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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봉에 올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2-14 00:00

丙戌陽九月二十八日與四人騎獅子峯有懷
병술 양구월 이십팔일 네사람과 함께 라이온스 봉을 올라타고 느낀 바 있어
 
溫城北踞雙獅悍 밴쿠버시 북쪽기슭 두마리의 굳센사자
凜凜雄姿王衆山늠늠할사 그 웅자가 모든 산의 왕이로세
千丈靈巖鳥不敢 천길바위 영봉이라 새조차도 못오르고
萬階絶崖宿雪殘 수만계단 절벽길엔 묵은눈도 남아있네
爪攀石壁 汗如雨기다시피  절벽오르니 땀은 비오듯
力盡登臨乾坤間 기진맥진 올라보니 하늘땅이 맞닿았네
天末遙岑千波來 하늘끝  봉우리들 천겹만겹 굽이쳐와
騎獅傾酒浩氣滿사자 타고 잔을드니 호연지기 가슴가득
 
於獅子雙峯間梅軒得意
라이온스 쌍봉 사이에서 매헌은 뜻을 얻다

산행후기 시작노트

밴쿠버 시가지를 옹위하고 있는 하고 많은 산들 중 가장 잘생긴 산을 꼽으라면 단연 이 친구가 으뜸이다. '모든 산들이 바다를 연모'하여 달려가지만 이 두개의 쌍봉은 달리기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엉버티고 모든 산들을 굽어보며 선 형국이 영판 사자 두 마리의 형상이다. 지관이나 풍수의 대가가 아니더라도 이곳 사람들조차 이 범상치 않은 양 봉우리의 국세(局勢)나 체형(體形)에 압도된 나머지 산이라 부르길 거부한다. 그냥 친근하게 'The Lions'라고 부른다. 정관사 'The' 는 문법상으로도 어지간한 놈이 아니면 붙여 주지 않는 왕관에 다름아닌 수사법이니 '그 사자들'이라는 복수형만 취해도 통하는 산 이름이다.

소위 풍수에서 말하는 맺힌혈을 좌우로 둘러싼 수호혈을 좌청룡 우백호라 한다는데 풍수 지리학적으로 말하면 밴쿠버 전 시가지를 좌사자 우사자가 수호하고 있는 형국으로도 억지 풀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밴쿠버 시민들의 잠재의식 내지는 집단무의식 속에 이 쌍봉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는 허다하게 발견된다. 스탠리 공원과 웨스트 밴쿠버 사이의 해협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이름이 'The Lions Gate Bridge'이며 다리 입구엔 두 마리의 석제 사자 조형물이 이 쌍봉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그리고 금년도 캐나다 미식축구(CFL) 챔피언이 된 밴쿠버 미식축구 구단의 이름 또한 'BC Lions'이니 알만하지 않은가. 이쯤해서 라이온스라 부르지 말고 여기 화교들처럼 '사자산'으로 부르자. 사자산은 밴쿠버를 대표하는 간판 산(Signature Mountain)이자 밴쿠버 시민들의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진산(鎭山)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진산이 이를 오르는 산행인들에겐 결코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다. 이 사자산을 갔다 왔다고 하면 막말로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산이고, 중견 산행인의 반열에 들 수 있는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산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암에 걸리기 전엔 감히 올라갈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가 2004년 여름 암 수술 후 한참 항암 치료를 받고 있던 그 암울한 투병의 7월 어느날 우리집 안방 강아지인 '토끼'(Miniature Pinscher)만 달랑 데리고 무작정 나선 것이다. 항암제로 인한 지독한 후유증에 격렬한 산행으로 맞불을 놓아 이겨보자는 '무대뽀' 작전이었다.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는 주중이지만 곰에 대한 두려움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암으로 죽으나 곰한테 물려 죽으나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래도 10파운드밖에 안 되는 우리 '토끼'가 동행하고 있다는 것이 적이나 의지가 되었다. 암환자 주인을 잘못 만난 이놈은 그 험한 사자산 정상을 공동으로 오른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라이온스 베이를 출발하여 정상까지 5시간이 소요되는 트레일의 2/3 구간은 절벽이나 마찬가지다. 경사도 경사려니와 7부 능선 이상은 온통 바위 투성이라 다람쥐처럼 기민하지 않으면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 이름이 사자산이니 사자란 놈이 제 잔등에 사람들이 올라타는 걸 좋아할 리 없는 것이다. 몸을 뒤틀고 요동치는 틈새를 이용하는 고도의 발 놀림과 체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사자산의 정상에 올라 웨스트 라이온스와 이스트 라이온스를 바라보라! 파아란 하늘과 땅 그리고 등산자 자신만 있는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만 있을 뿐이다. 그건 고독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자신이 일체되는 무아의 경지였으니 말이다.

바로 그 순간 그 느낌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산행 길에 나서는 것이다. 결코 산은 자기를 찾는 순례객들을 배반하거나 실망 시키지 않는다(A mountain never fails you!). 사자산 정상에서 카필라노 댐과 다운타운을 바라보니 그렇게 높아 보이던 그라운스 정상이 뒷동산으로 보였고, 반대편의 라이온스 베이 마을이 발아래 점으로 보인다. 동쪽으론 사자산보다 표고가 훨씬 높은 Mt. Harvey , Brunswick Mt. 그리고 Hat Mt.조차 사자산에 머리를 조아리며 읍을 하고 있었다. 사자산은 산중의 산이었던 것이다.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 노나라를 작게 여기고 태산에 올라가 천하를 작게 여겼다(登東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는 논어의 구절이 생각났다.

지금 이순간 나는 사자산에 올라 천지를 작게 여기노라(登獅子山而小乾坤)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고 싶은 호연지기를 어찌하리!

필자 프로필
경남 함양군 안의 출생. 조부로부터 4살부터 17살까지 한학 배움. 1975년 토론토로 이민, 항공기 제조사 디하빌랜드 근무. 1987년 밴쿠버로 이주해 자영업을 운영하며 랑가라 칼리지 법정통역강사,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1994년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송산서당' 설립. '송산'은 조부 정재혁옹의 아호. 2004년 대장암 3기 판명을 받고 수술, 투병 완치 후 현재에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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