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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글발 자가식별법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2-15 00:00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어느 정도 라이팅(writng)을 하는지 모른다. '스피킹'(speaking)이야 겉으로 쉽게 드러나니 '잘한다' '못한다'로 쉽게 판별할 수 있으나 라이팅의 수준은 쓴다고 다 글이 아니기에 쉽게 판단을 못 내린다. 특히 아이들이 영어권에 산지 6개월 이상만 돼도 부모의 콩글리쉬를 능가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영어세계, 그 중에서도 난공불락인 라이팅은 부모의 경계를 넘고 만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단지 학교에서 받아오는 영어(Language Art) 점수의 A, B, C에 의존하기 일쑤이며 혹 욕심이 많은 부모들은 일부 지역의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라이팅 대회에 참가시키거나 현지 사설교육기관의 자칭 객관적인 혹은 마케팅 차원의 평가도구에 의뢰해 아이들의 라이팅 실력을 가늠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라이팅 수준을 측정하는 대부분의 기준들이 문법의 옳고 그름 정도를 가늠할 뿐 아이의 라이팅 수준을 포괄적으로 측정하지 못한다. 라이팅 문법 수준의, 수박 겉핥기 식의 측정도구로 가장 알려진 게 토플 에세이다. 토플 에세이는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주제에 대해 기술하는 것으로, 글의 질보다는 양 중심의 시간관리 측정도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외에 한국 부모들이 많은 돈을 들여가며 아이의 진짜 라이팅 실력을 측정했다고 자위하는 측정 도구들 역시 대부분 토플의 짝퉁 수준이다. 그렇다면 단지 문법 수준을 넘어 우리 아이들의 진짜 글발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창의적인 글쓰기 워크숍을 통해 많은 아이들의 라이팅을 검토해 온 평가자이자 작가의 입장에서 가장 경제적이고도 교육적인 자녀 글발 평가 노하우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단, "나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요"라고 자신의 영어실력을 지나치게 평가 절하하는 부모들이나 "아이의 라이팅을 20-30분 들여볼 시간조차 없어요"라고 말하는 돈 벌기에 바쁜 부모들에게는 지금 나누고자 하는 자가평가의 지침이 크게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은 학교 에세이를 비롯해 특정한 장르의 라이팅이 아닌 전반적인 라이팅 측정 기준이며, 가장 '기본적인 판별기준'이라고 간주해 주길 바란다. 측정대상은 '리딩'에서 최소 그림책(picture book) 수준을 넘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아이이길 바란다.

우선 아이들이 쓴 글의 양을 봐라. 글쓰기는 표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3학년 아이가 한 문단(paragraph)을 못 넘기고, 6학년 아이가 여전히 1장 이상을 못 넘기면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아이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많이 썼나 안 썼나'의 판단 기준에는 스펠링이 틀렸다느니, 문장 구성이 엉성하다느니, 논리적이지 않다느니 등의 문법적 요소는 배제된다. 틀리건 말건 '주저리주저리' 글로 푸는 게 더 중요하다. 스펠링과 무관하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다음의 글을 읽어봐라.

'Maybe Dats(That's) Youwr(Your) Pwoblem(Problem) Too. All my pwoblems(problems) who knows, maybe evwybody's(everybody's) pwoblems(problems) is(are) due to da(the) fact, due to da(the) awful twuth(truth) dat(that) I am SPIDERMAN.'

이 수준에서 문법을 가르치면 아이들의 생각이 극히 제한되니 부모들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리면 어릴수록 '말'과 '글'의 수준이 같이 가기 쉬우니 우선 말로 이야기를 잘 표현하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 저녁 잠자리에서 아이의 침대에 같이 누워 "옛날 이야기 하나만 해달라"고 조르는 방법이 필자에게는 주효했다. 책만 읽어주고 끝낼 게 아니라 아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라. 처음엔 한 두 마디였다가 나중에는 '그만 하라'고 하기 전까지 나불거리게 된다. 이 세상의 어떤 라이팅 시험도 길이를 무시할 수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충분히 표현하도록 도와라!

