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오후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박상훈 기자
개천절인 3일 오후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자동차들이 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박상훈 기자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는 완전 봉쇄됐지만 서울 시내 백화점, 식당, 근교 공원에는 시민들이 몰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했다. 특히 경찰과 함께 ’10대 미만 차량 집회’까지 불허했던 서울시는 연휴 기간 내내 서울대공원을 개방해 하루 평균 2만명씩을 불러모았다.

이날 낮 12시 경기 과천시 서울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앞 도로. 서울대공원 주차장 매표소까지 편도 4개 차로 500m 구간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차량 10대 중 8대꼴로 가족으로 보이는 어른과 어린이 4~5명이 타고 있었다. 주차장 진입로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까지 30분쯤 걸렸다.

이날 서울 시내 ‘차량 집회’에서는 9대 이하가 모이더라도 ‘창문을 여는 행위’ 자체가 금지됐지만, 정작 차량 수천 대가 모인 이곳에선 자유였다. 기다리면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보였다. 매표소 200m가량 앞에서부터 빨간 경광봉을 들고 차들을 통제하던 주차 요원은 “차량 6700대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공원 주차장이 거의 다 찼다”며 “보통 주말에도 만석(滿席)은 아닌데 오늘 많이 오긴 온 모양”이라고 했다.

주차장에서 공원까지 걸어가는 폭 15m, 길이 300m의 길에는 1m 거리 두기가 불가능할 만큼 방문객들로 가득 찼다. 매표소에서 동물원·놀이공원까지 연결하는 ‘코끼리 열차’에는 방문객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탑승했다. 열차 내 마주 보는 좌석 간 거리도 1m가 되지 않았다. 다섯 살 딸과 남편과 함께 온 구모(36)씨는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그랬다”고 했다.

서울 백화점들도 명절 연휴를 맞아 가족과 연인들로 만원(滿員)이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의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는 손님 60여명이 식사를 했다. 이들은 옆자리를 비우지 않고 손이 닿을 만한 거리에서 음식을 먹었다. 위층 매장도 손님으로 붐볐고, 정부가 말하는 ‘1m 간격’은 지켜지지 않았다. 손님 강모(여·55)씨는 “광화문 근처로는 못 들어가게 경찰들이 삼엄하게 감시하는데, 바로 옆 백화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게 코미디 같다”고 했다.

전날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날 오후 이 백화점 앞 3개 차로 50m 구간은 백화점을 찾은 손님들로 혼잡스러웠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골목의 식당과 술집은 내부는 물론 야외 간이 좌석도 만석이었다.

이날 소셜미디어에는 용인 에버랜드 등에 다녀온 사진과 함께 ‘#눈치게임실패’라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방문했는데 예상보다 붐벼서 장소 선정에 실패했다’는 뜻이었다. ‘경찰 버스에 둘러싸여 텅 빈 광화문광장’과 ‘매표소 앞 인산인해를 이룬 놀이공원’을 비교한 사진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