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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미어캣 2015.07.31 (금)
   수많은 별들이 달빛과 함께 바다를 이루어 하늘이 땅에, 바다가 하늘에 떠 있는  밤이었습니다. 어려서 고향 칼라하리에서 아빠의 어깨 위에 무등 타고 처음 보았던 밤하늘에 비하면 시시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밤의 사막, 뚝 떨어진 체온의 혈관에서 미세한 맥박의 고동소리가 이어 나오게 하기에는 충분한 별빛이었습니다. 순간 나는 곧추선 나의 콧등을 숨결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져...
박병호
“시어머니 자랑 그만해” 우리 며느리가 허물없이 지내는 성도들에게서 듣는 말입니다. “우리 어머니는 천사예요” 우리 며느리가 그들에게 했던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빙긋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그렇지 그 고마움을 우리 착한 며느리가 모를 리가 있나?”  세상에 효성스러운 며느리와 현모양처는 많습니다. 그러나 자애로운 시어머니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임인재
Friend 2015.07.24 (금)
벗 -박용진 바람 부는 언덕에 추억을 날려보자푸른 솔 지난세월 기지개 켠다세월이 흘러 흘러 빛바랜 사진 한 장에눈물이 떨어질 때면 가슴 스며드는 그리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친구야파도치는 바다에 그리움 띄어보자회색빛 갈매기가 무심히 운다지나간 얘기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한숨이 깊어질 때면 마음 파고 드는 외로움들친구야 내 친구야 지난 추억 얘기해보자친구야 내 친구야 보고 싶은...
번역·로터스 정
여름 2015.07.17 (금)
파도 소리 철썩이는 밤 검푸른 바다 위에시 한 편 써내러 가고한낮에 격렬했던 몸부림의 햇살은 여름밤을보상하고 나섰다 탱탱하게 익어간 풀잎은 성숙한 처녀의모습으로 돌아오고풀벌레 연주곡 하나 들고나와한 여름밤을 태워간다 한나절 태양 아래 붉은 물감으로 그려나가던 화가는 피곤한 몸 뉘이며 자장가에스며 잠들어 버리고 휘영 찬 달빛에 물든 모래성에 그리운바람 한점 파도에 밀려와한여름 밤의 꿈을 꾸어 나간다
김종섭
"할머니!" " 왜야." " 유나 깼어?"재잘거리는 유쾌한 목소리와 함께 유나가 이층에서 내려오며 부산한 아침이 시작 된다. 내가 일찍 일어나 준비해 둔 잼 바른 빵, 바나나 반개, 계란 후라이, 우유, 야채 스프 그리고 여러가지 과일이 차려져 있다. 사과, 딸기, 블루베리, 방울 토마토, 포도 등등 거의 날마다 다섯가지 정도가 약간씩 종류별로 바뀌며 접시에 담겨진다.두살 반인 손녀는 요즘 들어 부쩍 자란 것이 눈에 띈다. 다행히 먹성이 좋아서 잡채부터...
박인애
끝없이 넘어지며뜨겁게 일어서는 바다 우리가 닿아야 할 푸른 시간들이거기에 모여 출렁이고 있다 높이 높이 솟아오르는 꿈도 잠재우고끓어오르는 혈압도 끌어내리고낮게 낮게 속사기며때로는 불끈거리며, 절망할 줄도 알고부서질 줄도 아는 바다 그러나 바다가 넘치지 않음은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몸을 두기 때문이다
권천학(權千鶴) 시인
감자꽃 한 다발 2015.07.10 (금)
노란 꽃술을 내민 흰 감자꽃 한 다발을 남편이 말없이 건넨다. 수확기를 앞두고 감자 알을 굵게 만들기 위해 꽃을 따내는 남편 옆에서 나는 잠시 감자꽃을 들여다 본다. 희고 보드라운 꽃잎 가운데 샛노란 꽃술을 뾰족이 내민 감자꽃은 너무나 앙증맞다.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 모여 앉은 멧새들이 소리 높혀 재잘대기 시작한다.“하얀꽃 피면 하얀 감자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바람을 타는 억새들의 사열을 받으며 콜로니 농장으로 가는 길 풍경은...
조정
얼과 꼴 2015.07.03 (금)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온 지 십여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더 이상 가면 안될 것 같아 서둘러 내려 버린 낯선 역, 이미 제 두 발은 이 땅을 어설프게 밟고 있었고  설레임과 새로움을 서둘러 담기엔 역부족이라 눈꼬리마저 파리하게 떨리고 있었던 순간, 머릿속에는 온통 숨막일 듯한 혼돈만이 윙윙거리고….. 밴쿠버는 제게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본디 논리적이며 철저한 성격도 아닌지라, 인생의 이정표를 새로 정하는 일에도...
이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