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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1명에게 물었다, 코로나 1년 “온라인에 질렸다”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1-09 11:10

[아무튼, 주말] 코로나가 바꾼 의식주 생활 백서

불청객 코로나가 한국 땅에 상륙한 지 딱 1년. 지난해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달력 한 바퀴가 돌았다. 예상 경로를 완전히 비켜 간 지난 한 해, 한국인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무튼, 주말’이 심층 설문을 통해 ‘코로나 1년, 한국인의 의식주 변화’를 분석했다.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와 함께 한 설문엔 20~60대 남녀 5111명이 참여했다. 곳곳에 반전이 있었다.

◇산책하러 마트 간다...지겨운 비대면

“새벽 배송요? 처음엔 편리했죠. 이젠 지겨워요. 하도 많이 봐서 품목을 외우겠다니까요. 쌓이는 택배 상자 보면 맘도 편하지 않고요.” 아이 둘을 둔 워킹맘 정모(43)씨는 코로나 사태 초기 생필품과 식료품 80%를 온라인에서 샀다. 1년이 흐른 지금은 반대. 80%를 오프라인에서 산다. “온라인으로 사보니 식재료 질이 고르지 않더라고요. 초록마을·한살림 같은 동네 유기농 매장에서 소량으로 사요. 재택근무를 하니 낮에 동네 슈퍼 갈 시간이 생겨 좋아요.”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온라인이 슬슬 지겨워지는 모양이다. 비대면 피로감이 누적된 듯하다. ‘식재료는 주로 어떻게 구입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형마트·슈퍼마켓 등 오프라인’이 56.7%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 배송’은 절반 수준인 26.3%였다. 의외로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20대에서도 마트(49.3%) 선호도가 온라인 배송(26.4%)보다 높았다.

마트 가는 목적이 물건 사는 데만 있는 게 아니다.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데 헬스장은 문 닫았고 밖은 강추위 때문에 나갈 수가 없어요. 조금이라도 콧바람 쐬며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데가 대형마트예요.” 매 주말 마트를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45)씨가 말했다.

방역은 필수다. 대기업 팀장 손모(45)씨는 “아무리 온라인 판매 제품이 다양해도 마트에서 사야 할 물건이 있다. 그럴 땐 마스크로 중무장하고 살 것만 사서 빨리 치고 빠진다”고 했다. “콕 찍어서 사는 거죠. ‘핀셋 쇼핑'이랄까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허리띠, 나이 들수록 더 졸라매

“작년 지출을 따져보니 재작년보다 1800만원 이상 절약했어요. 세 식구가 재작년 여름엔 스위스, 겨울엔 대만 여행을 다녀왔지만 2020년에는 꼼짝 안 했어요. 재택이 늘면서 주 2회 쓰던 가사 도우미도 안 쓰고요. 대신 식기 세척기, 무선 청소기, 로봇 청소기, 노트북, 프린터를 샀는데 작년보다 돈이 굳었어요.” 맞벌이 부부인 박모(53)씨네 얘기다.

지난 1년 생활비 지출이 ‘줄었다(42.5%)’가 ‘늘었다(33.5%)’보다 많았다. 눈에 띄는 점은 세대가 높을수록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것. 줄었다는 대답이 60대(48.3%), 50대(44.9%), 40대(40.6%), 30대(40.4%), 20대(38.2%) 순으로 나왔다.

20대 지출 감소 폭은 왜 상대적으로 작을까. “제 또래 대부분이 그렇듯 워낙 아껴 살아 더 줄일 수가 없어요. 헬스장은 관둬 지출이 줄었지만, 대신 배달 음식에 들어가는 돈이 늘었어요. 코로나 전보다 한 달에 20만원은 더 쓰는 것 같은데요?”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는 정희준(가명·29)씨는 “돈을 아끼려야 아낄 수가 없다”고 했다.

건국대 김시월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1인 가구 비중이 높은데, 다인(多人) 가구에 비해 식비 등 필수 지출이 많은 편”이라며 “특히 배달 음식과 간편식을 다른 세대보다 더 많이 먹는 만큼 식비 지출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했다.

◇굳은 여행비, ‘주린이’ 종잣돈으로

소비가 가장 많이 준 분야는 레저·여행 등 문화생활(47.7%). 전 세계 항공편이 거의 올스톱해버린 비현실적인 상황에 ‘연간 해외여행 3000만 시대’를 열었던 한국 여행족도 발이 묶였다.

