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육군 9사단 전차대대를 방문, 전차에 시승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육군 9사단 전차대대를 방문, 전차에 시승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연합뉴스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B 대령(예비역)은 최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측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를 평창 동계 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군지원단장은 카투사 병력 관리의 최종 책임을 지는 연대장급 지휘관이다.

B 대령은 “내가 (검찰 수사나 국회 증인 등으로) 연루될 경우 추 장관 아들이 카투사에 들어왔을 때 최초 (부대) 분류부터 어떻게 됐는지, 평창 동계 올림픽때 막 압력 들어왔던 것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B 대령은 “서씨를 통역병으로 보내라는 청탁이 (송영무) 장관실이나 국회 연락단에서 많이 왔다”고도 했다. 당시 청탁이 송 전 장관 측뿐 아니라, 국방부가 국회에 파견한 연락단(대령급 부대)을 통해서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야당은 당시 민주당 당대표실 또는 추미애 의원실 보좌진을 통해 국회 연락단에 청탁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B 대령은 “추미애 아들과 관련돼서는 (송영무) 장관실에 ‘○ 보좌관 라인’이고, 국회 연락단에서 중령·대령 정도가 제 밑에 부하들에게 전화를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청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정황도 증언했다. B 대령은 “(부대) 회의 때 (부하 간부들에게) ‘이건 너희들이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큰일난다’고 말했다”고 했다.

군은 2017년 11월, 이듬해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 파견할 통역병을 모집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나 국제 회의 등 통역병 경력은 이른바 ‘레어템(갖추기 어려운 스펙)’으로 통한다. 당시 카투사 부대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B 대령은 “병사들을 집합시켜 ‘너희들이 하도 청탁을 많이 해서 내가 제비 뽑기를 한다. 문제 있으면 손들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시 면접과 영어 성적 등을 토대로 했던 기존 선발 방식을 제비 뽑기로 바꿨다고 밝혔다. 서씨는 통역병으로 선발되지 못했다. 육군은 2018년 2월 카투사 병사 65명을 통역병으로 선발,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했다.

이와 관련, B 대령은 TV조선 인터뷰에서 “서씨가 전공을 당시에 영국 런던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무슨 대학의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한 것 같더라”며 “어떻게 보면 (통역병으로) 당연히 가야지. 그래도 서씨를 뽑았을 때는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B 대령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서씨를 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청탁은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징병검사, 부대 배속, 보직 부여 등 병역 관련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규정한 청탁금지법(5조 11항)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추 장관이 5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대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추 장관 측은 “외압이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답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역병 선발이 그렇게 (큰) 특혜인지 모르겠다. 그게 어려운 일이냐?”며 “군대를 빼주는 게 아니라 영어 쓰는 사람들이 가서 경력을 쌓게 해주는 정도인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선발) 안 됐으면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실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증언에 대해 송영무 전 장관은 “제가 대답할 필요가 없다. 제가 아는 게 없다”며 “추미애하고 저는 안 적도 없고, 서씨와고도 안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