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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열정이 살아 숨쉰다-공연가들의 거리 '랍슨'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6-08 00:00

클래식, 재즈, 힙합 등 주말에 더욱 다양한 공연 펼쳐져

랍슨 거리의 한 작은 광장에서 정장 차림의 한 사람이 로봇처럼 움직이고 있다. 길거리의 행인들은 그의 화려한 움직임, 정교하게 짜인 안무에 넋을 잃고 어느덧 가던 길을 멈추기 시작한다. 이 매력덩어리 로봇은 바로 다운타운 소극장의 연극배우 댄 버고씨(사진, 45세). 그의 열정적인 공연에 쇼핑을 즐기던 건너편의 행인들도 관심을 가지며 그의 주위에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했다.

이 날 랍슨 거리에서 길거리 공연을 펼친 사람은 버고씨만이 아니었다. 아마추어 기타 연주가, 초보 오케스트라 단원, 락 가수 지망생, 초보 연극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 예술가의 공연이 순서대로 펼쳐졌다. 이들의 공연으로 랍슨 거리는 예술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강인한 카리스마, 젊은 패기로 인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랍슨 거리 공연의 커다란 매력은 별도의 지출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순서대로 공연을 펼쳐 관중들이 한 자리에서 여러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인파가 가장 붐비는 주말에는 클래식, 재즈, 힙합, 락, 브레이크 댄스 등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볼거리가 제공된다.

랍슨 길거리 공연에는 공연가들만의 규칙이 있다. 누구나 공연에 참여할 수 있지만 관중을 끌만한 독특한 아이디어가 결여되거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다음 예술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이 없는 공연은 모아놓은 관람객의 수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공연 문화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밴쿠버 경찰은 길거리 공연이 미성년 관객들에게도 부담이 없도록 종종 공연 내용을 주시하기도 한다.

6살난 어린 아들과 함께 길거리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나왔다는 이재준씨는 "토요일만 되면 여러 분야의 길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을 지켜볼 수 있어 매주 주말이 기다려진다"며 "공연장에 갈 필요 없이 길거리에서 가족이 함께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랍슨 거리 공연은 시간대와 날씨에 공연 자체가 좌우되는 큰 단점이 있다. 많은 거리 예술가들이 대기하고 있어도 거리가 너무 한적하거나 비가 오면 그 날 공연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연 예술가들의 스케줄이 제각기 달라 마니아층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기도 힘든 점이 있다. 매주 주말 공연을 관람한다는 알렌씨는 "자기 입맛에 맞는 예술가가 주로 공연하는 시간대를 미리 알고 그 시간에 맞게 스케줄을 짤 필요가 있다"며 그만의 노하우를 살짝 귀띔해줬다.

로봇 댄스를 선보였던 버고씨는 "신입 연극 단원들이 공연 리허설을, 스테이지가 아닌 다운타운의 여러 거리에서 선보여 폭 넓은 계층의 대중과 만나려 애쓴다"고 밝히며, 랍슨 거리가 밴쿠버 공연 문화의 디딤돌로 변모했다는 것을 알렸다.

/조진형 인턴기자 UBC 정치학 2년 enish2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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