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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영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16 00:00

수연이(초등 2학년·여아·가명)는 항상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대단한 극성으로 4살 때 천자문을 떼었고 2학년인 지금 초등 4학년이 경시대회에 나가 푸는 수학을 척척 푼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는 현재 상당히 지쳐 있는 편이었고, "이제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애써서 가르쳐 주면 그때는 잘하는데 결국에는 다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4살 때 천자문을 분명 다 외우고 읽고 했는데 지금 물어보면 거의 다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아이를 소위 영재로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이런 실수를 많이 저지른다. 가르쳐 준 것을 컴퓨터처럼 복사해내는 아이의 기억력에 감탄하며 많은 지식을 주입하려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를 가르쳐주고, 구구단과 천자문을 외우게 한다.

'영재'를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는 더 이상 '아는 게 많은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 가 아니다. 렌줄리(Renzuli)는 평균 이상의 지능, 창의성, 과제 집착력 이 세 가지에 의해 영재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고 창의성이 있으며,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집중력을 보인다면 영재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영재는 타고난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 머리가 유난히 좋은 아이보다는 보통의 지능을 지녔지만 과제 집착력이 우수하고 열린 사고를 지닌 아이에서 많이 나온다.

지금 사회와 교육계도 이러한 창의적인 영재상을 원하는 방향으로 재편된 지 오래다. 특히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영재는 일류 대학 입학 전형에 그대로 반영된다. 작년 대학 입시 이후 신문과 방송에는 어이없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의 기사가 많이 올라왔다. 고등학교 내내 A학점을 유지하고, SAT 시험에서도 2200점 넘게 받은 학생이 하버드는 물론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아무 대학에서도 합격하지 못했다던가, 우리나라에서도 민족사관학교 학생 중에도 SAT1과 SAT2에서도 7과목이나 만점을 맞았지만 하버드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높은 성적과 단순 암기력이 좋은 대학을 보장해주는 시대가 끝난 것이다.

지금은 기억력, 암기력이 아닌 창의력, 사고력의 시대이다. 학점보다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밴쿠버 공립 영재 교실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창의성 개발 훈련, 사고력 개발 내용이 대부분이다. 선행학습 시킨다고 미리 고학년의 수학을 갖다 들이대는 일은 없다. 학교성적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나 결국은 아이비리그 대학이 원하고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만들어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 테일러(Taylor)는 "창의력이란 생산적 사고와 창조적 사고를 표현하는 복잡한 심리적 과정으로 인내와 성취, 변화, 개선을 구하는 태도와 정열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창의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 길러지는 것이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3-4세에 천자문과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영어단어를 익히게 하는 것은 창의력과 사고력에 방해만 된다. 그것으로는 좋은 대학에 보낼 수도 없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도 되지 못한다. 그보다는 공원에 데리고 나뭇잎과 꽃잎을 모아 만져보고 분류하고 그려보고 그것들의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아이의 창의력이 살아난다. 살아있는 지식과 경험이 아이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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