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싫어, 안 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대선 이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민주)에게 ‘패배’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빗대기로 한 듯한 코미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학년 교실에서 점핑볼 놀이에 빠져 "가기 싫다"고 떼쓰며 우는 2017년의 패러디 영상물이 현재의 대선 '패배' 거부 현실과 맞물려 다시 인터넷에서 돌고 있다.

이 동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점핑볼을 타며 놀다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만나러 갈 시간이라 가야 한다”고 하자 “가기 싫다”고 거부한다. 펜스가 계속 “충분히 재미있게 놀았다” “이제 갈 시간” “다른 애한테 볼을 주자”고 권유하지만, 트럼프는 급기야 볼을 다리 사이에 끼고 바닥에 누워 가기 싫다고 발악하며 울어댄다. 경호원들은 강제로 점핑볼을 떼어내고, 트럼프를 교실에서 질질 끌어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기를 거부하면, 물리력 동원도 가능하다고 시사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 이 동영상은 미 TV 채널인 ‘코미디 센트럴’이 2017년 5월 11일에 ‘도니, 학교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린 5분짜리 코미디 영상물에서 뒷부분만 뗀 것이다. 영상 앞부분에서도 트럼프는 아이들에게 “재정이 없어 수업시간을 줄이겠다” “점심 급식도 없애겠다”고 선언하며,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을 책 읽기 시간에 읽어주는 등 황당한 장면을 연출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때였던 2016년 10월 네바다주의 한 크리스천 국제학교의 한 교실을 방문한 적이 있고, 코미디 동영상은 이를 패러디 했다.

심지어 ‘가기 싫다고 바닥에 누워 떼쓰는’ 부분도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2017년 12월7일 트럼프 대통령이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발표하자, 페이스북의 친(親)팔레스타인 페이지는 이 ‘점핑볼 떼쓰기’ 동영상을 올려 당시에도 수백만 명이 봤다. 고의로 얼굴을 흐릿하게 한 이미지와 실제와 똑같게 합성한 목소리 탓에 ‘진짜 동영상’인 줄 알고 적지 않은 사람이 “미국의 수치” “이런 사람이 미국을 다스린다고?”고 반응했고, 한 팩트체크 사이트가 “이 동영상은 사실이 아니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이철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