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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2-04 00:00

참 이상한 일이다. 서양의 새들은 다들 노래하는데, 우리의 새들은 다들 운다. 서양의 청년들과 아가씨들이 숲으로 가서 트랄라라 나무를 하고 풀을 베는 것도 산새들이 수풀 속에서 노래할 때다. 서울 가신 오빠가 오지도 않고, 소식도 없으면, 뜸뿍새는 뜸북 뜸북 논에서 울고, 뻐꾹새는 뻐꾹 뻐꾹 숲에서 운다. 또한 낮에 우는 새는 배고파서 울고, 밤에 우는 새는 임 그리워 우는데, 제주 민요에서다.

먼동이 터오기 시작하면 서양의 새들은 아침 햇살을 가르며 노래한다. 하지만 우리의 새들은 다르다. 아주 반가운 손님이 오던 날 이른 아침부터는 영락없이 까치가 울었다. 마을이 다 내다보이는 키 큰 나무 꼭대기 잔가지에 앉아, 마을 어귀를 향해 목을 빼고 울면서 손님 오시는 걸 알렸다. 흥부에게 박씨를 떨구던 제비도 지지배배 울었다.

또 어떤 우리의 새들은 죽어라 운다. 두견새 같은 녀석은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목놓아 울다가 오죽 울었으면 끝내 피를 토할까. 이른 봄의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는 두견새가 울고 또 울다 피를 토한 것이라나, 그래서 진달래는 두견화라고도 불린다는데.

우리 새들 중에 가끔 노래하는 새들도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새들은 운다. 왜 우리의 새들은 서양의 새들처럼 노래하지 않고 우는 걸까. 우리의 새들은 서양의 새처럼 즐겁지 않고 그저 슬프기만 한 걸까.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서, 기쁨(喜)과 즐거움(樂)은 그 기(氣)가 하강하는 특성이 있고, 노여움(怒)과 슬픔(哀)의 기는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기쁨이나 즐거움이 너무 과하면 하초(下焦)를 다치고, 그와 반대로 노여움과 슬픔이 과하면 상초(上焦)가 상하게 되어 사람들은 뒷목을 잡는다.

그런데 아주 오묘한 것이 우리의 몸이고 기의 흐름이어서, 어떤 감정상태가 너무 심하게 지속되면 그에 반대되는 감정이 이입되어 몸과 기의 균형을 잡으려는 작용이 저절로 일어난다. 하도 웃다 보면 울게 되는 것도, 하도 울다 보면 헛웃음 치게 되는 것도 모두 상초나 하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우리 몸과 기의 놀라운 작동이다.

또한 감정과 웃음, 울음의 상관관계를 보면, 슬프거나 화나면 울고, 기쁘거나 즐거울 땐 웃는다는 이분법적 설명이 성립되지 않는다. 슬프거나 화날 때도 웃을 수 있고, 기쁘거나 즐거울 때도 울 수 있다. 이처럼 감정과 웃음, 울음과의 상관관계가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은 희로애락의 감정과, 웃음이나 울음 같은 감정표현이 서로 독자적인 특성의 영역을 가지고 있기 대문이다.

감정은 상대적이다. 어떤 연유 또는 대상에 의하여 생성되는 것이 희로애락의 감정이다. 그러나 웃음과 울음과 같은 표현상의 영역은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하여 비롯된다. 감정이 대상에 의한 적체라면, 웃음과 울음은 스스로의 방식에 의한 배출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감정으로부터 시작된 것과 상관없이 웃을 수도 있고 울 수도 있다. 감정과 표현의 이중성이 성립된다. 이처럼 웃음과 울음은 감정과는 달리 상대 또는 대상을 떠난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배타적인 건 아니다. 물론 이타적이지도 않다.

말하자면 웃는 것이든 우는 것이든 이미 대상을 떠나온 스스로의 배출의 문제인데, 왜 하필 우리의 새들은 우는가. 그건 바로 우는 것만큼 광역의 감정을 아우르고, 배출의 효능을 드높이는 방식이 없는 때문이지 싶다. 우는 것은 희로애락을 모두 아우른다. 소위 카타르시스에 이르는 효능이다. 알지 못하는 시절부터 세습된 우리의 정서에 입각하여, 슬픈 걸로만 치자면 오히려 노래하는 새가, 또는 가만히 있는 새가 차라리 우는 새보다 훨씬 슬프지 않은가.

우리 중에 그 누구도 너는 노래하는 것이냐, 우는 것이냐, 새들에게 물어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새들이 입만 뻥긋하면 우는 거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새들은 모두 슬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맞다, 우리의 새들은 운다. 우리의 새들은 아주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울어왔다.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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