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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성인의 뒤늦은 고백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8-22 00:00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귄터 그라스(Gunter Grass, 78 사진)는 2차 세계 대전후 독일의 도덕적 양심문제에 관해 큰 관심을 가져온 지성인이다.

1959년에 출간된 '양철북(The Tin Drum)'을 시작으로 그는 파시즘의 광풍 속에 억눌려 있던 기억들을 들추어 내고 진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라스는 자서전 '양파껍질을 벗기며(Peeling the onion)' 출간을 앞두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야 자신의 지난 행적에 대해 고백했다. 그는 17세 때 악명 높은 나치의 무장친위대(Waffen SS)원으로 선발됐으며 1944년 중반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제10 기갑사단에서 복무했다. 인터뷰 전까지 그는 독일군 방공 부대원으로 근무하다 미군의 포로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라스의 고백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다. 특히, 그를 도덕적 상징(Moral Icon)으로 여겼던 이들은 급기야 '위선자'로 몰아세운다. 자서전 작가인 마이클 저그씨는 "실망스럽다"면서 "어떤 면에서는 전세계인의 기대를 저버린 꼴이 됐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받은 1999년 노벨문학상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하고 반납하거나 심지어는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노벨상 결정은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노벨 재단의 공식 입장이다)

그라스는 어린시절 히틀러 청년당원의 한 사람으로 나치의 선전활동에 맹목적으로 가담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청년시절 광적인 열기는 무시무시한 나치 무장친위대를 단순한 엘리트 부대의 하나쯤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그라스는 한번도 총을 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라스는 자서전에서 히틀러의 인종말살정책의 진실을 깨닫게 된 것도 전쟁이 끝나고 뉴렘버그 전범 재판이 진행되면서라고 회고했다.

그라스의 과거행적에 대한 비난은 지식인의 위선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라스는 지난 1985년 당시 로날드 리건 미국대통령과 헬뮤트 콜 독일수상이 한 묘지를 방문하자 나치 전범의 유해가 포함되어 있는 곳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문제는 항상 나를 억눌러 왔다. 오랜 세월 침묵해 왔다는 사실이 이 책을 쓰게 된 하나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렇다. 그의 고백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고백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다행이다.

곳곳에서 분노와 실망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라스가 기여한 사회 공헌과 문학적 업적마저 앗아 갈수는 없을 것 같다. 독일문학평론가 토마 타소박은 "한 인간으로서의 약점이 드러났다고 해서 그가 이룬 기념비적인 문학적 성취마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지만 문학은 남을 것"이라고 했다.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라스의 자서전을 읽으며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그의 손을 이미 떠났다.

글로브앤메일 8월 19일자 사설 'Grass's reckoning'

/이용욱 기자 블로그 http://blog.vanchosun.com/sennim
 
[키워드] 귄터 그라스와 나치 친위대

귄터 그라스는 독일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의 한 사람이다. 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이번에 드러난 과거의 행적때문이 아니다. 지식인의 위선이다. 그는 좌파 평화주의자를 자처하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우파 정치인과 예술인에게 온갖 경멸을 퍼부었다.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게걸음으로 가다(Im Krebsgang)' 출간기념 인터뷰에서 "과거를 속죄하는 것은 결국 슬픔을 이기기 위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치 무장 친위대는 1925년 히틀러의 개인 경호대로 창설된 200여명의 소규모 조직이었다. 하인리히 힘러가 대장이 된 뒤 권력과 인원이 급격히 불어나며 나치정권을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광적 인종주의자였던 힘러의 지침에 따라 신체 건강한 순수 ‘아리아인’ 혈통만 대원으로 뽑았다. 전쟁 중엔 정치범, 집시, 유대인, 폴란드 지도층 인사, 소련군 전쟁포로 등에 대한 무자비한 대량학살로 악명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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