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미국은 훔친 땅에 건국” 트윗··· 유니레버 시총 3조원 날렸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7-08 11:40

독립기념일에 자회사가 트윗, 소비자 격분
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이자 진보 행동주의 기업 '벤앤제리스'가 지난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247주년에 "미국은 원주민으로부터 훔친 땅에 건립됐으므로 그들에게 땅을 돌려줘야 한다"고 올린 트윗. /벤앤제리 트위터
미 버몬트주에 본사를 둔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이자 진보 행동주의 기업 '벤앤제리스'가 지난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247주년에 "미국은 원주민으로부터 훔친 땅에 건립됐으므로 그들에게 땅을 돌려줘야 한다"고 올린 트윗. /벤앤제리 트위터

미국에서 소수인종·성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고양하기 위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에 올라탄 기업들이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도한 PC주의가 주류 사회 질서와 역사·문화를 급격하게 흔들고 악마화하는 데 대해 보수·중도 성향 국민의 염증이 커지면서다. 기업 평판이 나빠지고 매출·주가가 직격탄을 맞아 기업들이 ‘PC 리스크(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 5~6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계속 하락해 이틀 만에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3일) 대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감소했다. 자회사인 유명 아이스크림 업체 ‘벤앤드제리스(Ben and Jerry’s)’가 4일 미 독립기념일을 맞아 올린 트윗 내용에 격분한 소비자들이 벤앤드제리스 불매운동에 돌입하면서 주가가 내려갔다.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 진열된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1978년 창업자 벤과 제리가 버몬트주에서 창업해 미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분류된다. 환경, 반전, 다양성, 역사 수정주의 등 진보이념 의제를 내세우는 행동주의 기업의 대표주자다. /폭스뉴스

미국의 한 슈퍼마켓에 진열된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 1978년 창업자 벤과 제리가 버몬트주에서 창업해 미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분류된다. 환경, 반전, 다양성, 역사 수정주의 등 진보이념 의제를 내세우는 행동주의 기업의 대표주자다. /폭스뉴스

환경·반전(反戰) 등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행동주의 기업으로 잘 알려진 벤앤드제리스는 이날 “독립기념일의 축하 분위기 때문에 미국 탄생에 대한 진실이 가려져선 안 된다. 미국은 원주민에게서 훔친 땅에 건국됐다. 우리는 7월 4일을 기해 땅 반환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반환해야 할 땅’으로 이 업체는 사우스다코타주 블랙힐스에 있는 바위산 러시모어 국립기념지를 첫손에 꼽았다. 러시모어엔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을 빛낸 대통령 4인의 대형 두상이 조각돼 있으며 연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벤앤드제리스는 “원래 주인인 라코타 인디언들에게 러시모어를 반환하고 인디언 조상을 기리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고 썼다.

최근 미 진보 학계에선 개척 시대 원주민 학살·탄압 등을 반성해야 한다는 수정주의 사관(史觀)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수인종에 대한 반성과 배려를 넘어, 미 건국 자체를 ‘백인의 도둑질’로 헐뜯는 트윗이 나오자 많은 이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리 상원의원(유타) 등 각계 인사들이 “평생 벤앤드제리스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않겠다”고 밝혔고,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역사에 무지한 자들이 미 자유의 상징을 헐뜯고 있다”고 비난했다. 벤앤드제리스는 지난 1일 캐나다 건국일 ‘캐나다 데이’에도 “캐나다는 원주민에게서 훔친 땅에 세워졌다”는 트윗을 게재해 캐나다에서도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

미 언론들은 이번 벤앤드제리스 보이콧을 ‘제2의 버드라이트 사태’로 부른다. 지난 20여 년간 미 맥주 판매량 1위 제품이었던 앤하이저부시사(社)의 버드라이트는 지난 3월 전미대학농구 시즌에 젊은 층에게 잘 알려진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바니를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자 맥주 주소비층인 중·장년 남성들이 “성전환을 유행처럼 장려하느냐”며 대대적 불매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버드라이트는 1위 자리를 뺏기고 앤하이저부시 주가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버드라이트는 결국 트랜스젠더 모델을 철회하고 전국에 맥주를 공짜로 뿌리는 수준으로 절치부심 중이지만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다.

스포츠용품 기업 아디다스는 5월 여성 수영복 모델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 모델을 내세워 논란이 됐다. 여성 선수 단체 등에게 “생물학적 여성을 뭔가 잘못된 존재로 취급하는 극단적 레인보 워싱(rainbow washing·성소수자 인권으로 모든 것을 뒤덮는 것)” “남성의 여성 종목 진출을 정당화한다”는 반발이 일었다. 대형 유통 업체 타깃, 커피 체인 스타벅스,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도 어린이용 ‘프라이드(Pride·성소수자 슬로건)’ 상품 등을 선보였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이런 마케팅을 슬그머니 접었다.


