‘선지해장국’에 별 ★★★★★, 순대국 ★★★.

*영업시간  
    월~금요일  10:00 am ~ 10:30 pm
     토~일요일  9:30 am ~ 10:30 pm
*주소   535 Clarke Rd. Coquitlam
*전화   (604) 931-5535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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