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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후 위한 최고 선택은 봉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1-26 00:00

[신년기획] '제2의 허니문' 박용재·황숙희씨 부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퇴직이 다가오면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신년기획 '은퇴자들이 사는 법'을 통해 은퇴 이후의 재정 설계, 노년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젊은' 실버 세대들의 삶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나이는 잊고 열심히 삽니다"

박용재, 황숙희씨 부부를 처음 봤을 때, 뜬금없이 부부의 신혼모습이 떠올랐다. 청년 같은 꼿꼿한 체격에 온화한 얼굴,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따뜻한 시선. 찻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지난 일의 동일한 경험조차 눈빛으로 반드시 상대의 동의를 구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박씨는 은퇴 시작 나이를 두 해나 지났고, 부인은 올해부터 시작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앞서 삶을 마감하고 떠난 망자의 세상정리를 도와주고, 손길이 필요한 곳에 힘을 보태며 살아가는 것을 부부의 남은 삶의 목표로 정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바쁘고 행복한 나날"

박용재씨 부부는 한국에서 '자식 잘 키우는 것이 은퇴 준비'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93년 한국을 떠나왔다. 벌써 15년 전 일이다. 이민 후 두 차례 사업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곧은 성격에 조금의 융통성조차 남을 속이는 일 같아 이민조건이 해지되는 순간 접었다.

생활은 미리 가입해 둔 연금저축과 모기지 없이 집을 구입한 덕에 이자 부담이 없고, 2년전부터 캐나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금 등으로 크게 위협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그래서 돈 버는 일보다는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찾아 나섰다. 부부는 나란히 봉사단체에 나가서 나눔을 생활로 삼으며, 제2의 허니문 은퇴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은퇴 후 박씨는 좋아하는 운동을 마음껏 즐기며 독학으로 공부한 클라리넷, 색소폰 연주가 수준급이 다 된 요즘, 다시 트럼펫에 도전했다고 한다.

"이건 가족끼리 이야기인데.... 올해 집 사람 생일에 플룻, 바이올린 하는 딸들과 합주를 준비하고 있어요. 곡목은 아내에게도 비밀입니다."

딸들과 아내의 생일 축하곡을 연습한다는 남편 박씨의 얼굴이 기쁨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들 부부를 만난 이후 상반된 단어의 조합 '허니문 은퇴'를 떠올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고 푸근히 감싸기보다 무작정 열정만을 앞세워 싸움이 잦은 신혼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을 표현하기에는 그 이상 적당한 게 없을 듯 하다. 더구나 박씨는 1년 전 시작한 검도 승단시험에 합격만 하면 곧 2단의 유단자가 되는 겹 행운이 기다리고 있어 은퇴 이후의 삶을 누구보다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고 있었다. 

경제적인 부분의 수입과 지출 형태 재미있다

부부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생 과일 주스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근처 스포츠 센터에서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또래 노인들과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는 재미도 꽤 큰 편. 두 시간가량 운동을 끝내고 팀 호튼에 들러 커피와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을 사 먹기도 하지만, 주로 집으로 돌아와 현미 잡곡밥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저녁은 미혼인 막내딸과 가까이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찾아와 외식을 하는 일이 잦은 편이기도 하고, 약속이 없는 날에도 부부만의 오붓한 저녁 외식을 즐길 때가 많다고 했다.

24시간 함께 지내며,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 만나는 지인, 일어나는 일들까지 공유하는 부부사이에 대화가 필요 없을 듯. 하지만 공유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소한 설명을 생략해도 대화가 통하는 까닭에 소재는 늘 풍부하다고 말한다.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읽어내는 노 부부의 우정 같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경제적인 수입과 지출 형태는 조금 재미있다.   

아직 미혼인 막내딸은 부모님이 필요한 생필품과 소모품을 책임지고, 큰 사위는 아버지 박용재씨의 용돈을, 둘째 사위는 어머니 황숙희씨의 용돈을 부담하는 것이 가족들간 묵시적 약속처럼 되어 있다고 했다. 요구한 적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그렇게 정해져 있더라는 것. 모기지 이자 부담이 없고, 자녀들이 분담하는 형태로 도움을 주고 있어서 큰 수입 없어도 생활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노후를 위한 부부의 목표는 봉사"

박씨 부부는 남은 삶을 손길이 필요한 곳에 나눔을 자청하며 ‘봉사하는 삶’을 목표로 정했다. 천주교 '연령회' 봉사자로 캐나다의 장례 절차에 당황스러운 교민들의 장례식을 도와주고, 매주 화요일은 헤이스팅 거리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에 손길을 보탠다.

 "봉사한다고 하면 내 것을 '주는 것' 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는 것보다 내가 얻는 것이 더 많은 축복이란 걸 이 일을 시작한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젊었을 때 누군가 저에게 봉사하라고 하면 시간이 나면 하겠노라고 미루었는데, 봉사의 기회는 받는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사람에게도 똑 같은 기회라는 걸 알았지요. 기회란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

특히 장례를 도와주는 연령회 봉사에서는 미국 어느 지역의 묘비명 '나도 얼마 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처럼 살아있었다'는 일화처럼, 어제 함께 차를 마신 사람이 오늘 유명을 달리하고 내 앞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죽음을 가까이서 대하면서 오히려 삶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고 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필수 요소가 있지만, 박씨 부부는 그 중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봉사'를 꼽았다. 그러기 위해서 건강함은 또 필수라는 것.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건강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일에도 건강함이 첫번째 조건임은 더 이상 부연이 필요가 없는 일. 노인에게 신체의 건강함은 또 자신감과 결부되는 것이기에 매일 아침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2의 허니문, 은퇴 후 부부만이 다시 찾은 신혼

은퇴 후 경제적인 해결과 삶의 가치에 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된 즈음, 부부의 46년전 진짜 신혼시절과 연애담이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박용태씨가 신문방송학과 대학생, 부인이 여고 시절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부산에서 서울로 미술지도를 받으러 다니던 여고생을 열차안에서 본 박씨가 한 눈에 반했지만 말 한마디 걸지 못하고 끝이 났다. 하지만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정해 준다고 하듯, 군인이던 박씨에게 신방과 친구가 보내준 이화여대 학보에서 미술대학 과수석 입학생 사진 속에서 그 여고생을 발견. 이후 이화여대 문턱이 닳았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로부터 46년 세월을 함께 보내고, 제2의 허니문 은퇴를 맞이했다. 이제 남은 삶의 가장 친한 벗으로 웃음까지 닮아 있는 부부는 하루하루 보람있고 행복한 부부만의 삶을 가꾸며 살아가고 있다.

이재연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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