여행이 일상인 밀레니얼 ‘욜로(YOLO)족’의 지출 패턴은 완전히 바뀌었다. “재작년엔 호주, 동남아 여행에 500만원을 썼는데 지난해는 여행 지출이 거의 제로였어요. 재택근무 때문에 회사를 자주 안 가 ‘추리닝’으로 버틸 수 있어 옷값도 안 들어갔죠. 산 옷이라곤 패딩 하나에 치마 두 개뿐이에요.” 여행 마니아였던 허모(25·직장인)씨는 이렇게 ‘굳은’ 돈으로 난생처음 주식을 샀다. 200만원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형주와 일부 소형주에 투자했다. 여행비가 동학개미 운동에 뛰어든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 초보자를 뜻함)’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젊을수록 ‘확찐자’? 몸무게 세대차

홀로 자취하는 직장인 윤모(27)씨는 1년 사이 몸무게가 5kg이나 쪘다. 주범은 지난달 34번이나 시킨 배달 음식. 매달 배달 앱 ‘요기요’ VIP 등급을 받는다. “평일엔 재택근무, 주말에도 ‘집콕’이라 배달 음식만 찾게 된다”고 했다. 반면 자녀가 독립해 남편과 둘이 사는 전업주부 남모(57)씨는 오히려 몸무게가 준 경우. 정씨는 “약속 없이 집에 있다 보면 점심은 대충 남는 반찬으로 먹게 된다”고 했다.

코로나는 ‘몸무게 세대차’를 키웠다. ‘코로나 전보다 몸무게가 늘었다’고 대답한 20대가 59.1%, 30대는 51.2%였다.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34.8%, 34%. 20~30대보다 확연히 낮았다. 구체적인 증감 수치로는 ‘3~5kg 증가’가 20대(38.40%)는 가장 많지만, 60대는 7.8%밖에 안 됐다.

선호하는 배달 음식에서도 세대 차가 드러났다. 50~60대에선 ‘치킨·피자’가 압도적 1위. 20~30대에선 분식, 한식, 샐러드 등에 고르게 분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집에서 직접 하기 어려운 음식만 시켜 먹지만, 젊은 층은 배달 음식을 집밥 대체품으로 생각해 다양하게 선택한다”고 했다.

20~30대는 코로나 시대에 요식업계 ‘큰손’이 됐다. ‘한 달 식비가 코로나 전보다 늘었다’고 답한 이들 중에서, ’50만~100만원이 늘었다'고 답한 사람이 20대 16.4%, 30대 20.0%였다. 50대(3.5%), 60대(4.7%)보다 음식 앞에서 기꺼이 지갑 열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2030은 핸드백, 5060은 신발 쇼핑

의생활은 쪼그라들었다. 의류·화장품에 쓰는 돈은 ‘줄었다'(60.16%)는 응답이 모든 세대에서 압도적이었다. 특히 지난해 양복을 새로 샀다는 응답은 12.2%에 불과했다.

“약속도 취소되고, 헬스장도 그만뒀죠. 집, 회사만 반복하다 보니 박탈감이 들던 차에 성과급을 받아 70만원짜리 핸드백을 ‘질렀어요’.” 직장인 진모(24)씨가 말했다. 진씨처럼 2030 세대는 지난 1년간 ‘핸드백 등 가방을 샀다’는 대답이 많았다. 반면 50~60대는 ‘신발을 샀다’는 대답이 다른 세대보다 많았다.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저자인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핸드백이 감성 소비라면, 신발은 실용 소비”라고 했다. “2030 세대는 밖에 못 나가는 데 대한 보상 심리로 평소 사고 싶었던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반면, 건강에 민감한 5060 세대는 등산 등 실외 운동을 하기 위해 신발을 자주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업주부 차모(50)씨는 한 해 동안 무선 청소기, 비데 2대, 로봇 청소기, 다리 마사지기, 인덕션, 식기 세척기, 85인치 TV, 노트북, 믹서기 등 크고 작은 가전기기 10여 종을 샀다. 차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홈쇼핑을 습관적으로 보다가 가전 충동구매가 많아졌다”고 했다.

‘집콕’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가전 구매가 늘었다. 가장 많이 구매한 가전은 ‘컴퓨터·노트북'(23.3%).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때문이다. 대학원생 임재연(27)씨는 “하루 서너 시간씩 ‘줌’으로 화상 수업을 듣다 보니 7년 된 노트북으론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면서 “얼마 전 230만원을 들여 새 노트북을 샀다”고 했다. 다음으로 많이 산 제품은 TV(18.5%), 냉장고(18.3%) 순이었다.

지난해 자주 하게 된 취미 1, 2위는 ‘유튜브 시청’과 ‘TV 보기’. TV 보기는 20대(8.5%)와 60대(28.7%) 격차가 세 배 이상 났다. 2030 세대는 뜨개질 등 수공예를 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는 응답이 다른 세대보다 많았다.

◇코로나 끝나도 변화는 지속?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우리의 소비 습관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까. 이준영 교수는 “해외여행 위축이나 ‘홈웨어’ 판매 성장 등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분야는 ‘언택트(비대면)’ 관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 실험을 하게 된 재택근무, 모바일 쇼핑 등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준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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