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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가꾸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3-08 00:00

“여러분은 중국 여학생, 일본 여학생, 한국 여학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죠?”

한 교양과목 시간에 교수님께서 던진 질문이다.

“가장 멋을 많이 내고 화려하며 명품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한국 여학생입니다.”

한 남학생의 거침없는 답변에 강의실은 갑자기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 남학생은 그저 단순히 나름대로 외형적인 구분 방법에 대한 답을 한 것이겠지만, 나는 그 말이 갖는 부정적 의미도 함께 떠올랐기 때문에 그냥 따라 웃을 수만은 없었다.

스무 살 전후의 여학생들이 외모에 관심을 갖고 보다 예쁘게 꾸미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결코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 특히 한국 여학생들의 외모 가꾸는 감각은 다른 아시아권 여학생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하다.

한 중국계 친구는 한국 여학생들의 패션 코드와 외모가 부럽다고 말한다. 또 다른 중국계 친구는 자신의 외모도 한국 여학생처럼 보이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들의 미의 기준이 어느덧 한국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한류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TV를 별로 접할 기회가 없는 나로서는 학기가 바뀔 때마다 캠퍼스를 누비는 새로 온 유학생들을 보면서 현재 한국의 패션 유행을 감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 여학생들은 왜 외모 가꾸기에 민감한 것일까?

한국 대학생들의 외모는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lookism)의 한 투영이라고 보여진다. 이 시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몇몇 연예인들이 이런 유행을 선도하기도 하고, 타인의 평가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도 이런 획일화된 유행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인 듯도 싶다.

반면 이곳 캐나다 학생들은 어떠한가?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편하고 수수한 복장(점퍼, 청바지, 트레이닝복, 심지어는 잠옷도 등장)으로 교정을 누비는 것을 볼 수 있다. 서구 특유의 편의주의와 실용주의가 한몫하기도 하겠으나 복합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캐나다 특유의 사회구조상 타인의 옷차림이 별로 남의 눈길을 끌 일도 눈길을 줄 일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국가정서가 갖는 강한 응집력 때문인지 ‘우리’라는 한 공동체로 결속되어 있어 유행의 전염도 다른 공동체보다 빠르고 강한 것 같다. 어느 한 쪽이 더 좋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타인종 학생들 눈에 한국 학생들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겉 모습에만 집착하는 학생들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실을 기하며 외모에도 신경 쓴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자칫 ‘실력 쌓기’보다 ‘외모 가꾸기’에만 치중하면서 비효율적인 대학생활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단지 눈과 말초신경만을 만족시키는 획일화된 외형적 유행보다는 개성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꽉 채워줄 보다 생산적이고 건전한 형태로 자기표현 욕구를 표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송현정 인턴기자 eileensong86@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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