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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잘 잤느냐고 /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거냐고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끼리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신경림 ‘눈 온 아침’시절이 하 수상하다. 세상 참 어지럽고 징그럽고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생각과, 12월들어 연속되는 예측불가능한 일들과 사건사고들의 전개로 마음이 한없이 무겁고 어두운 세밑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가끔...
霓舟 민완기
무심의 의자 2025.01.03 (금)
알뜰장터에서 간이의자를 들여왔다. 엉덩이를 겨우 걸칠 만한 넓이에 바닥에서 한 뼘정도의 높이여서 의자라기보다는 깔개에 가깝지만, 거칠게 갈라진 나뭇결과 둥글게 닳아진모서리가 정겨워 첫눈에 선뜻 집어 들었다. 투박한 통나무 상판에 네 개의 다리를 끼워 맞춘단순하고 튼튼한 모양새도 충직하고 미더워 보였다. 마루 앞 기둥 아래 놓아두고 '무심의의자'라 이름 붙여 주었다.​ 커피 한 잔을 타 들고 나와 나는 종종 이 의자에...
최민자
희미한 달빛 한줌 창가에 머무는데행간에 널어놓은 보우 강 적막마저흘림체 일필휘지로 써 내리는 신년 화두 눈보라 한 줄기가 빛으로 지나가고그 시작을 잡으려는 새해의 소망들이오래된 나무를 닮아 굳건함을 여는 날 좁은 시야와 편견 버리고 세상속의경험을 받들라는 교훈의 井中之蛙세월의 혜량을 담아 빗살무늬 눈이 되듯 절망과 희망사이 거친 말 한 마디에아군이 되었다가 바로 적군이 되는세태에 산은 정 중 동 자신을...
이상목
The End of the Year세모(歲暮)Translated by Lotus ChungBefore we know it, a year has passedStanding at the endIt was the first day of the new yearIt seems like it was just yesterdayThis year too, is really like a dreamIt flowed like the wind.When we look backTimes that leave a lot of regretSharp like a triangleMany days were spent with this heartWishing we had livedWith a more generous and relaxed mindBut now, with this yearWe have to say goodbyeUgly affection, good affection, togetherTime flows by like a riverLet’s live with a round, generous heart.세모(歲暮)정연복어느새 한...
로터스 정병연
“못났다! 못났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일갈이 누군가를 향하자, 급히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 두어 시간 TV 앞에 앉아 있는 것도 평범한 일상에서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행동이기에 드라마 시청이 하루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날은 즐겨보던 드라마가 결방되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던 중이었다. 그러던...
줄리아 헤븐 김
12월의 편지 2024.12.27 (금)
12월은 조용히 자신에게 말을 거는 달…….나무들도 땅에게 낙엽 편지를 전하고 있다.자연의 순환과 순응을 보며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한다.사람마다 바쁘게 길을 달려, 이 순간을 맞고 있다.나무나 인간이나 자신이 선 자리가 우주의 중심점이다.마음의 중심에 한 자루의 촛불을 켤 때가 왔다.초 하나 씩이 일생이라면 내 초의 분량은 이제 얼마만큼 남았는가. 내 촛불은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 용기, 미소, 희망, 온정의...
정목일
실루엣 silhouette 2024.12.27 (금)
남자는 주걱에 붙은 밥알을 뜯고 다시 밥을 푼다밥풀에 묻어나는 분노가 밥알처럼 엉킨다지렛대 같은 운명이 남자의 목 줄기를 움켜쥐고스물다섯 시의 저녁이 분노를 퍼 나른다한 여자가 지나가고 또 한 여자가 스쳐가고스쳐간 옷깃마다 먹물 같은 얼룩의 핏자국심장 여기저기 박혀 바늘 끝으로 솟는다마당에 내려와 놀던 새들도 소식 아득히 저물고부스럼 같은 상처만 얼룩지는 밤,밥솥의 밥알들이 툭툭 흩어지듯꺾인 무릎사이로, 닫힌 창틀...
이영춘
은빛 새벽녘노송 한 그루 성근 가지 위로            피어난 눈꽃그리워 그리워기다리던설(雪)새털처럼샛별처럼어깨 위로 춤을 추다펑펑휘몰아치는 격정팔 하나를 부러뜨렸다차디찬 입술로생채기를 내고고드름 손가슴팍을 찌르고먼 얼음 숲으로날아간다그녀의 외면그녀의 부재떨어져 나간 팔하얀 속살 드리운 체노송은망각의 겨울 숲에장승처럼 서 있다.
김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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