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비운의 천안함 함장 최원일, 軍 떠난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2-27 11:35

북한의 천안함(PCC-722)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53·해사 45기) 해군 중령이 28일 30년의 군 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10년을 가짜 뉴스, 음모론과 싸웠고 정부의 외면 속에서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천안함 폭침 때 받은 징계에 발목이 잡혀 인사 때마다 승진에 탈락하다 끝내 명예 진급 뒤 대령으로 전역하게 됐다.

‘최원일' 이름은 해군 수병(水兵) 출신인 아버지가 아들이 초대 해군참모총장인 고(故) 손원일 제독(1909~1980)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지은 것이라고 한다. 2008년 천안함 함장으로 부임해 탑승 인원 100명이 넘는 초계함을 지휘하며 서해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최 중령은 평시 작전 중 북한 잠수정의 기습 공격으로 부하 46명을 순식간에 잃었다.

패장(敗將) 멍에가 씌워졌다. 폭침이 있은 후 보직 해임됐고, 8개월 뒤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후 ‘만년 중령’으로 교리·교범을 작성하는 비(非)전투 임무 등을 맡아왔고, 현재는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그를 군이 배려한 측면이 있지만, 그는 주위에 “다시 바다로 나가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작전 부대가 아닌 곳에서 근무해 답답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함께 근무했던 이들에 따르면, 최 중령은 군 생활 내내 큰 죄책감에 시달렸다. 2016년 천안함 6주기를 맞아 띄운 편지에서 “저는 제 몸과 같은 배와 제 피붙이 같던 부하들을 잃은 죄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북의 소행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좌초설’ ‘미 군함 충돌설' 등 온갖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두고 보지 않고 앞장서 반박했다.

지난해 천안함 10주기를 맞아 소셜미디어상에서 진행된 '천안함 챌린지'에 참여한 최원일 해군 중령이 '104인 천안함 전우들이여 영원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해군 페이스북

지난해 천안함 10주기를 맞아 소셜미디어상에서 진행된 '천안함 챌린지'에 참여한 최원일 해군 중령이 '104인 천안함 전우들이여 영원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해군 페이스북

그는 2013년 천안함 좌초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자 “죽어도 이 영화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좌초됐다면 내가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천안함 장병들을 ‘패잔병’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우리 승조원들은 패잔병이 아니라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과정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를 앞세우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천안함'은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주범 중 한 명인 북한 김영철이 평창올림픽 계기에 방남했을 때 국빈급으로 대우했고, 정부 인사들은 천안함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북이 어떠한 책임인정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뒤인 지난해에서야 처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최 중령과 생존 장병들도 당시 행사에 참석했지만 대통령과 함께 추모할 수 없었다. 당시 한 유족은 인터뷰에서 “최 중령이 뒷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최원일 해군 중령이 지난 2017년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최원일 해군 중령이 지난 2017년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조선일보DB


그는 생존 장병 58명과 함께 1년에 두 차례 정기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있다고 한다. 퇴역을 앞두고는 천안함 전사자가 안장된 묘역을 함께 찾아 묘비 앞에 경례를 바치며 추모했다. 2016년엔 생존 용사인 전준영(34)씨의 결혼식 주례를 보며 “하늘에서도 신랑, 신부 축하해주고 이 예쁜 가정 잘 지켜다오. 이 기쁜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하늘에 있는 46명의 전우(戰友)를 대신해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해 장내가 울음바다가 됐다.

