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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 칭다오에 억울하게 피폭? 훠궈, 양꼬치도 장사 안 돼”

김아진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11-11 16:48

고개 드는 차이나포비아 관련 업계도 울상
지난 7일 서울 종로 먹자 골목의 한 음식점 앞. 주류 운반 트럭에 칭다오는 없다. 대신 카스, 테라, 켈리 등 국산 맥주만 실려 있다. 한 상인은 "주류 냉장고에서 칭다오는 잘 보이지 않는 맨 아래 칸으로 옮겨놨다"고 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일 서울 종로 먹자 골목의 한 음식점 앞. 주류 운반 트럭에 칭다오는 없다. 대신 카스, 테라, 켈리 등 국산 맥주만 실려 있다. 한 상인은 "주류 냉장고에서 칭다오는 잘 보이지 않는 맨 아래 칸으로 옮겨놨다"고 했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칭다오 한 병도 안 팔려요.”

지난 4일 서울의 한 훠궈 식당. 번화가에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앉아서 주문을 하고 종업원에게 슬쩍 물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칭다오 때문인가. 저도 모르죠. 뭐.” 한숨을 푹 쉬었다.

1시간가량 식사를 하는 동안 테이블은 한 자리가 더 찼다. ‘소변 칭다오’ 탓인지, 문전성시를 이루던 중식당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칭다오 맥주 국내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국내 수입 칭다오는 이번에 문제 된 공장과는 관련 없다”고 통사정을 하고 있다. 칭다오를 취급하는 음식점에선 공짜 행사도 하고, 편의점은 할인율도 높였다. 그런데 소비자는 아직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양꼬치에 칭다오가 국룰이지’는 옛말이 돼버렸죠. 우리나라 칭다오는 관계가 없다는데도 오줌 생각이 나서 못 먹겠어요. 게다가 9000원인데 비싸기도 비싸고요. 당분간 국산 맥주 마실게요.”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작업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원료(맥아) 보관 장소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모습이 찍혔다. /웨이보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작업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원료(맥아) 보관 장소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모습이 찍혔다. /웨이보

◇“칭다오 안 보이게 치워”

중식당이 몰려 있는 서울 대림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양꼬치 식당 직원은 “원래 칭다오는 주류 냉장고 가장 잘 보이는 쪽에 진열해 뒀는데 맨 아래 칸으로 내렸다”며 “손님이 ‘눈에 보이면 밥맛 떨어진다’고 항의 아닌 항의를 해온 적도 있다”고 했다. 일부 양갈비, 훠궈, 마라탕 집에선 인스타그램에 리뷰를 쓰면 칭다오 1병을 무료로 주는 행사도 하지만, “그래도 안 먹더라”는 후기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마라탕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푸념을 늘어놨다.

“추석 이후 계속 손님이 줄고 있어요. 마라탕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것도 이유겠지만 칭다오 사건까지 터지니까 매출이 확 준 것 같아요. 배달 말고 오프라인 장사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에요.”

편의점에서도 칭다오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알바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실시간으로 칭다오 판매 상황이 공유되고 있다. “2주간 칭다오 두 종류 술 판매 0건. 아사히 생맥주는 완판 기록” “번화가 편의점 주인입니다. 어제 오늘 합쳐서 손님 600명 받았는데 칭다오 한 병도 안 팔렸네요. 워크인에 박스 7개 쌓였어요. ㅋㅋ” “우리 가게는 아예 발주도 안 합니다”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칭다오는 우리나라 수입 맥주 시장에서 소매점 매출 기준 점유율이 늘 1, 2위였다. 편의점에서도 부동의 ‘빅3′였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제3공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맥주 원료(맥아)에 오줌을 누는 영상이 공개된 후 칭다오 판매량은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서도 중국 맥주에 대한 불신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21~31일 국내로 수입된 중국 맥주는 29만5000달러(181톤)어치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수입량은 86.7%, 수입액은 72.5%나 줄었다.

◇중국이 중국했다?

중국 음식은 오래전부터 위생 논란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자극적인 맛 등을 내세워 MZ를 겨냥하면서, 이제는 마라탕, 양꼬치 등의 식당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인기를 얻었다. 편의점 등에선 1000원 이하의 중국 간식도 불티나게 팔린다. 이름도 특이한 향라맛 설곤약, 라티아오 등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중국 기피 현상이 주류는 물론, 식품·외식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2021년 김치 공장에서 알몸 남성이 배추를 절였던 ‘알몸 김치’ 사건 등이 오버랩되면서 “중국산은 먹지 말자”는 불매운동 분위기도 포착된다. 올해 3월에도 배추를 소금에 절인 쏸차이 공장에서 직원들이 재료를 맨발로 밟거나, 담배를 피우며 재료를 손질하고 꽁초를 버리는 장면이 전 세계로 퍼졌다. 한 식품 제조사 직원은 블로그에 “중국 칭다오 맥주 공장까지 찾아가서 마셨던 내 인생 맥주, 이제 추억으로 남기겠다”며 “먹는 거로 장난치는 족속들은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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