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 박혜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추수감사절에 시애틀에 사는 큰 딸에게 다녀왔다. 딸이 추수감사절에는 터키를 구워 놓고 초대를 해서 기특한 마음으로 다녀온다.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국경을 접한 미국과는 화폐도 통일하고, 미국 최대명절이라는 추수감사절도 같은 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캐나다와 맞추어서 10월에 추수감사절을 하면 좋겠다.”그랬더니 “아뇨, 11월이 더 좋아요.” 라고 한다. 이유인 즉 “10월에는 할로윈, 11월에는 추수감사절,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매월 집안 장식이 바뀌는데, 캐나다처럼 10월이 추수감사절이면 집안 장식이 겹쳐서 안 좋아요. 오늘 추수감사절 만찬을 하고, 내일은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꿀 거예요.”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독일 마을이 좋다는데 가보면 어떨까?” “그럼 트리를 할 나무를 사러 그 동네에 가까운 곳에 들러서 올게요.” 나는 독일 마을이 I-5근처 어디쯤에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I-5 고속도로에서 2시간정도를 동쪽으로 가는 곳에 있단다. 이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하기가 점점 귀찮아지는데 나무까지 사러 간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때 같으면 “나무를 사러 2시간이나 간다고?” 하지만 처음 해 보는 것이고 독일 마을도 가고 하루라도 더 늙어지면 그 또한 더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따라 나섰다.
홈디포에 들려 톱을 사고 차위에 나무를 묶을 끈도 구해서 길을 나섰다. 전 날 잠을 설쳤더니 너무 졸려서 깜빡 자고 일어나보니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꼬불꼬불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겨울왕국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 곳을 지나 나무를 자르는 허가증을 산 후 숲 속에서 트리하기에 멋진 나무를 찾아다녔다. 그 숲에서는 별로 마땅한 것이 없어서 다시 길 쪽으로 조금 이동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고 잠시 정차를 했다. 톱이 잘 드는지 그냥 쓱 하고 잘라서 금방 구해왔다. 차위에 나무를 싣고 겨울 왕국을 빠져나와 독일 마을로 향했다.
독일마을이 지도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 줄 알았더니 원래 명칭은 레벤워스(Leaven Worth)였다. 온통 마을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되어있었다. Christmas Lighting Festival이 유명하다. 또 그 외에도 많은 페스티발이 연중 준비되어있으니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은 시애틀보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매우 춥고 눈이 많다. 작년에는 눈이 많이 와서 아이들이 썰매도 탔다던데 올해는 별로 눈이 없어서 싣고 간 썰매는 그냥 차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다시 가지고 왔다.
지난번에 우리 애가 그곳을 갔었을 때는 주차할 곳도 없고 사람에 밀려 걷기도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추수감사절 마지막 날이고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길이 막힐 때는 4-5시간도 걸린다고 했다. 하여튼 감사하게도 편히 다닐 수 있었다. 딸이 마차를 타자고 했다. 마차도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에다 심지어 말까지도 꼬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말을 타는 것이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다른 관광지에서도 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YES!" 생각보다 추웠지만 마차에서 주는 담요를 덮으니 마술처럼 따뜻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곳에서 유명한 것이 소시지와 맥주라고 했다. 그래서 소시지와 전통 음식을 시켰는데 돈가스가 나왔다. 돈가스는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돈가스의 원조가 독일이라는 것에 놀랐다. 포크커틀릿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것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량의 기름으로 지져내는데 이것을 일본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점점 일본식으로 변하면서 돈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시킨 것 중 다른 것은 입맛에 맞지 않아 먹기가 힘들었지만 다행이도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가 나와서 그것에 정을 붙여가며 먹었다. 집으로 가려는데 누가 똑똑 차 문을 노크했다. 차위의 나무를 반대 방향으로 실었다고 했다. 그렇게 가면 가지가 다 부러진다고 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나무 위가 차 뒤쪽을 향해야 한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람을 잘 받고 와서인지 나뭇가지가 멋지게 되어 장식을 매달기에 적당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높은 산에 가자고 하면 일단 ‘갈까 말까? 내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하루 더 늙어지니까 오늘 못 올라가면 내일은 더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전보다 더 쉽게 결정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 없는 일들이 많아진다. 물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용기를 내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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