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Cheam Peak에서 첫 함박눈을 맞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30 00:00

丙戌初秋與三人登載岩峯忽遇白雪有感而賦
병술년 초가을 세사람과 함께 Cheam peak에 오르다 갑자기 흰눈을 맞고 느낀바 있어 시를 짓다

其一
昔聞載岩今却行 말로 듣던 Cheam 봉을 이제 오늘 나섰는데
探路驅輪寒雨中 길을 찾아 차를 모니 찬비만 하염없네
白雲度水滿平壑 흰구름은 물을 건너 산골짜기 메워가고
千山滴翠秋光濃 온산에 듣는 남기 가을빛은 짙어가네
轉谷帶山一逕遙 골을 돌고 산을 두른 외길 하나 아련한데
淡紅瑤草四客迎 연분홍 고운 풀꽃 우리 넷을 반겨주네
登臨萬頃疑仙原 고개넘어 만경 들판 신선들의 텃밭인듯
雪浸藍實碧玉勝 눈에 젖은 블루베리 벽옥보다 탐스러워

基二

雲間絶逕瑞雪降 구름사이 가파른 길 서설은 나리는데
滿空紫翠滴人衣  온누리에 젖은 남기 우리 옷을 적시 누나
霜殘玉草花無主 고운풀은 서리지고  꽃은 홀로 피었는데
數點靑山枕碧池 벽옥빛 연못위에 푸른산들 누워있네
寂寞冷天鳶徘徊 인적없는 찬하늘엔 솔개들이 맴을 돌아
試問仙源何處是 무릉도원이 어디메뇨 물어나 보시게들
坐雪擧杯看松柏 눈에 앉아 술잔들고 송백을 바라볼 새
烹茶鍋中雪片時 차달이는 주전자속에 떨어지는 눈 한 조각

丙戌閏七月二十二日於載岩山麓梅軒偶吟
병술년 윤7월22일 Cheam봉 산록에서 매헌은 우연히 읊다

지난 주 2박 3일에 걸친 엘핀호 및 Mamquam 빙원 일대 비경 탐사 감동의 증후군으로 나의 산행 친구들은 눈도 콧대도 높아지고 아니할 말로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해발 2112m의 Cheam Peak을 제안하자 누구 하나 내색하지 않았다. 이 산은 내가 암 투병하기 이전, 모 산우회에 소속하여 산행할 때부터 눈독을 들여놓은 산이다. 사륜 구동 닛산 패스파인더에 셋을 태우고 칠리왁 레이크 로드를 깊숙이 들어가 비포장도로로 진입하니 가을을 재촉하는 찬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소문대로 바위와 웅덩이 투성이의 가파른 벌채 도로를 차가 씨름하듯 올라타고 불만인 듯 식식거린다. 난코스를 가려면 자기 차에 대한 애착심이 무딘 차주가 끼어야 일이 되는 법이다. 행여 차가 골병 들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해발 2100m가 넘는 비경을 이러한 도로가 없다면 애당초 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노릇이다. 무차별 벌채가 지구 생태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리에 수긍은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같은 중생들이 비경을 쉽게 도둑질할 수 있는 묵은 도로가 남아있는 것이 또한 그만치 고맙기도 한 것이다.

거의 한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산행로 입구 주차장에 내려서니 산 중턱은 물론 온 골짜기에 운무가 한참 피어 오르고 있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이중 삼중으로 무단 차량 방벽을 친 산행도로로 들어서니 길가엔 연분홍 꽃잎을 무수히 달고 키를 넘는 산불꽃(fireweed)이 우리 넷을 반겨준다. 10년 전 유콘을 거쳐 알래스카로 자동차 가족 여행 중 알게 된 이 꽃은 유콘의 주화(州花)이기도 하지만 산불만 났다 하면 그 이듬해 약속이나 한 듯 안방차지를 하는 까닭에 좀 고약한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들었다. 야지의 불청객 민들레를 뺨치는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면서도 청초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이 꽃이 만발한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푸른 산이 불타는 듯 하다(山靑花欲燃)"는 두보의 시구 그대로 다가온다.

