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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는 다양한 영재아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9-28 00:00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정민이는(남·4학년·만 9세) 세 살 때 신동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TV에서 본 철새이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느 새가 몇만 킬로미터를 가는지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의 어떤 지역으로 이동하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말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TV의 내용은 물론 라디오나 누가 이야기한 것을 한번 들으면 어렵고 긴 전문 용어나 수십 명의 사람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이야기 하곤 했다.

정민이의 부모는 아들을 영재라고 생각해 소위 '공부'라는 것을 일찍 시켰다. 책을 읽는 것을 일찍부터 가르쳤는데 웬걸 정민이는 공부에는 취미가 없었다. 책 읽기보다는 텔레비전, 특히 라디오를 좋아해 항상 라디오를 들으며 잠을 자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잠을 깼다. 초등 3-4학년을 지나면서 학업은 보통 수준이 되었고 정민이의 부모는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현재는 거의 포기해 아들을 평범한 아이로 받아들인 상태이다.

그렇다면 정민이는 정말 영재가 아닐까?
보통 영재라고 하면 책에 파묻혀서 책으로 지식을 익히고 공부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특히 '독서 영재'라고 해서 책으로 만든 영재아들이 생겨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책을 사다 주고 책을 읽어주고 하는 게 한국의 당연한 영재교육이 되어버렸다. 책과 영재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공식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식 때문에 정민이 같은 어린이가 제대로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부모의 실망 속에 재능을 썩혀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게 된다.

책으로 읽어서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영재아도 있지만 청각기억력이 뛰어나 눈으로 보고 읽는 것보다는 귀로 들은 것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영재아도 있다. 한마디로 정민이는 학교에서 책을 통해 읽고 쓰고 하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이야기해주고 설명해주는 것으로 더욱 더 이해를 잘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이렇게 청각 기억력이 뛰어난 어린이는 보통 음악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게 된다. 아무리 긴 곡도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기억하고 연주해내며 뛰어난 음악 감각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정민이는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 theory)에 따르면 음악적 지능(Musical intelligence)이 뛰어난 어린이이다.

1980년대까지는 오직 언어지능(linguistic intelligence)이나 논리수학 지능(logical- mathematical intelligence)이 뛰어난 학문영재만을 영재라고 했으나, 1983년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 이후에는 시공간 지능(visual spatial intelligence), 음악지능(musical intelligence), 신체운동지능(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대인관계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개인이해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연탐구지능(naturalist intelligence) 등 여러 분야에서 영재를 인정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각각 다른 지능 분야의 영재들은 그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바로 그 분야의 방법으로 배울 때 무엇이든 더욱 빨리 습득하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음악지능이 뛰어난 어린이는 무엇이든 음악과 리듬을 통해 더욱 빨리 배울 수 있으며, 시공간지능이 뛰어난 어린이는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활용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법은 언어지능이나 수학지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다. 흔히 비유로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오리'들의 학교인 것이다. 뛰기도 걷기도 날기도 조금씩 해야 하면서 특히 언어나 수학인 '헤엄치기'를 잘해야 모범생이다. 너무 잘 달리는 치타나 너무 잘 날아다니는 독수리는 헤엄을 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등생이나 모범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하버드 교육 대학원에서는 이를 비판,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철저하게 활용한 초등, 고등 교육과 영재교육을 인근 교육청에 실시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외우고 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영재가 아닌가 봐, 똑똑하지 않은가 봐' 혹은 '좋은 대학 가기는 틀렸어' 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외우고 읽고 쓰고 하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언어 분야에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맞는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맞는다면 그 분야에서 아이의 재능을 살려주고 그 아이만의 공부 방법, 아이만의 독특한 지식 습득 방법을 찾아주어야 한다. 치타는 치타인 것이다. 치타에게 헤엄을 강요하며 연못가에 끌고 가지 말자.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초원을 찾아 풀어 놓아주자. 마음껏 잠재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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