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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O OND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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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4-20 16:51

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예술적 온도가 맞는다는 이유로 활화산처럼 타오른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예술가들에게는 종종 일어나는 것은 무모함일까, 열정일까, 뜨거운 사람들의 사랑이 매스컴에 오를 때면 생각해 보는 숙제다.


지난겨울 결혼 청첩장을 받았다. 성장한 신랑신부가 혼인예식을 올리기 전에 찍은 웨딩 사진 컷을 청첩장에 넣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청첩장에는 예비신랑신부의 사진대신 선으로만 그려진 인형같은 컷의 인물이 있고 “우리 같은 온도를 지녔군요라는 초대문안이 특별했다.


같은 온도라는 문안과 함께 떠오른 것은 내가 젊어서 열광했던 어떤 비틀즈와 행위예술가의 사랑이다. 레논은 비틀즈다. 오노요코는 레논보다 7 연상인 1933 일본 출생의 행위예술가로 레논이 오노요코를 만나는 순간 다른 모든 만남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 레논이 프로필을 보면 1940 10 9 출생 / 1966 오노요코를 만남. 줄로 요약되는 프로필은 그의 생애에서 차지하는 오노요코의 비중을 알만하다.

 

“비틀즈를 시작할 때부터 주변에 예쁜 여자들은 얼마든지 널려있었다. 하지만 그들 나와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들은 없었다. 나는 예술가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을 꿈꾸어왔다. 나와 예술적 상승을 공유할 있는 여자 말이다. 요코가 바로 그런 여자다. -존레논-


여기서 어필해 것은 같은 온도와 서로의 상승이라는 단어였다. 같은 온도라 하면 같은 취향, 같은 생각, 말하자면 같은 색깔일 . 그렇다면 같은 온도의 사람들 이야말로 예술적 기질이 모아져서 서로의 예술적 상승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아니겠는가. 이들은 정말 예술적 상승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청첩장의 주인공들은 존레논과 오노요코가 처음 만나 느낀 같은 온도를 서로에게서 느껴 결혼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들은 바로 친정 조카딸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더니 간결한 청첩장에서 참신함을 느꼈다. 요즘 젊은이들은 개성파라고 하는 말이 맞는가 보다. 그런데 녀석들이 이모할머니인 내게 주례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낭패였다. 아무리 개방된 젊은이의 생각이라도 나이 많은 시골 할머니에게 주례를 부탁한다니 이해는 커녕 납득조차 가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모할머니냐고 물으니 답이 재미있다. 같은 온도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 이러 저런 이유로 주례를 없다고 설명해서 가까스로 거절을 했다. 많이 서운해 하더라는 후문이다.

달포 나는 같은 온도를 지닌 젊은이들 결혼식장에 섰다. 하객들 사이에서 해를 닮은 쌍의 신랑신부를 보았다. 머리를 뒤로 묵고 껑충한 바지에 평상복 같은 예복을 입은 신랑이 보였다. 바로 옆에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생머리를 그대로 옆으로 내린 신부가 섰다. 머리에는 달나라 어느 항아님이 금방 썼다가 벗어준 같은 백합 화관을 쓰고 심플한 디자인의 드레스는 평상복으로 입어도 좋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원피스였다.


잠시 하객들 사이에 수런거림이 낮게 들렸다. 부모가 모두 대학 강단에 있으니 상식을 파괴한 이들 모양이 의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례가 궁금했다. 저들이 수학한 은사님이나 저명도 높은 어르신이 아닐까하는 기대는 빗나갔다. 주례석에는 로만칼라의 신부님이 온화한 미소로 이들을 축복하고 있었다. 조카딸의 유아세례를 주신 신부님 이라고 했다. 친구들의 축가, 신부 동생이 제작한 영상물, 정이 묻어나는 장면들이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자 서울 하늘에 시인 백석이 연인 나타샤를 기다리던 밤에 내렸음 직한 함박눈이 푹푹 내리고 있었다.


조카딸은 신부드레스를 보러 갔다가 250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끝에 남들처럼이 아니라 저만의 옷을 입고 싶어서 10만원어치의 옷감을 사다가 손수 드레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부화장도 마다했다. 가족들이 말렸 어도 고집을 꺾지 않아 하는 대로 두었는데 밉지 않느냐고 조카 댁이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아주 신선하다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정말 같은 온도를 지녔음이 분명하다


아이들이 하는 가방사업의 지향도 바로 같은 온도라고 하는 것을 보면 미더운 구석이 많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업 이야기에도 체온이 묻어난다.


같은 온도의 사람들과 함께 같은 온도를 공유하고 싶다는 세이모 온도 옷을 하던 디자이너가 만나 시작된 브랜드다. 디자이너는 하이패션으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고 디자이너는 스트릿패션으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디자이너의 재미있는 공통적인 아이디어로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이모 온도 시그니처인 꼬리에 눈이 달린 물고기는 디자이너의 독특한 조화점을 의미한다.” 


조카딸도 짝꿍 디자이너를 만나 서로 같은 온도라는 것을 느꼈고 둘이 함께라면 많은 것을 성취할 있겠다는 합일점을 발견한 것이라는 공감이 갔다. 이미 이루어 놓은 무엇을 누리기보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서로 성장하면서 상승하려는 의도가 바로 무한한 가능성 아닌가. 예술이든 사업이든 인생경영이든 같은 온도의 사람들이 함께 상승하는 . 그것이 바로 미래 창조지 싶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느라 어깨 죽지가 아프도록 힘들었다. 그러다가 결혼식장에서 소리 없이 쌍을 미리 만났다. 누구와도 닮지 않고 저들만의 개성과 품위를 간직한 젊은이들을. 이들은 분명 상승을 약속한 시대, 봄이 보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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