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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 비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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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4-10 00:00

공연물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시도와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 무대 위에서 녹아 들게 하려는 실험들이 활발하다는 얘기다. 최근에 한국 공연무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비보이(B-Boy) 공연, 또는 비보이를 소재로 한 공연이다. 지금도 여러 작품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환호하게 하고 있다.

비보이, 또는 비걸(B-Girl)은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를 전문적으로 추는 젊은이들을 칭하는 것이며 비보잉(B-Boying)은 그들의 춤, 또는 그 장르를 말함이다. 1970년대 미국 뉴욕의 뒷골목에서 태동한 비보잉은 흑인들을 중심으로 소외된 젊은이들이 커다란 카셋트 데크를 들고 다니며 음악(Hip-Hop)에 맞춰 춤추며 놀던 것이 진화해서 현재에 이르는데, 비보잉의 핵심은 기성에의 저항이며 기존의 질서에 가하는 파괴인 동시에 일탈이다.

브레이크 댄스는 겉으로 보기에 그저 막 추는 춤 같지만 높은 난이도의 동작을 소화해야 하고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춤이다. 비보이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과시하며 브레이크 댄스의 고수들을 찾아 겨루기를 하는데, 그들은 이를 가리켜 배틀(Battle)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전투며 싸움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비보잉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어서 매년 독일에서 열리는 ‘배틀 오브 더 이어’ 등 세계 4대 비보이 배틀을 석권하고 있다.

요즈음 한국의 공연계에서 극장 안(실내)으로 들어온 비보잉,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풍물과 한 무대에서 만나는 비보잉은 참 주목할 만한 것이다. 브레이크 댄스를 힙합 댄스라고도 하는 것처럼 비보잉은 힙합 음악과 떼어놓고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 자리를 우리의 풍물이 차지해서 독창적이며 조화로운 무대를 개척하고 있다. 풍물은 농악 연주나 놀이에 쓰이는 악기들의 통칭인 동시에 사당패, 풍물패와 같은 놀이패의 연희 내용이나 형식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풍물과 비보잉은 외형상 서로의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지만 양 쪽의 배경이나 요소들을 잘 살펴보면 흥미로운 조화의 개연성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풍물이나 비보잉은 마당이나 거리에서 태어나고 발전했다. 안온한 실내가 아니라는 얘기다. 거칠고 험난한 현장에서 발전해온 태생의 공통점이 있다. 마당이나 거리에는 실내보다 훨씬 더한 삶의 생명력과 호소가 넘쳐난다. 고단하기 그지없는 노동을 감수해야 했던 뭇 민초들의 삶이 그랬고, 불평등과 인권탄압에 시달리는 뒷골목의 흑인들이 그랬다. 따라서 풍물과 비보잉은 보다 역동적으로 사람들을 공감케 하고 흥분시키는 힘을 가진다.

또 하나는 풍물에서는 소리를 비보잉에서는 동작을 꺼내왔기 때문에 서로 충돌할 원인 자체가 아예 차단되었다. 풍물도 소리와 동작을 포함한 연희적 요소를 다 가지고 있고 비보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연희를 뺀 소리만을 내놓고 한쪽에서는 힙합을 빼고서 춤만을 내 놓았기 때문에 그 합이 과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된 것이다. 소리와 소리, 동작과 동작의 충돌을 피하고 서로 다른 요소들의 섞음으로 성공적인 실험을 일구고 있다.

풍물과 비보잉이 조화로움을 갖출 수 있는 요소로 풍물연주의 장단을 들 수 있다. 브레이크 댄스에서의 브레이크는 비트의 정형적인 진행에 균열내지는 공백을 만드는 걸 의미한다. 규칙적인 리듬의 진행을 일부러 거역해서 불규칙의 자유분방함을 누리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풍물연주에서의 장단, 즉 농악장단은 이러한 자유분방함이나 현장성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으며 장단의 불규칙이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풍물장단과 브레이크 댄스의 사위만큼은 각기 지닌 특성상 아주 예외적인 조화를 이루게끔 되어있다.

하나 더 들자면 풍물과 비보잉은 모두 놀이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예술은 인간의 놀이 본능에서 태동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변화를 거듭하면서 놀이의 성격이 배제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지금은 음악과 놀이가 분화되지 않은 강강술래처럼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예술 분야에서 그런 현상을 보인다. 풍물과 비보잉은 모두 놀이적 특성이 강해서 풍물의 여러 놀이와 비보잉에서의 배틀은 사람들의 놀이 욕구를 충족시킨다.

나는 우리의 풍물과 접합된 우리의 독창적인 비보잉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더욱 차원 높은 비보잉의 영역을 구축하리란 확신을 가진다. 우리의 비보이들에 열광하는 지구촌 관객들의 모습이 선하다, 피-스Peace!, 얼-쑤!!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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