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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검사의 허와 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10-12 00:00

한 남자 어린이가 140이 넘는 높은 지능 점수를 받았다. 좋아라 하는 엄마에 비해 무덤덤한 아버지가 이렇게 말한다. "그럼 뭐해요, 나이가 들수록 점수가 떨어질텐데요."  이렇게 말한 까닭을 물어보니 자신이 초등학생일 때 지능이 150이 넘는 높은 점수가 나왔는데 중학교 때는 140정도, 고등학교 때는 130이 간신히 넘는 점수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아버지의 이론은 '지능점수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여자 어린이가 지능검사를 받았는데 평균보다 높은 115가 나왔다. 이 엄마는 약간 실망을 보이면서 말한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점수 올라가겠죠, 뭐" 마찬가지로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이 초등학교 때는 지능지수가 100 정도였는데 공부 열심히 한 고등학교 때는 120이 넘는 지능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마다 각각 자기의 경험에 입각해서 자신만의 지능 검사에 대한 이론이 다르다. 흔히 사람들은 농담으로 너는 아이큐가 두 자리 수니 그런 말도 하기도 하고 흔히 자기 원래 아이큐에 10, 20 정도 더해서 허풍으로 말하기도 한다. 지능 지수가 높게 나오면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기도 하고 지능지수가 평범하거나 못하거나 한다면 지능검사 자체를 폄하하며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속설과 잘못된 이론들은 지능검사를 잘못 이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사실 지능검사의 결과는 기뻐하거나 자랑하거나 실망하거나 할 것이 못 된다.

위에 예를 들어 말한 부모들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때 받은 검사와 고등학교 때 받은 검사의 이름도 몰랐으며 무엇을 측정하는 검사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지능지수에도 변화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종류가 다른 검사였으며 다른 영역을 측정하는 검사였으리라고 추정된다. 지능 검사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평균점수와 영재로 판정하는 점수가 조금씩 다르다.  또한 한국에서는 보통 학교에서 집단 검사를 많이 실시하는데 집단검사의 경우 개인검사보다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또 하나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오류는 이것이다. 지능검사가 한 사람의 아이의 '모든' 가능성과 재능을 측정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능검사는 웩슬러-Ⅲ와 스탠포드 비넷-Ⅳ 검사로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학문적인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는데 사용된다. 두 가지 검사 모두 평균 점수를 100으로 보며 130 이상의 점수를 보이면 영재라고 판정한다.  지능검사의 장점은 학교에서 학문에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의 척도를 어느 정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언어능력 수학능력 등 지적 능력은 측정하지만 그 외의 능력은 측정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학문적인 영재는 '일부' 측정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의 영재는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습득한 지식이나 기술은 어느 정도 측정하지만 어린이의 '잠재력'은 측정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의 지능점수는 많이 불안정하며 특히 3살 이전에 어린이의 지능을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테스트해보면 점수가 불안정해 하루는 높은 점수 하루는 낮은 점수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 밖에도 지능 검사는 문화적으로도 불공평해,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아프리카와 같은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불리한 점도 있다. 이렇게 지능 검사는 많은 허점과 오류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지능 검사들을 비판해 왔다.

하지만 막상 학습 영재아나 학습장애나 기타 증상들을 판정할 때 지능검사를 대체할만한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밴쿠버 교육청에서도 고심은 하지만 선행학습을 목표로 하는 학습영재반을 위한 학생들을 뽑을 때 지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지능검사는 공격하기 쉬워도 버릴 수 없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지능검사는 우리 인간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모습 중의 아주 일부분만을 측정하는 하나의 참고 자료이다.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으며 그게 다 인양 너무 믿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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