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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2-14 00:00

교환학생 자격으로 UBC에서 맞은 첫 번째 학기의 마지막 강의가 끝났다. 입학보다 졸업이 더 힘들다는 북미 대학의 학사제도를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처음부터 각오를 하고 왔지만, 네 달 남짓 겪은 실제의 UBC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를 때가 많았다. 기대했던 만큼 몸으로 느꼈던 한국과 캐나다 대학의 차이점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캐나다와 비교할 때 한국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졸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신 취업을 할 때 직장에서 서류면접 시 학점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입학 후에도 꾸준히 학점을 관리해야 한다. 대학 생활의 충실도는 학점이 말해준다는 인식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평균 이상의 학점을 소지한 지원자라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활발한 교외 활동 등에 비중을 더 두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관공서 등에 입사를 준비하는 공무원 지망생의 경우 학점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강의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재수강, 심지어‘삼수강’까지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출석률이나 시험점수가 최악의 양상을 보이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F는 쉽게 받을 수 없는 학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대학이 학과 공부를 소홀히 시킨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 많은 대학이 졸업하기 위한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한자능력검정시험, 공인영어시험, 봉사활동 등을 요구하고 있고, 재학 중에 이중전공이나 부전공을 의무화 하기도 한다. 상대평가 제도 때문에 남보다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캐나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시험 기간에는 밤을 새우며 공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 학기에 정규시험 두 번, 퀴즈 여섯 번, 페이퍼 두 번, 발표 한 번을 진행하는 강의를 들었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최소한 ‘놀고 먹는 한국 대학생’이라는 비난은 틀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평가 제도로 운영하여 50점을 넘지 못하면 무조건 F로 간주하는 밴쿠버에서의 생활은 그간의 공부 방식을 바꿔야 할 만큼 달랐다. 매주 복습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진도와 두꺼운 원서, 엄격한 규정의 페이퍼 형식은 사실 ‘몰아서 공부하는’ 공부에 길들여진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애써 눈을 돌리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진 밴쿠버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 주말마다 여행과 공부의 기회비용을 놓고 저울질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다. 각종 레포츠와 여가 활동을 통해 학생으로서의 여유를 즐기며,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비춰지는 캐나다 대학생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밴쿠버에 같이 입국한 친구들의 옷차림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이들을 따라 소박하게 바뀌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라틴어에는‘Carpe Diem(현재를 즐기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은 취직을 위해 마치 필수처럼 되어버린 인턴십 때문에 방학 중에도 쉬지 못하고 이력서와 면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졸업이나 취직 따위의, 귀국과 동시에 한국에서 마주하게 될 현실적인 고민들은 최소한 여기에서만큼은 잠시 접어둔 채 밴쿠버에서의 꿈 같은 대학 생활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노력 중이다. 때때로 밀려오는 외로움과 한국 생각, 객지 생활을 견디며 지금 어디에선가 공부하고 있을 같은 처지의 한국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토닥거림을 전한다.

엄미선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 3년) efmi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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