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망국적 패악 견제해달라는 호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14일 “비상계엄은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제발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망국적 패악에 대해 감시·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계엄 선포 당시 국정 상황에 대해 “반국가세력과 연계한 거대 야당 민주당이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과 정부 사이를 이간질하며 국정을 마비시켜 나라가 망국의 위기에 처하도록 했다”며 “대한민국 독립과 헌법 수호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는 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전날 오전 9시 30분 시작된 결심 공판은 자정을 넘겨 이어졌다. 조은석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뒤 최후 진술에 나선 윤 전 대통령은 “근현대사에서 가장 짧은 계엄을 내란으로 몰아서 국내 모든 수사기관이 달려들어 수사했고, 초대형 특검까지 만들어 수사했다”며 “임무에 충실했던 수많은 공직자가 마구잡이로 입건·구속되고 무리한 기소가 남발됐다”고 했다.
이어 “저도 과거 26년간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지만 이렇게 지휘 체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여러 수사기관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수사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무조건 내란이란 목표로 수사 아닌 조작과 왜곡을 해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내린 비상계엄에서 계엄 사무를 맡았거나 지원 업무를 했다고 해서 (내란에 가담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망상이고 소설일 뿐”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 목적’이나 ‘폭동’ 사태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시 출동한) 소수 병력 중 일부는 비무장 상태로 국회 담벼락 아래 앉아 있었고 일부는 빈 총을 들고 국회 마당에 수천명 군중에 둘러싸여 폭행 당했다”며 “누구도 억압하거나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의사일정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에게 월담하는 국회의원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미친 사람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지시”라면서 “체포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국회의원 체포가 누구네 집 동내 애 이름 얘기하듯이 (쉽게) 말할 수 있는 거냐”고 했다.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한동훈 등 주요 정치인 체포·구금을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하나회(전두환 전 대통령 중심의 군내 사조직)도 아니고, 제가 뭘 믿고 택도 안되는 걸 부탁하겠느냐”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계엄군을 배치한 것에 대해선 “그동안 가짜 투표용지가 다량 발견됐고, 국가정보원 점검 결과 선관위는 국가기관이 갖춰야 할 보안 기준에 현격히 미달하고 심각한 상황이 드러났다”며 “자유민주주의 역사에서 선거 관리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선관위가 검증을 거부하고 있어 점검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관리시스템의 보안을 점검하려고 들어갔지만 시간과 준비 부족으로 서버 장비 사진만 찍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오전 0시 11분쯤 시작해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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