폭이 좁은 소로로 접어들어 조금 올라가니 눈앞엔 수십 만평이 넘는 고원 평야가 시야에 펼쳐진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고산초원(Alpine meadow)이다. 벌써 서리를 맞았는지 용설란을 비롯한 야생화는 모조리 시들고 블루베리 관목사이로 나리꽃이 여기 저기 비를 흠뻑 머금고 청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변의 흑청색 산들이 베개 하여 누운 연못을 지나 가파른 외길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이 9월 14일, 음력으론 윤칠월 22일이니 한여름에 함박눈을 맞는 행운이 또 굴러 들어올 줄이야. 일년에 입춘이 두 번 든다 해서 쌍춘년인 금년의 병술년 책력엔 음력으로 올 1월 7일에 입춘이 한번 들고 12월 17일에 입춘이 또 들어 있었다. 쌍춘년의 조화라 해야 할지, 아니면 밴쿠버에서 구경하는 킬리만자로의 눈이라 해야 할지... 우리 일행은 때 아닌 함박눈에 환호하고 있었다. 길섶에 씨알도 탐스러운 블루베리가 서설에 파묻혀 있어 입에는 벌써 침이 돌기 시작한다. 탐스러운 청구슬을 몇 개 입에 넣고 우물거리니 평지에서 먹던 텁텁한 농장산은 막말로 잽이 되지 않았다. 블루베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이 세상 최고의 블루베리 맛을 보려면 Cheam 초원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이 남실(藍實)은 장생불사하는 신선들이나 천상의 선녀들이 구름타고 내려와 후식으로 즐기는 천상의 디저트에 다름 아니다. 모두들 등산은 팽개치고 남실 포식에 여념이 없다. 하기야 여름복장에 장비 또한 부실하니 눈 덮인 바위산을 오르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올라가도 전망 없는 오리무중이니 일찌감치 산행을 접었다. 잿빛 하늘의 허공에서 대여섯 마리의 솔개들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활강 저공 선회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속세의 불청객들이 못 마땅해서 벌이는 데모인지 아니면 하얀 눈 배경에 잘 띄는 먹잇감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이곳이 진정 신선들이 사는 곳은 아니냐고 물어 보고 싶었다.

이윽고 전나무옆 오솔길 둔덕에 자리를 깔고 차를 다렸다. 시야엔 온 산야가 하얀 눈으로 덮인 설경이 열두폭 병풍처럼 우리 주위에 전개되어 있었다. 차완 속으로 탐스러운 함박눈 한 송이가 사뿐히 내려앉고 있었다. 천상의 차 맛을 내기위해 선녀가 뿌려준 첨가제이리...!

