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현지시각) 낮,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북쪽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너는 해고야" 같은 문구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기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7일(현지시각) 낮,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북쪽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너는 해고야" 같은 문구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기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7일(현지시각) 낮, 미국 수도 워싱턴DC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날 서울 시내 분위기가 떠올랐다. CNN 등 언론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 시내 아파트에서는 “우와"하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거리를 달리던 자동차들은 “빵빵”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동참했다. 하루 종일 시내 곳곳에서 환호와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맑은 토요일 오후를 보내던 시민들은 바이든·해리스팀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백악관 북쪽의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코로나 제한 조치로 재택 근무가 일반화된 후 한산했던 도로에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면서, 시내 중심에서는 오랜만에 차량 정체가 생겼다. “바이든·해리스”라고 적힌 깃발이나 팻말을 꽂은 차량들은 바이든·해리스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입고 나온 행인들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함께 축하했다. 작은 종을 흔들거나 국자로 냄비를 두들기는 것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워싱턴DC 시민들이 백악관 북쪽의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선거 후 소요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을 둘러싼 높은 담장에는 바이든 지지자들이 붙인 메시지가 빼곡히 붙었다. 백악관이 건너다 보이는 블랙라이브스매터 광장 앞 담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자주 사용했던 말인 “너는 해고야(You’re fired)"란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최초의 여성 부통령 당선자가 된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워싱턴DC의 전통적 흑인 대학 하워드대를 졸업했는데, 해리스 후보가 속해있던 흑인 여학생 사교클럽(sorority)인 ‘알파 카파 알파’의 약자 ‘AKA’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것이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트럼프는 끝났다”며 서로 축하의 말을 주고 받았다. 한 남성은 샴페인을 터트려 주변에 뿌리며 기뻐했고, 키스하는 연인들도 자주 보였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로 불리는 더 헤이 아담스 호텔 창문에 바이든·해리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나타나 손을 흔들자 아래 모여있던 군중들도 함께 환호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로 불리는 백악관 북쪽의 '더 헤이 아담스 호텔' 창문에 바이든을 지지하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나와서 손을 흔들자 아래에 모여있던 군중이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DC는 미국 50개 주에 속하지 않는 ‘특별행정구역’이지만, 미 대선 선거인단 538명 중 3명을 선정한다. 1964년 워싱턴DC에 처음 선거인단 선출권이 부여된 뒤, 단 한 번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견고한 민주당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워싱턴DC의 적폐들(The Swamp)을 청산하기 위한 적임자로 규정하면서, 워싱턴DC 시민들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번 대선에서 워싱턴DC 유권자의 93.3%는 바이든에 투표했다. 트럼프에 투표한 사람은 5.2%에 불과했다. 이는 대표적 민주당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바이든 지지율(64.7%)나 바이든이 6선 상원의원을 지낸 지역구 델라웨어(58.8%)보다도 월등히 높은 지지율이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워싱턴DC 유권자의 90.9%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했고, 4.1%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단순히 비교하면 4년 전보다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진 것 같지만, 이는 4년 전보다 군소 후보가 줄어든 결과다.

바이든 당선 축하 경적 울리는 차량들

이날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서도 바이든·해리스 지지자들이 모여 함께 구호를 외치고 춤추며 기뻐했다. 반면 바이든이 역전에 성공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 사기”라며 반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