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사우디 제다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이 부상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트위터
11일(현지 시각) 사우디 제다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이 부상을 당해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치료하고 있다/트위터

11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서방 외교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2주년 기념식장에 사제 폭탄이 터져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행사에는 프랑스 총영사가 참석했으며,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프랑스가 갈등을 겪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유럽 언론들은 계획적인 테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날 홍해 연안의 사우디 제2의 도시 제다에 있는 비무슬림 전용 공동묘지에서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이 열렸으며, 행사 도중 갑자기 사제 폭탄이 터져 4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는 없고 부상자들 가운데서도 중상을 입은 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는 프랑스가 주도했으며,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파견된 유럽 외교관들이 여럿 참석했다. 부상자 중에 그리스인이 한 명 포함됐으며 프랑스인은 없다고 일간 르피가로는 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영사관 앞을 지키던 경비원이 40대 한 사우디 국적의 남성으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했다./AFP 연합뉴스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영사관 앞을 지키던 경비원이 40대 한 사우디 국적의 남성으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했다./AFP 연합뉴스

프랑스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제다의 비무슬림 묘지에서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한 연례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사제 폭탄 공격이 있었다”며 “프랑스는 비겁하고 정당하지 않은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프랑스와 이슬람 국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내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이 계속 출판물 등에 공개 게재되는 데 대해 무슬림들이 분노하고 있다.

르몽드는 “지난달 29일 제다의 프랑스 영사관에 근무하는 경비원이 사우디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공격당한 지 12일만에 다시 제다에서 프랑스를 겨냥한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고 했다. 제다의 프랑스 영사관이 공격당한 날 프랑스 남부 니스의 성당에서는 튀니지에서 건너온 무슬림 난민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숨졌다.

파리=손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