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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 맺힌 이슬 2025.01.31 (금)
푸른 별 기슭에아침 해가 떠오른다앞뜰 기온이 섭씨 3도쯤 오른다이웃 수성은 한 낮에 섭씨 427도로 오른다고푸른 별에 해가 지니들녘 온도가 섭씨 5도 정도 떨어지고차가운 저녁 기운이 돈다화성은 한밤에 섭씨 영하 176도로 내린다는데아침에는 늦은 눈발이 더딘 걸음을 하고기다렸던 망울이 터져 철쭉이 하얀 눈에 묻어나고낮에는 온종일 비가 내려 남쪽부터 새봄이 온다고 한다참 알 수록 이상하다꽃사슴이 숨 쉬고 푸른 숲이 사는 이 별천억에...
김석봉
유 선생의 진실 2025.01.31 (금)
   “와! 진짜 맛있다, 정말 아빠가 만든 거야? “ 딸이 눈을 똥그랗게 뜨며 나를 쳐다보고 말했다. 내가 만들어 준 크림파스타가 너무 맛있다며 건넨 말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언제든 먹고 싶으면 얘기해라. 또 만들어 줄 테니. 아빠는 이제부터 우리 집 요리사다.”라고 응수했다. 그뿐 아니라 이틀 전에도 아내가 깜짝 놀랄 일을 해냈다. 아내가 외출한 사이 주방에 있던 무딘 칼들을 모두 꺼내 아주 예리하게 갈아놨다. 아내가 칼을...
정효봉
바람 2025.01.31 (금)
‘현재 당신의 바람은 무엇입니까?’하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망설이게 되고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것 같다.물론 세대별 나이별 차이가 나고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노인인 나는 자손들의건강과 번영, 넓게는 세계의 평화이다.그렇게 지내다가 때가 되면 며칠만 앓다가 고통 없이 저 세상 가면 좋겠다는 것 아닐까? 소위 구구팔팔 삼 삼사 역시 희망 사항인 것이다. 여기에 좀 덧붙인다면 사후 안락 아니겠나, 천당 가고부활하여 더...
노동근
고도孤島에서 2025.01.31 (금)
블랙홀을 지나 동굴을 지나짐승 같은 어둠의 등 뒤에서늑대 울음소리 들리고불빛 먼 수평선에 달빛이 걸려낯선 얼굴로 펄럭인다바위 절벽으로 빗줄기 쏟아진다저 절벽 빗줄기 속으로 뛰어가는 한 사람생이 무거워, 무거워, 울부짖는 한 사람무엇이 그토록 그의 어깨를 누르는가무엇이 그토록 그의 발목에 사슬을 채우는가먼 달빛은 저문 밤 늑대처럼 울고쇠갈고리에 묶였던 그 사람작두 날 같은 파란 얼음 빙판에서무명천에 밴 깊은 시름을...
이영춘
창문 활짝 열고 새바람 들어놓듯햇살 가득한 이른 아침들녘에 홀로 핀이름없는 들꽃이여누구의 기억에도 흔적없는지고 가도 그누구도 기억조차 하지 않는하늘 아래 외로운 들꽃하나너 나름대로 햇살과 벗하며웃음짓고, 예쁜 빛깔 뽐내며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던너만의 황금시기도 있었겠지어느날세찬 눈보라 불어와홀로 서러움 이겨내며 끝내너만의 세상으로 가더라도생명이 다하는 그순간까지너의 생은 빛났다 외쳐보라이름없는 한포기...
이봉란
  이른 새벽 내 집을 나와 내려다보면 내 동네는 그림같이 아름답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보다 희미한 풍경은 더 아름답다.   아직도 다 보이기 싫은 내 속 마음 같아서 인거 같다.    예상치 못한 큰 충격으로 일 년을 넘게 정신 나간 사람으로 견디며 살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결심하고 일어났을 때 그래도 늦지  않았음을 알게 된 건 일이 하고 싶었다.    어차피 살 거면 슬픔에 빠져 살지 말자고 마음을 바꾸었다....
김난호
꿈꾸는 훔(HUM) 2025.01.24 (금)
앞마당에 태산목 한 그루, 몸이 무겁다고 아우성친다.정원수는 늦가을에 웃자란 가지를 한번 쳐내 주고 이른 봄에 한 번 더 다듬어야 한다.나무를 가꾸는 일이 오랜 습관처럼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지난가을엔 때를 놓쳐 버렸다.올봄은 더 큰 정성으로 나무를 가뿐하게 모양내야겠다. 해마다 말없이 새잎에 꽃을피우는 나무. 새순의 꿈으로 겨울을 견디는 나무의 시간은 언제나 신기하고 묘하다.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을...
강은소
시를 담다 2025.01.24 (금)
이십 대 가칠한 새내기가쁜 숨 계단 올라 빽빽한 책들 사이책방에서 한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약속 장소인 종로2가를 막 뛰어간다한 구절 더 읽느라 뛰는 만큼 늦었다 시가 좋아 시집만 펴서읽고 읽다가어느새 집에 가는 저녁 시간 버스타야 하는데 내 발이 서점에 묶여 있다이 발 누가 떼어 주세요 이유는 있었지 그림 서적 좀 봐야지페이지 조금 넘기다 이것은 다음에 보자 했지만이미 시집만 꽉 찬 책장 앞에 서서내 손엔 시집이 내 눈엔뭇...
윤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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