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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와 빌 게이츠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6-06-05 00:00

최근 영화 다빈치코드가 많은 논란과 화제를 일으키는 가운데 상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이 다빈치코드를 소설이나 영화로 본 적은 없는데 아무튼 영화포스터나 소설책의 커버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Mona Lisa)입니다.

이 모나리자의 디지털 권리를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라 여러 말보다 오히려 하나의 이미지가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첨단에 있는 광고(advertisement)를 보아도 이미지가 없는 광고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이러한 이미지의 수요는 다양해지고 많아지기 마련인데, 이렇게 누군가가 필요한 사진이미지를 미리 마련해놓았다가 필요한 사람이나 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 주는 곳을 'stock photo agency'라고 하고, 이러한 사진의 한 분야를 stock photography 라고 합니다.

이러한 스톡포토에이전시는 세계적으로 크게 2개의 메이저업체가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위에서 말씀드린 빌 게이츠의 개인회사인 'Corbis'라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이 Corbis라는 회사는 1989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설립되었는데 대략 8 천만개 정도의 (주로 사진)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고, 가장 많은 보도/기록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의 Bettmann Archive라는 회사나 프랑스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보도사진에이전시인 Sygma라는 회사를 인수하여 급격히 덩치(가진 이미지의 수)를 늘려 왔습니다. 지난번에 소개해 드린 마크 셀리거 등과 같은 유명한 사진가의 모든 작품을 라이선스한다든지 아인슈타인이나 마릴린 먼로의 모든 사진권리를 가지고 있고, 인수한 업체로부터 획득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진들, 예를 들면 1945년에 얄타회담에서 루스벨트, 스탈린과 처칠이 나란히 찍은 사진과 같은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인화된 사진만 천만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왕년의 여우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는 사망한지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연간 수백만 달러어치가 소비되어진다고 하네요.

이 회사는 또한 펜실베니아의 한 석회폐광 지하 600피트의 동굴, 마치 거대한 냉동고와 같은 곳에 이러한 매우 중요한 사진들을 보관하는 거대한 전용시설 구조물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따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Corbis와 쌍벽을 이루는 다른 또 하나의 메이저 스톡포토 에이전시의 이름은 'Getty Images'라고 하는데, 이 회사는 미국 석유재벌의 손자인 Mark Getty가 설립한 것으로 이미 캘리포니아의 Getty 센터로 유명한 이 사람은 기존의 박물관 사업을 넘어 예술 전반에 걸친 교육, 연구, 재단기관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스톡포토와 같은 사업은 이런 부자들이 아니면 어렵겠지요? 그래서인지 어떤 이들은 Corbis나 Getty Images를 부자들의 장난감이라고 꼬집는 이들도 있습니다. Corbis의 경우 설립된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 제대로 된 수익을 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작성한 'Codex Leicester'라는 스케치의 실제 소유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그려진지 수백년이 지나고 지금은 프랑스 파리의 르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의 디지털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한 조항의 계약이 이면에 있겠지만, 독일의 한 기사에 의하면 빌 게이츠는 모나리자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이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함으로써 모나리자라는 이제는 public domain에 가까운 예술작품에 대한 디지털 권리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지적자산을 만들어 냈다고 하네요.

정말 디지털 시대, 기술의 발전도 놀랍지만 이러한 새로운 저작권 형태의 발전속도나 예술작품의 가치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발상 또한 놀랍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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