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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역효과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1-09 00:00

피아노를 치고 있다. 곡에 완전히 몰입해서 열심히 치고 있는데 엄마가 와서 한마디 한다. "아이고 우리 딸. 틀리지도 않고 너무 잘하네~. " 갑자기 엄마가 의식되면서 틀리게 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당황해 키를 잘못 누르고 만다.

테니스를 치고 있다. 새로운 서브 방법을 배워서 경기에 몰입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정말 잘하시네요~ " 이렇게 말한다면 갑자기 '다른 이가 어떻게 볼까' 의식되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다음에 들어오는 공은 놓치기 일쑤이다.

누구나 이런 일을 한 두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키운 아이, 칭찬으로 키운 아이는 항상 무언가를 더 하려 하고 더욱 그것을 하고 싶어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칭찬은 아이의 배움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위의 경우와 같이 집중력을 방해하는 칭찬이 그렇다. 무엇엔가 빠져서 몰입해서 배우고 있을 때 옆에서 보고 있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게 해서 방해하는 경우이다. 아이가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에는 그냥 혼자 배우고 습득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 갑자기 중간에 들어와서 '잘하네, 기특하네' 하는 것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아이 스스로 연구해 배울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을 망가뜨린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칭찬에 이어, 두 번째로 역효과를 나타내는 칭찬은 부정직한 과도한 칭찬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 엄마 보기엔 별로지만 일단 칭찬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와 진짜 잘 그렸네~ 이거 진짜 우리 00가 그린 거야?" 호들갑을 떨어본다. 이 때 아이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우리 엄마는 눈이 낮은가 보다. 다음부터 엄마의 평가는 믿지 말아야겠다." "우리 엄마는 무조건 잘한다고 하는구나. 엄마는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는구나." "대충 그렸는데도 잘했다고 하는 걸 보니깐 내가 진짜 잘했나 봐. 나는 대충대충 막 그려도 그림을 잘하는 걸 보니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애쓰지 말고 대충해도 되겠다."

아이의 그림이나 작품을 보고 아이가 뭔가 엄마의 반응을 요구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마구잡이 칭찬은 약이라기보다는 독이 된다. 이럴 경우에는 그림 전체를 다 칭찬하기보다는 일부분에 대한 코멘트를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엄마는 여기 기차 부분이 인상적이야. 특히 창문이 마음에 드는구나. 근데 이 나무 부분은 조금 더 자세히 그리면 좋겠다." 정 말하기 곤란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 그림이 마음에 드니?" 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아이가 "진짜 마음에 안 들어. 난 이런 그림도 못 그리는 바보인가 봐" 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구나. 어느 부분이 마음이 안 들지? 이 부분이 어땠으면 더 좋겠니?" 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대답했을 때에는 아이는 "엄마도 나처럼 문제를 인식하는구나, 이 문제를 엄마랑 이야기해서 해결할 수 있겠다"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밖에 남과 비교하는 칭찬도 좋지 않다. "옆집 은혜는 못한다고 하던데 우리 지수는 벌써 이것도 잘하구~. " "영민이는 아직 곱셈하지 못하는데 우리 진호는 벌써 다 하다니 기특하다." 이러한 비교 칭찬도 아이에게 비교 의식만 넣어주며 나중에 자기보다 잘하는 아이를 만났을 때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우월감은 열등감과 항상 함께한다. 비교하다 보면 자기가 우월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나보다 잘난 아이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부모가 기준이 높아서 자꾸 꾸짖거나, 혼내거나 비교하는 것은 물론 좋지 않다. 하지만 무분별 무조건적인 칭찬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아이는 고래 같은 동물이 아니다. 현명하고 솔직한 반응이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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