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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어둠의 자식들이 서성인다백련차 한 잔이 생각 나는 건떨고 있는 짐승의 그림자 얼핏 본 탓마구 빚은 황토빛 찻잔에팔팔 끓다 문득 멈춘 찻물을 붓고찻잎 호르르 날리니어둠의 비늘이 뒤따라 곤두박질친다바람을 머금고 속 비워내는대나무 수행하듯가시에 찔리며 목 놓아우는가시나무새 인고하듯함묵하는 세월 휘젓지 못하고고요히 묵상하다가흐물흐물해진아집과 번뇌를 벌컥벌컥 들이킨다창밖에 여명이 읍하고 서는 순간.
김해영
생각은 시대를 거슬러 내려가다 보면 변한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의 시대는 우선의 허기진 배를 채워가기 위한 먹거리부터 해결해야 일들이 전부였던 시대가 있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생존의 삶은 예전처럼 먹거리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에서 벗어난 지 오랜 세월이 지나갔다. 지금에 걱정거리는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상을 향해 적응력을 키워가는 일이 우선인 삶이 되어 버렸다.지금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가 느끼지 않고 가도 될 만한 안일한...
김종섭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락가방을 들고 남편이 살고 있는 캐어 라이프 요양원으로 향한다. 그곳은 8개의 집으로 나누어있는데 남편이 있는 곳은 메이플 하우스이다.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분류해 놓은 셈이다. 메이플 하우스에는 인공호흡기를 꽂은 사람들이 산다. 남편처럼 밤에만 인공호흡기를 꽂는 사람도 있지만 24시간을 호흡기에 의존하여 사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메이플 하우스는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병원...
심현숙 수필가
꼭두0시에 2016.03.05 (토)
꼭두0시에너는 그리고 나는어제에 있는가오늘에 있는가어제에도 있고 오늘에도 있는가어제에도 없고 오늘에도 없는가어디에서 찾을까꼭두0시에맨발의 길 잃은너 하나 나 하나는At 0 O’CLOCKEnglish translation by Bong Ja AhnAt 0 o’clock,Do you and IBelong to yesterdayOr today?Both yesterday and today?Neither yesterday nor today?          Where do we findThe You and the Me,Both in bare feet, lostAt 0 o’clock?
안봉자
치과에서 2016.02.27 (토)
무식한 것이 있거나병든 것이 있거나때려잡을 것이 있으면갈고 닦고 찌르고 조이고 하지파렴치한 충치를 뒤엎어 땅을 고르는 시간이다농사는 만인을 먹여 살렸지만씹는데 드는 이빨의 각고는 벌레 만도 못할 때가 많다 열한 살 때 어금니를 뚫어 구멍을 낼 때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땐 옆에 계셨어도이빨로 내가 돌아가실 것 같았다건물 앞 육교에 던져졌던 충치의 보고서그때부터 이빨을 상한 것쯤으로 신경을 뚫는 행위를 저토록 야만스럽게는 하지...
김경래
그해 겨울 2016.02.27 (토)
잿빛 밴쿠버의 겨울을 견디는 일은 혹독한 추위에 겨울잠을 자는 곰과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게 한다. 북위 48도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와 같은 위도상에 있는 밴쿠버의 겨울밤은 길고도 길다. 칠흑 같은 어둠에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만 들릴뿐 사방은 너무도 적막하다. 나는 자기 성찰을 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긍정의 마음을 내며 새해 연하장을 쓰기 시작한다. 서리 꽃이 나뭇가지에 하얗게 핀 겨울 아침 나는 친정 고모님으로부터  이메일을...
조정
고향 2016.02.19 (금)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수필>|설날 아침, Family Day라고 새로 제정된 휴일로 인해 모처럼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설날은 겨울이라 코끝이 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밴쿠버의 설날은 지루하게 계속되는 비가 멈추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같은 날이었다.며칠 전부터 셀폰으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세배하는...
아청 박혜정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 시그렇더라메마른 낙엽 바스락거리던 병원 옆 모퉁이 길오늘은 기척도 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더라아주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튼 살 서로 비비며 키득대던 닭살 같은 낙엽 낙엽 같은 눈물뼈마디 이미 닳아져 버린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그러나 그렇더라한겨울 밤 가로등불빛 홀로 더욱 적막할 때아무 일 없었던 듯그래, 아무 일 없었던 듯나도, 세상도그래 그렇더라더는 말하지 말고, 더는 찾지도 말고더는...
백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