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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아, 옛이야기 같아라

임현숙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10-13 17:03

임현숙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가을인가 봐

그토록 뜨겁던 바람이
그믐달의 싸늘한 눈매를 닮았어
가로수 잎이 뱅그르르
바람개비 되었네

 

가을이 오면 여름이 떠나가듯이
꿈의 내일이 오면 
시련의 오늘이 지나간다지

 

황금 가을이 내게 올 때
제비처럼 박씨 하나 물고 온다면
금 나와라 뚝딱
임 나와라 뚝딱

 

어려서 읽은 
동화 속에선 늘 그랬어

 

,
가을아 
옛이야기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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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