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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05-02 15:16

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얼어붙은 호수 위
굶주린 흰 새
발 시려 외 발로 서서

각시 붕어, 비단 잉어
발 아래 노니는 꼴
망연히 보다가

큰 날개 하야니 펼쳐
두세 번 날갯짓으로
소나무 꼭지에 앉으니

굶주린 걸 객 신세가
한순간 신선이 되어
겨울 그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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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캐는 아낙의 시선 피하여길섶 풀숲 속숨어 핀 샛노란 민들레해를 사랑하여환한 꽃 피우고임 온기 느끼며 길가에 서 있다가흰 나비 애무하고 떠나간 뒤날개 단 홀씨 한 다발 들고초원 지나갈 바람 기다린다오! 바람이여저 멀리 하늘 끝에 계신 내 임에게로Please! send seeds beyond the cloudsto the end of the sky
김철훈
후미진 주방에서연기와 인연으로가슴에 폐암을 잉태하였다생 살을 후비는 산통을 겪으며사이렌 울리는 앰블런스에 실려야간 응급실 도착하여환자들 속에 던져 저 묻히었다알량한 베니핏은퇴 후 핑크 빛 헛꿈을 꾸며잔 기침과 허리 병을 견디어이어진 미련한 삶의 질긴 악연건강한 암을 가슴에 품었다생전 아내의 음식 속에 살아온 이가냉장고 앞에서 하얀 머리를 하고멍하니 서 있다난 육신의 고통을 겪고당신은 마음의 고통을 겪으리창가에 서서...
김철훈
백로 2023.05.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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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내 나이 63세 2022.11.21 (월)
연필을 날카로이 깎고백지에 자를 대고 일과표를 그린다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리라그래서 비록 늙은 몸이나 굳은 허리 곧게 피고 걸으리라소식으로 아침을 먹고어질러진 책상을 치우고 커피를 마시며다툼일랑 지워버리고 아내와 사랑했던추억을 되새겨 아름답게 가공한 시를써 보리라잠시 휴식과 산책을 다녀온 뒤에4B연필을 깎아 연필화를 연습하자35년 동안 같이 살았으나 희미한아내의 눈 코 입을 자세히 그려 보리라단 염려스러운 것은꽃 같던...
김철훈
붉은 해 마주한 바닷가 찻집찻잔의 따스함 느끼며해지는 고군산도 바다를 바라본다.​바다는 바위를 때리어 희게 부서지고해변을 부여잡은 붉은 두 손 끌며샤아 샤아 울며 바다가 멀어진다.​칭얼거리며 흰 모래 백사장 위로조가비, 조약 돌 뱉어 놓고조각 배 따라 검은 섬 돌아 떠나간다.​석양이 바다의 등을 다독여도떠나는 서러움에금빛 물결 너울 너울 흐느낀다.​돌아올 때는검은 구름으로 해를 가리고갯벌에 가리비 숨기어 놓고조각 배는...
김철훈
메리의 오솔길 2021.10.12 (화)
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캐나다에서 내 아내는 메리가 되었다치매 걸린 냄비가 소방벨을 누르고노인의 기침 소리 벽 넘어 들리는성냥갑 속에 가난한 메리가 산다​두더지 땅굴 나서듯 초원으로 나가자!​호수를 낀 둘레길을 걷다꿩 소리 들리는 갈대 언덕에 오른다흰 산들이 하늘과 맞닿아 둘려쳐있고갈대숲과 호수가 내려다 뵈는20미터 짧은 오솔길에는굵은 체리 씨앗 섞인 곰 똥이 보인다곰도 이 길이 좋았나 보다뷰 포인트 메모리얼 벤치에...
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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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햇살의 칼날을 번뜩이며 흰 산을 넘어온다어둠 속에 활개치던 악령들이 서슬 퍼런 칼날에땅속으로 스며든다 햇살의 검기는 나뭇잎을 들추고 수풀더미를 헤집는다날카로이 찌르는 칼날을 피해깊은 어두운 동굴 속으로 어둠은 무지(無知)를 데리고날개를 접어 숨긴다 해는 더 높이 올라 시야를 넓히고어둠은 눈을 감고 숨을 죽여 밤을 기다린다지는 해는 붙들 수 없으나한번 얻은 슬기는 어둠이 두렵지 않다
김철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