최 중령은 한 인터뷰에서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유가족의 단 하나의 소망은 대한민국이 영원히 기억해 주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서해 수호의 날 하루만이라도 장병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지난 2008년 11월 부임 후 전우들과 함께 천안함 함수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고 이상민 하사, 전준영씨, 함장 최원일 중령, 고 이재민 하사, 고 이용상 하사, 전 주임원사. /조선일보DB
지난 2008년 11월 부임 후 전우들과 함께 천안함 함수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고 이상민 하사, 전준영씨, 함장 최원일 중령, 고 이재민 하사, 고 이용상 하사, 전 주임원사. /조선일보DB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13일 LH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농장 컨테이너. 주변에 농사를 지은 듯한 농기구, 퇴비 등이 널려있다. /남지현 기자13일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50대 외할머니(친모)·20대 친딸, 비슷한 시기 임신·출산 친모, 딸 몸조리하러 친정 온 사이 ‘아이 바꿔치기’
경북 구미 빈집에서 미라로 발견된 2세 여아에 대해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친모로 확인된 50대가 20대 딸의 임신 사실을 출산이 임박해서야 알게되자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녀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고 출산을 했는데 50대 외할머니가...
/KBS“이번 일과 전혀 관계없지?”(백순길 당시 LG 트윈스 단장)“네. 관계없습니다.”(박현준 당시 LG 트윈스 투수)“그래 열심히 하자.”(백 단장)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 등 부산 메가시티 구상과 관련해 연설하고 있다./TV조선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의 값어치를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개입’...
북한의 천안함(PCC-722) 폭침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53·해사 45기) 해군 중령이 28일 30년의 군 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10년을 가짜 뉴스, 음모론과 싸웠고 정부의 외면 속에서 고독한 시간을...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27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내 무균 작업대(클린벤치)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文정부, 고위직·전문직 출신 홀대… 안보전략硏 채용 0명
북한에서 고위직·전문직을 지낸 탈북민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자리를 못 잡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정부는 엘리트 탈북민이 북한에서의 경력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는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후 대학로, 종로를 거쳐...
서울 양천성당 이날치 패러디, 1개월만에 조회 수 37만 기록 “언택트 시대 신자들과 소통법”
“양(羊) 내려온다, 양~~이 내려온다.”로만 칼라와 검정색 긴 수단(사제의 예복)을 입은 사제와 신학생, 수녀들이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음악에 맞춰 흔들흔들 춤춘다. 배경 무대는 서울 목동 양천성당(신희준 주임 신부). 올해 초 유튜브에 올린 이 동영상은...
현직 프로배구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 잇따라 불거진 가운데, 여자배구 선수에게 과거 괴롭힘과 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이 또 나왔다.14일 한 온라인 게시판에는 ‘프로여자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지금...
장애 아동을 포함해 원생 10여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인천 서구의 국공립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2명이 모두 구속됐다.인천지법 이원중 영장전담 판사는 15일 아동학대 범죄의...
지난 10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는 수 개월간 방치된 까닭에 시신이 크게 부패해 일부는 미라 상태로 변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20대 초반의 친모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을 버리고 떠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 자매./스포츠조선여자배구 이재영·이다영(25·이상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에 대한 증언이 학부모에게서도 터져나왔다.앞서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역 인근 한식당 '진달래' 윤남순 사장이 제육볶음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고운호 기자주말인 지난 7일 낮 12시, 서울 중구 회현동의 밥집 골목은 한산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으로 1083억 빚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대출 제도가 있다. 바로 ‘남북협력기금 대출’이다.통일부가 남북간 상호교류와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 사업자의 북한 투자 자금을 대출해주는...
윤정희씨 대신할 후견인 놓고 프랑스서 법정 싸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배우 윤정희(77)씨가 프랑스에서 방치된 채 생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윤씨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5)씨와 윤씨 형제자매 간 갈등이 작용했다....
[사건 블랙박스] “살아서도 뜨거웠을 텐데, 죽어서 또 불 속으로... 아빠, 어떡해.”지난 2일 오후 1시30분 전북 전주 승화원에서 A씨의 유족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김정엽...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6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미군 철수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몸싸움 하고 있다. /페이스북좌파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6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웰다잉' 준비하는 사람들] [上]
“밤이나 낮이나 깜깜한 세상에 살게 되니 기가 턱 막혀 대성통곡했지요. 그런데 이제 뒤돌아보니 시각장애인이 된 게 ‘인생 절정기’의 시작이었더라고요.”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노정태의 시사哲-아무튼, 주말] 하이데거와 김국환의 ‘타타타’
일러스트=안병현“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 없지.”온 국민이 다 아는 그 노래, ‘타타타’의 첫 소절이다. 양인자 작사, 김희갑...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