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각)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몰려든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현지 시각)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몰려든 시민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USA! USA!” “바이든! 바이든!”

7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연설을 하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끊임없이 몰려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지자들은 “빵빵” 차량 경적을 울리며 축제 분위기를 알렸고, 성조기와 푸른 바탕에 바이든 이름을 쓴 깃발을 든 사람 수만명이 체이스센터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지지자들은 한 사람이 북을 두드리자 단체로 같이 춤을 췄고, 주변 사람들과 캔 맥주로 건배하며 승리를 만끽하기도 했다. 인파가 많이 몰리면서 휴대전화가 불통일 정도였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회와 달리 대부분이 마스크를 썼다.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 '블랙 라이브스 매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너는 해고야”등의 문구를 흔들며 트럼프의 낙선을 기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 '블랙 라이브스 매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너는 해고야”등의 문구를 흔들며 트럼프의 낙선을 기뻐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인근 메릴랜드주에서 차를 한 시간 달려 왔다는 소방관 마크 트레길리오씨는 “눈물이 나려 한다”며 “3년 전 소방관 3명이 숨져서 이곳에 추모소가 만들어졌을 때 바이든이 이곳에 와서 추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직 부통령이 소방관 장례식에까지 온다는 것에 너무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오늘 왔다”고 했다. 평생 윌밍턴에 살았다는 레나 맥두걸씨도 “우리 동네에서 바이든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그는 늘 윌밍턴에서 만날 수 있었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과 수차례 포옹을 했다며 자랑했다.

통합을 강조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연설이 끝나자 승리를 축하하는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고, 전광판에는 ‘BIDEN’(바이든), ‘PRESIDENT ELECT’(대통령 당선인), 미국 46대 대통령을 뜻하는 ’46′이라는 글자가 켜지기도 했다. 무대 옆 대형 스크린에는 ‘국민은 열정, 희망, 과학, 진실, 통합을 선택했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연설이 열리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윌밍턴=조의준 특파원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연설이 열리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 센터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 /윌밍턴=조의준 특파원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CNN과 NBC 등 주요 방송사들이 바이든의 ‘당선 확정’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자 뉴욕과 워싱턴DC, 시카고,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 주요 도시에서는 지지자들이 너도나도 경적을 크게 울리며 환호했고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왔다.

이날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 만들어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광장에는 수천명의 시민이 몰려나와 그야말로 ‘축제’를 즐겼다. 백악관 앞에 쳐진 철제 담장 위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쇼에서 유행시켰던 ‘너는 해고야(You’re fired)’란 푯말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7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주의회 앞에서“(선거) 도둑질을 멈춰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7일(현지 시각)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주의회 앞에서“(선거) 도둑질을 멈춰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람들은 “트럼프는 끝났다”며 서로 얼싸안았고, 한 남성은 샴페인을 터트려 주변에 뿌리면서 기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 갔다 돌아오는 것을 본 시민들은 “패배자(loser)” “넌 해고야”를 외치면서 야유하기도 했다. 백악관이 있는 곳이지만, 워싱턴DC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93%의 압도적인 비율로 바이든을 지지했다.

민주당 세가 강한 뉴욕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시민들은 뉴욕의 중심으로 꼽히는 타임스스퀘어 광장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했다. 일부 시민은 샴페인을 터뜨렸고, 시민들의 자발적 축제를 CNN 등 미 언론은 잠시 생중계해주기도 했다. 한 여성이 가져온 바이든 실물 크기의 사진 앞에서는 시민들이 셀카를 찍기도 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시카고에서도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샴페인을 따고 노래를 합창했고, 시민들은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드리며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했다.

7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선후보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경호도 ‘대통령급’으로 엄중했다. 이날 오후 5시쯤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 그린빌의 바이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약 5㎞ 앞에서부터 도로가 차단됐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약 3㎞ 앞 첫 번째 검문소 앞에서 만난 한 경찰은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일단은 들여보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을 약 2㎞ 앞둔 검문소에서 만난 경찰관은 “이 너머는 아무도 못 들어간다”며 “어떤 미디어도 여기까지 온 적이 없다”고 했다. ‘바이든이 현재 집에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빨리 차를 돌려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도 이 길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경찰들로부터 샅샅이 차량 수색을 받아야 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조의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