지난 20년 넘게 미 맥주 판매 1위 제품이었던 버드라이트가 올3월 젊은 네티즌에게 인기있는 트랜스젠더(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의 얼굴을 새긴 맥주캔을 만들어 증정하는 식으로 홍보에 활용했다. 맥주 소비층인 중장년 남성들이 격분해 보이콧에 돌입하면서 버드라이트는 매출과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인스타그램
지난 20년 넘게 미 맥주 판매 1위 제품이었던 버드라이트가 올3월 젊은 네티즌에게 인기있는 트랜스젠더(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의 얼굴을 새긴 맥주캔을 만들어 증정하는 식으로 홍보에 활용했다. 맥주 소비층인 중장년 남성들이 격분해 보이콧에 돌입하면서 버드라이트는 매출과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인스타그램

미 기업들이 지난 10여 년간 성소수자나 소수인종에게 우호적인 마케팅을 벌여온 것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힙’해보이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정·신앙·애국심 등 보수적 가치를 높이 사는 국민들이 ‘더는 우리 영역을 공격하지 말라’고 반격하면서 역풍이 불고 있다. 특히 미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이념 전쟁이 격화되는 지금, 기업들은 진보·보수 양쪽 모두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아디다스가 지난 5월 온라인몰에 여성 수영복 모델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소수자 흑인 모델을 기용, "여성이라는 것만으론 여성 수영복 모델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전통적 성별 구별을 죄악시한다"며 큰 논란을 낳았다. /아디다스 홈페이지
아디다스가 지난 5월 온라인몰에 여성 수영복 모델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소수자 흑인 모델을 기용, "여성이라는 것만으론 여성 수영복 모델조차 될 수 없을 정도로, 전통적 성별 구별을 죄악시한다"며 큰 논란을 낳았다. /아디다스 홈페이지

한편 글로벌 콘텐츠·미디어 기업들의 다양성·평등·포용 증진정책(DEI) 책임자들도 줄줄이 물러나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와 ‘라틴계 백설공주’를 만든 디즈니, ‘흑인 클레오파트라’로 역사 논란까지 일으킨 넷플릭스, ‘흑인 슈퍼맨’을 내세운 워너 브라더스의 DEI 책임자 등이 ‘블랙 워싱(black washing)’ 논란 가운데 최근 사임했다.

지난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Queen Cleopatra)’서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가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와 역사 논란 등 외교문제까지 불거졌다. /넷플릭스 유튜브
지난 5월 공개된 넷플릭스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Queen Cleopatra)’서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가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와 역사 논란 등 외교문제까지 불거졌다. /넷플릭스 유튜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 Federal Reserve Flickr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7회 연속 동결로,...
미국 보스턴 외곽의 ‘H마트’ 벌링턴점에 아시아 식품을 사러온 고객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 DBH마트(한아름마트) 등 미국 내 틈새시장을 노렸던...
美 퓨리서치센터 34국 국민 여론조사
관세 부과, 방위비 인상 압박 등 영향 분석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유튜브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세계 각국 국민 중 40%가량은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연임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TED Conference Flickr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초기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이제 테슬라에서 손을 떼고 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 회사인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국가의 품질 인증(형식 지정)을 받는 과정에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초 도요타 계열사 인증 부정으로 논란이...
크루즈 여행 이미지(왼쪽)와 카니발 크루즈 여행을 취소당한 티파니 뱅크스. /뉴욕포스트미국의 한 가족이 소셜미디어에 호화 크루즈 여행 계획을 자랑했다가 예약번호가 노출되는 바람에...
  지난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하던 카타르항공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탑승자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블린공항은 해당 여객기가 튀르키예 상공에서...
미국의 유명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 ‘레드랍스터’가 파산 절차를 시작하면서 자산을 매각하고 매장 수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단돈 20달러(2만7300원)에 새우를...
자료사진/Singapore Airlines런던에서 출발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가 심각한 난기류에 부딪혀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BBC에 따르면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11일(현지시각)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015년부터 탈모로 고통받다가 튀르키예에서 모발이식 시술을 받은 기자 스펜서 맥노턴의 체험기를 보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화면...
미국 내에서 곤충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며 매미를 식용 곤충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화면 캡처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영국-스웨덴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백신 시장에서 철수한다. 백신 수요 급감에 따른 결정이다.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실버 노동력 썰물···숙련공 이탈하고, 성장 잠재력도 제한시켜
그래픽=김의균1967년 1월 첫째 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1966년 올해의 인물을 표지에 실었다. 당시 올해의 인물로 꼽힌 것은 ‘25세 이하의 사람들(Twenty-Five and Under)’. 1927년부터 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Federal Reserve Flickr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일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까지 6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연내...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아온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25일부터 관광객들을 상대로 도시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전날 베네치아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2025년 경제 규모 5위로 하락
내년에 일본 경제 규모가 인도에 밀려 세계 5위로 추락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해 21일 보도했다. 한때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은...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골드바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영국의 존 알프레드 티니스우드가 111세 나이로 기네스세계기록(GWR)의 현존하는 최고령 남성 인증서를 얻었다/ 기네스북영국의 111세 남성이 살아있는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이름을...
미국 뉴욕타임스(NYT) 선정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 중 4위에 이름을 올린 '아토믹스'/ 아토믹스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024년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100곳’에 한식당...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록된 페레스. 오른쪽은 그가 51세 때의 모습. /기네스세계기록(GWR) 홈페이지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세계기록(GWR)에 이름을 올린 베네수엘라 농부 후안...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