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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출장이 엘리트 코스? 요즘 직장인들 보내준대도 “싫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4-17 11:04

10조 빅딜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 한국 직장인 의식이 바뀌고 있다

경기 파주의 한 IT(정보 기술)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 대리는 지난해 말 중국 충칭(重慶)에 출장을 갔다 넉 달을 외부와 단절된 채 지내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신종 코로나 방역 때문이다. 출장지에서는 석 달간 근무지와 호텔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 달간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김 대리는 “예전 같으면 서로 가려 다투던 해외 출장과 파견이 이젠 기피 1순위”라며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으로 가는 출장도 마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했다.

해외 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시각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국제적 업무 경험을 쌓고,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보다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과 한국보다 못한 생활환경 같은 단점이 더 부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수출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 기업의 84%가 ‘해외 업무에 차질이 있다’고 답했고, 그 원인으로 38%가 ‘직원들이 출장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외 출장과 파견 근무가 ‘보너스’가 아닌 ‘짐’인 세상이 된 것이다.

/일러스트= 김영석
/일러스트= 김영석

◇코로나·인종차별 우려에 “출국 싫어”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만이나 이스라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한국보다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인식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폴란드 등 해외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확진자가 쏟아지고, 이라크에선 현장 직원들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정부가 전세기를 보내 데려오는 일도 벌어졌다. 한 대형 건설사 부장급 직원은 “신종 코로나 감염 자체보다, 감염이 됐을 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 크다”면서 “현지에서는 빨리 귀국시켜 달라고 난리고, 한국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소 2주간의 자가 격리를 의무화한 방역 규정도 주요 요인이다. 중국 등 일부 지역은 현지 입국 때도 2주 자가 격리를 요구하기 때문에 갈 때 2주, 올 때 2주 도합 4주를 집에 갇혀 지내야 한다. 서울의 한 제조 대기업 직원은 “출장 복귀 후 2주 자가 격리를 하고 출근했더니 팀장이 ‘푹 쉬고 왔냐’며 핀잔을 주더라”며 “(유급 휴가인) 자가 격리 기간 내내 출장 보고, 이메일 체크, 화상 회의 참석으로 전혀 쉬지 못한 터여서 억울하기 그지없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인으로 오인받아 차별과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늘어난 것도 걸림돌로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주요 도시에서 동양인에 대한 증오 범죄 건수는 2019년보다 149% 늘었다. 보통 폭행이나 차별을 당했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해외 연수 준비 중인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현지에서 ‘아시안 뺨 때리기’ 놀이가 유행한다는 소문을 듣고 경악했다”면서 “주변에서 ‘연수를 연기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 “한국이 편하고 좋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 출생 세대) 직원들이 출장·파견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 추세도 나타난다. 생활 여건이나 문화 환경 측면에서 한국이 외국보다 낫다는 인식이 있는 데다, 굳이 해외 경험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강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토리 세대(1987~2003년생)가 해외에 나가는 것 자체를 꺼리는 현상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이후 한국의 노동 여건이 크게 나아지면서, 현지 노동 관련 법 규정을 적용받는 해외 파견 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커졌다. 한 전자 제조업체 부장급 직원은 “해외 공장은 주 52시간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본사에서 파견 나간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현지 직원들과 근무시간을 다르게 적용할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어렵사리 해외 취업을 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나온다. 미국 시카고 금융회사의 개발자로 취업했던 A씨는 “지난해 재택근무 시작 이후 하루에 단 한마디도 말을 안 하고 지낸 날이 많다”며 “한국에서 화상 회의로 일을 하는 것과 다른 점이 뭐가 있나 싶어 1년 만에 귀국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이제 M&A(인수합병) 같은 큰일도 화상 회의로 처리하려 한다. 지난해 10월 해외 출장이나 대면 미팅 한번 없이 미국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 인수를 성사시킨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재계에선 “90억달러(약 9조7200억원) 규모의 ‘빅딜’도 비대면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출장이나 파견 근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최근 “신종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기존 비즈니스 출장은 50%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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