아이들의 글이 '양'을 웬만큼 충족했으면, 이젠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주저리주저리 표현하는 아이들의 글에서 'and, but, or, for, so' 등과 같은 등위 접속사 사용이 빈번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대개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되는 이들의 라이팅은 자신들의 '말'과 같이 표현된다. '그래서... 또... 그 다음은 ... 왜냐하면... 응.' 이야기를 풀어가기는 하지만 실제 내용은 허전하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미스 프레밍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발이 없어졌다(Miss Fleming's wig had gone missing). 그래서(Then) 사람들이 놀렸다. 불라불라불라(blah-blah-blah)...(중략)...그래서(Then) 결국 가발가게에 갔다. 무지하게 비싼 가발을 샀다. 그래서(So) 기분이 좋았다. The End.

평가-만족할만한 수준이 안됨(솔직히 글이 아님). 글의 기승전결은 있으되 맛이 없다. 너무 개략적인 상황 묘사만 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없고 목소리가 없다. 특별히 글쓰기 훈련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7학년이라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주저리주저리' 파 아이들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라', '너의 생각을 가미해라'는 주문을 자주 하게 되면, 아이들이 글이 대폭 달라진다. 아주 디테일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I sit writing(나는 앉아서 글을 쓴다)'만 쓰던 아이가 이젠 'As I sit writing, the sun has finally broken through the clouds(내가 글을 앉아서 글을 쓸 때 햇살이 구름을 통해 들어왔다)'라고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글에는 시밀리(similes)나 메타포(metaphor)가 많이 등장하게 시작한다. 직유법인 시밀리의 예를 들면, As good as it gets(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이고, 은유법인 메타포는 'The sky is a child's cotton candy(하늘은 어린 아이의 솜사탕이다)'와 같다. 이 단계에서는 어떤 문장이나 문단도 묘사에 중점을 두는 대신 큰 줄거리를 잊게 된다. 즉 전체 구성(plot)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 단계의 아이들은 글을 다 못 끝내고 중도에 포기하기 쉽다. 처음부터 구성을 생각하지 않고 쓰다가 지레 포기하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 역시 부모들의 인내가 필요하다. 이런 실패의 경험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발적으로 습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다. 시간 내에 끝내라는 둥, 처음부터 구성을 생각하고 쓰라는 둥 구구절절이 간섭하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미워서라도 글과 결별하게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사춘기로 접어들고, 중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 이상의 평가는 부모들의 영역이 아니다. 이젠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따져야 하며 전체 맥락과 구성, 일관성과 창의성 등 다각적인 평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라이팅이 이전의 단계들과 극명하게 다른 점은, '글이 간결해진다'는 것이다. 유창성(fluency) 면에서 '주저리주저리'가 없어지고 간결해지며, 표현 면에서 진부함(cliche)이 사라지고 단순하고 분명한 문장들로 대체된다. 예를 들면 'I was born in Korea. And I was raised in Korean. Then I came to Canada in 2007.'의 세 문장이 다음과 같이 하나의 문장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Born and raised in Korea, I came to Canada in 2007.' 좀 더 발전하면 많게는 7개 단문을 한 문장으로 줄여 쓸 수도 있다.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시대 최고의 미국인 작가 스티븐 킹은 라이팅에 관한 자신의 책 'On Writing'에서 대부분 라이팅에 관한 책들은 쓸데없는 말로 채워져 있다(Most books about writing are filled with bullshit')고 비판하며 '쓸데없는 말을 줄이라(Omit needless words)'고 조언한다. 라이팅의 기본을 말해주는 원칙에 'KISS'가 있다. 'Keep It Simple, Stupid(단순해라, 멍청아)!'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던 초급 딱지를 떼고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이젠 '쓰는 것보다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알게 된다. 줄여 쓰는 과정을 흔히 '편집(editing)'이라고 한다. 스티븐 킹이 '편집자는 신이다(editor is divine)'라고 말할 정도로 편집은 라이팅의 백미이다. 아이들 역시 편집의 필요성을 알 때쯤 되야, 그리고 편집하는 데 기꺼이 자신이 최고 좋아하는 msn 채팅시간을 포기할 때쯤 되야 본 '라이팅'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박준형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글쓰기 사회 설립자 겸 저자
cwc2004_1@hotmail.com
(778) 233-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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