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폭락에도 GST 밀어붙여··· 재정 안정 이끌어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캐나다의 제18대 총리를 역임했던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가 84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멀로니 전 총리의 딸인 캐롤라인 멀로니 온타리오주 재정위원장은 29일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아버지께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립선암
수술과 심장 시술을 받았던 멀로니 전 총리는 플로리다의 한 병원에서 입원 중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1939년 퀘벡에서 태어난 멀로니 전 총리는 세인트 프란시스 사비에르
대학을 졸업하고 라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64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했다. 그 이후 광물 기업의 사장을 거쳐 1983년에는 연방 보수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보수당의 당수가 됐고, 1984년 총선에서는 282석
중 211석을 차지하는 당의 역사적인 대승을 이끌며 캐나다의 18대
총리로 취임했다.
9년의 재임 기간동안 멀로니 전 총리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더불어 경제적 자유주의 정책을 펼쳤고, 1988년 캐나다-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이후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이끌어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백인에 대한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
반대하며 남아공을 제재했고, 미국과 산성비 문제로 대기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존재감을 나타냈다.
1991년에는 캐나다 정부의 심각한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부가세(GST)를 도입하면서 조세제도를 개편했다가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고, 1993년 연방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해
총선에서 진보보수당은 단 2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GST 도입은 국민들의 큰 반대에 부딪혔지만 결국에는 캐나다의 재정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훗날 멀로니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큰 비판을 받았지만 캐나다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계 은퇴 후 총리 재임 시절이던 1988년 에어캐나다가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입하는 것과 관련해 22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던 것이 밝혀지면서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편 멀로니 전 총리의 서거 소식에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멀로니
전 총리는) 캐나다인을 위해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캐나다를
더 좋은 국가로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며 “그가 이
나라를 현대적이고 역동적이며 번영하는 나라로 건설하는 데 했던 역할을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는 멀로니 전 총리에 대해 “가장 위대한
정치인 중 하나였으며, 10년 동안 수많은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했고, 재그밋 싱 NDP 대표도 “캐나다의 환경 보호에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사진출처= picr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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