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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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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1-27 00:00

요즈음 한국영화가 난리다. 한때 방화(邦畵)로 불리는 굴욕도 감수해야 했지만 이제 우리 영화는 명실공히 한국영화로, 세계 속의 한국영화로 우뚝 섰다. 기술력이 기본적인 완성도를 좌우하는 영화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 장비의 열악함은 어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거기에다 인적 자원이나 투자 같은 인프라 형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우리 영화계는 열정 하나로 오랜 어둠을 버텨야 했다.

또한 우리 영화는 공연물과는 달리 헐리우드 영화와 같은 세계 정상급 수준의 영화들과 맨 몸으로 맞서야 했고, 바로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대중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마는 세계 영화와의 격차 속에서 온갖 비아냥과 비난을 들어왔다.

그러나 편당 관객 천만 명 돌파를 이미 실현한 한국 영화는 우리 관객뿐 아니라 세계 관객의 한호를 받고 있다. 말이 국내 관객 천만이지, 우리나라 인구를 감안할 때 길거리에 제 발로 홀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다 그 영화를 봤다고 볼 수 있는 엄청난 관객동원 수치다. 영화인들이 맨 땅에 헤딩하듯 일궈낸 우리 영화의 쾌거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급성장하며 유사 이래 최고의 영화시대를 이끌어가는 우리 영화계에도 여러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 영화의 위력은 그러한 문제점들을 거뜬히 넘어 더한 생명력을 확장시켜갈 기세다. 그 위세 당당한 헐리우드 영화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맥을 추지 못하고 비실거린다. 혹자는 우리나라에서의 헐리우드 영화의 부진을 인도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애초의 영화시장 형성과 영화관(映畵觀) 자체가 아예 다른 인도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처럼 제작이나 배급 등에서 막강한 위력을 갖춘 헐리우드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시장을 세계 유일의 난공불락의 지대로 여기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영화가 재미있다는 거다. 날이 갈수록 한국영화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그 발상이 뛰어난 점에 앞서서 우리 관객이 우리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우리의, 우리만의 정서를 관통하며 공감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탄력을 입은 한국영화는 세계 관객 모두의 정서를 아우르는 보편성에 더욱 접근해가고 있다. 따라서 우리만이 흡족해하는 영화가 아닌 세계인 모두가 공감하는 한국영화의 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학로 이야기를 하려다가 한국영화로 서설이 길어진 것은, 요즘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서 또 하나의 재미를 덤으로 얻고 있는 까닭이다. 영화마다 대학로에서 함께 고생하던 배우들을 발견하는 재미다. 요즘 한국영화에서는 대학로 출신 배우들이 없으면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무대에서 오랫동안 다져진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연극계의 대표성을 지니는 대학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극장과 연극인 밀집지역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학로에는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무대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뜨겁게 달궈져 있다. 그러나 대학로에서 배우로, 연극인으로 연명(延命)하는 일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연극인들이 무대를 통해 얻는 평균적인 벌이로 치면 도시 빈민 최저 생계비니 뭐니 하는 것 조차도 갖다 대지 못한다. 많은 연극인들이 불가사의한 생존을 이어나가는 곳이 대학로다. 풍성한 대학로의 무대 뒤에는 수 많은 연극인들의 주린 배와 도무지 근원을 헤아리기 힘든 초인적인 열정들이 숨어있다.

배우들에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또는 무대 등 그 활동 영역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그들의 형편이 좀 나아진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대학로출신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발견할 때의 기쁨은 어디에 견주기 힘들다. 또한 나의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래도 가끔은 다시 무대에 서는 그들을 보고 싶다. 그들의 땀에 젖고, 그들의 정열로 뜨겁던, 그 배고픈 고향 무대에, 그들이 가끔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고향 가는 길은 멀다. 그러나 코 앞에서 그들의 호흡과 체온을 느끼는 곳으로 무대만한 데가 또 어디 있으랴.

*필자 김기승은 1979년부터 극단76극장, 극단 실험극장, 환 퍼포먼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오기 직전 PMC 프로덕션 등을 중심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콘서트, 라디오 등 100여 편의 작품들에서 연기, 연출, 극작, 기획 등을 맡아왔습니다. 제목 '추조람경'(秋朝覽鏡)은 당(唐)나라 설직(薛稷)이 쓴 시의 제목으로, 제자(題字)는 필자가 직접 썼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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