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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새로이 짓고서 매해 12월이면 크리스마스트리 전구들을 단다. 벌써 10년째이다.해마다 새로운 전구들을 사서 하나씩 더하여 처음 현관, 다음은 덱, 그다음은 지붕 앞 처마로 이어지니 점점 규모가 커져간다. 이렇게 마음먹게 된 동기는 캐나다서 겪은 ‘크리스마스트리 투어’ 때문이다.90년대 초 캐나다 밴쿠버에 이민하였을 때, 먼저 이민 와서 사는 이웃들이 ‘크리스마스트리 투어’를 가자고 했다. “뭐지? 뭔 트리를 관광한다고?” 하며 내키지...
바들뫼 문철봉
불편함의 미학 2024.12.20 (금)
“처음 시작할 때보다 아주 강해지셨습니다.”    헬스 트레이너가 철봉에 매달려 다리를 끌어올리는 자세를 끝낸 내게 건넨 말이다.분명히 ‘강하다’란 단어를 사용해서 내 몸이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일어났음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처음엔 철봉에 매달리기조차 힘들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이젠 몸이 흔들리지 않고 제법 안정된 자세로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달 남짓 나름 꾸준히 운동을 한...
정재욱
그녀의 하루 2024.12.20 (금)
이른 아침 눈을 뜨면빛보다 먼저 일어나너의 숨결 가만히 만져보네살갗에 스민 따스한 온기방안 가득 번지는 미소하루아침 벌어질아픔 슬픔 외로움 덜어가네창가에 비친 한낮 햇살에굳게 닫힌 두 눈내 귀 닿지 않는 목소리고통에 밴 아픈 속 드러내어둠 젖은 끈적한 절망을이리저리 뒤적여 널어 말려보네하루가 나를 넘는 이 저녁수십 년 내 흐른 설운 눈물차가운 밤바다에 누운내 안에 잠긴 이 한 사람 옆에서그녀의 하루가 눕는다
백혜순
감사(感謝) 2024.12.16 (월)
감사란 가만히 놓인 보석 같은 것, 발밑에 깔린 보편의 먼지 속에서 희미하게 빛을찾는 눈이 그를 비로소 알아보리라. 우리는 종종 그 빛을 놓치고, 그 빈자리를 다른무엇으로 채우려 애쓰네. 갈등과 욕망의 조각들이 마음의 창을 가려도, 가만히 감사를 가슴에 담을 때마다 어둠 속 한 줄기 빛이 창을 밀어 올리는 것처럼. 감사는삶을 뜯어본다네, 벗겨지고 낡아도 괜찮은 진실로. 기쁨과 슬픔의 나이테를 세며,우리 안의 허전함을 고요히 위로하듯이....
김토마스
나는 빨강반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조금 날리고, 지금은 노랑반 선생님이다. 온라인으로 하늘반을 가르치고, 성인반도 가르치는 나는 케이티쳐(K-Teacher)이다. 이 글은 캐나다에 살면서 일주일에 총 9시간이라는 적지 않은 시수의 한국어 수업을 맡은 대단했던 지난 학기에 대한 기록이다. 한국에서 큰 애가 세 살 되는 해에 캐나다에 이민을 왔다. 그리고 3년, 4년 터울로 아이들이 계속 태어났다. 타향살이 십여 년이 지났을 때, 우리 집에는 어른 두...
김진아
다크 서클 2024.12.16 (월)
며칠 전부터 형광등을 켤 때마다 아슬아슬했다. 스위치를 올리면 한두 번 끔뻑거린뒤에야 불이 들어왔다. 그러던 게 오늘은 아예 반응이 없다. 의자를 놓고 형광등을 떼어보니 양쪽 끝이 거무스름하다. 백열등보다 느린 녀석이 제 긴 몸에 불을 당겨오려고 얼마나애를 썼던지 ‘다크 서클’이 짙다.  이젠 불을 끌어오지 못하지만, 일하는 내내 뜨거웠을 형광등의 몸체를 잠시라도 선선한곳에 눕혀준다. 내가 형광등의 다크 서클을 예사로 봐 넘기지...
정성화
나의 여름 2024.12.16 (월)
오늘 아침문을 열고 나오니아, 여름 냄새!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네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분주히 너를 맞을 준비를 할거야길어진 잔디를 깎았어새로 핀 노랑 꽃들이 이제야 보이네겨우내 덮어두었던 테이블과 의자를깨끗이 씻어 말리고예쁜 걸 좋아하는 너니까반짝이는 알전구도 달아놓을 게얼음은 넉넉히 준비해 두었어네가 오면 시원한 커피부터 타 주려고상큼한 과일도 냉장고 가득 채우고예쁜 접시도 사러 가야겠어깊어 가는 여름 밤,우리...
윤성민
잡초 2024.12.06 (금)
원하지 않았기에필요하지 않았기에너를 잡초라 하지만 세상 무엇도 누구도모두가 원하지 않고모두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비록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여도아무 데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고 하여도그것이 생명의 길 초대받지 않았어도마련된 자리가 있지 않아도자리 잡고 끈질기게 살아남아라 우리도 너희에게는바람직하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데자리를 빼앗아 차지하는 존재이겠지
송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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