필자 프로필
경남 함양군 안의 출생. 조부로부터 4살부터 17살까지 한학 배움. 1975년 토론토로 이민, 항공기 제조사 디하빌랜드 근무. 1987년 밴쿠버로 이주해 자영업을 운영하며 랑가라 칼리지 법정통역강사,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 1994년 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송산서당' 설립. '송산'은 조부 정재혁옹의 아호. 2004년 대장암 3기 판명을 받고 수술, 투병 완치 후 현재에 이름.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Apocalypto- 2006.12.18 (월)
마야 문명의 멸망을 그린 멜 깁슨 감독의 새 영화 '아포칼립토(Apocalypto)'가 지난 주말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멜 깁슨은 지난 여름 음주 운전과 취중 반유태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터라 과연 그가 감독한 새 영화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Devil Wears Prada- 2006.12.18 (월)
이번 주 DVD로 출시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Devil Wears Prada)'는 로렌 와이스버그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최고 패션잡지 거물 편집장의 비서가 된 사회 초년생의 좌충우돌을 담고 있다. '뉴요커'나 '배니티 페어' 같은 잡지사 기사가 되는 것을...
"범죄보다 노숙자 문제가 더 심각"
스트래티직 카운슬이 최근 밴쿠버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4%가 밴쿠버 지역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노숙자(homeless) 문제를 꼽았다.
정성으로 담고 마음으로 나누는 음식 선물 김태연(리치몬드 거주)
외국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이 하여 평소 이것 저것 챙겨주는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에게 인사를 가려면 마땅한 선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제이아이씨 엔터프라이즈㈜ 최종명 대표
주식회사 ‘제이아이씨 엔터프라이즈(JIC Enterprises Ltd)’는 야생장미 열매에서 추출한 천연오일을 화장품으로 개발, 캐나다와 한국, 일본에 독점 공급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힐스 로즈힙 에센스 오일’은 여성들에게 피부재생과 주름 개선 및 피부노화방지에...
리치몬드 ‘에버딘 몰’내에 있는 2달러 샵 다이소
크리스마스는 무엇을 고백하든 허용이 될 것 같은 날이다. 1년 중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 모두가 괜히 행복해지는 이 특별한 날, 외국에서 보낼 이번 크리스마스, 누구와 보낼 지 결정했는가. 절친한 친구들, 연인 또는 사랑하는 가족들....
맛과 멋이 있는 고기 집 - ‘코리아나’
◀ 브라운 톤의 호텔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코리아나 한식당의 내부 전경과 창가 풍경, 통유리로 된 탁트인 느낌의 벽면이 속시원하다.코퀴틀람 센터 헨더슨 몰 2층. 한식당 ‘코리아나’를 찾았다. 콕 집어낸 한국식 입맛을 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맛의...
밴쿠버 교육청, 최대 15명 감원 계획
밴쿠버 교육청이 장애가 있거나 정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는 특수교육 교사를 예산 삭감 이유로 감원하려고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밴쿠버 교육청은 18일 교육위원회 모임을 통해 10명에서 최대 15명에 달하는 특수교육 전담 교사의 감원을...
최고급 부티크 호텔로 탈바꿈
밴쿠버 다운타운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조지아 호텔(the Hotel Georgia)이 내년 1월 2일부터 3억5000만~4억달러 규모의 재개발 공사를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조지아 호텔은 옛 모습을 간직한 최고급 부띠크 호텔로 새로 태어나고, 바로 옆에는 48층...
내년 1월 22일 공판 재개
로버트 픽튼의 재판이 2주 연기된다. BC고등법원의 제임스 윌리엄 판사는 18일, 공판을 1월 22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내년 8일 재개될 예정이던 재판이 연기된 것은 12명의 배심원과 2명의 예비 배심원의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 차원이다. 픽튼은...
코퀴틀람 RCMP
코퀴틀람 관할 연방경찰(RCMP)은 지속적인 집중단속 캠페인 사전 홍보에도 불구하고 15일 음주운전 단속결과 상당수 운전자가 적발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오후 4시부터 유나이티드 블루바드와 매리 힐 바이패스 교차지점, 클락 로드 인근 노스로드에서 차량...
동부보다 서부가 가능성 높아
캐나다인들이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크리스마스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캐나다 환경부 데이비드 필립스 기상전문가는 올해 동부보다는 서부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이...
광역밴쿠버 인근의 스키장이 모두 개장한 가운데, 지난 토요일 노스밴쿠버 시무어 스키장에서 기말시험을 끝마친 학생들이 파우더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즐기고 있다.  김정기 기자 eddie@vanchosun.com
버나비에서 60대 부부 숨져...정전 피해 주민들, 거센 항의
강풍으로 인해 정전됐던 25만 가구 대부분의 전력 공급이 재개됐으나...
대규모 정전·위슬러엔 폭설...스탠리 공원 주말 출입 통제
14일 밤 BC주 서부 연안을 강타한 강풍과 폭우 피해가 속출하고...
밴쿠버 지역 아파트 공실률 1% 미만
캐나다 28개 주요 도심 지역의 아파트 공실률이 올 10월 현재 2.6%로 하락한 가운데 밴쿠버 지역에서 렌트 아파트 찾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캐나다모기지주택공사는 14일 28개 도심지역 렌트용 아파트 공실률과 평균 임대료를 발표했다. 광역 밴쿠버 지역...
밴쿠버-밴프 열차 여행...편도 1박 2일
올해가 가기 전에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록키행 열차를 타보자. 록키 마운티니어(Rocky Mountaineer)는 연말을 맞아 1박 2일 밴쿠버-밴프 열차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록키 마운티니어의 밴쿠버-밴프 열차 여행은 지난 해 12월 런던에서 열린 제12회...
밴쿠버 주민 4명 중 1명"범죄보다 노숙자 문제가 더 심각" "단속은 '시소 효과' 초래...해법 못돼" 저렴한 장기 임대 주거 시설 확충해야
스트래티직 카운슬이 최근 밴쿠버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4%가 밴쿠버 지역에 가장 중요한 이슈로 노숙자(homeless) 문제를 꼽았다.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노숙자 72%가 현재 생활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으며, 22%는 전과 동일하다고...
15일부터 집중단속
연방경찰(RCMP)과 지역 시경은 광역밴쿠버 각지에서 음주운전 집중 단속을 15일부터 시작한다. 단속기간에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최소 600달러 벌금에 24시간 운전금지와 추가 기간 운전금지, 차량견인, 전과가 남을 수 있는 형사기소 대상이 된다. ICBC는 "주요도로...
텅 챈 석세스 신임 회장 "한인 사회와 협력"
이민봉사단체 석세스(SUCCESS)는 지난 해 별세한 릴리안 토 회장에 이어 텅 챈(陳志動)씨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챈 회장은 "고(故) 릴리안 토 회장이 이룬 이민자를 위한 정착서비스와 취업 지원을 계속해 나가면서 한인 사회와 협력할 기회를 찾아보겠다"며 "석세스는...
 1491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